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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환기 점화 ‘19-VII-71 #209’ |
주인공은 김환기(1913~1974)였다. 그의 1971년작인 전면 점화 ‘19-Ⅶ-71 #209’는 지금까지 경매에 나온 점화 중 최대 크기(253×202cm)일 뿐더러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단색화에도 전시됐던 대표작이다. 그러나 누구도 한국미술 최고가가 깨지리라고는 쉽사리 예측하지 못했다. 그만큼 깜짝 결과다. 낙찰자는 화교 컬렉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환기 만큼이나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는 작가가 박서보(84)다. 지난 5월 홍콩에서 자신의 최고가 7억원을 넘긴 그의 작품은 화랑가에서는 이미 10억원 넘게 거래되고 있다. 내년 1월 초에는 한국 작가 처음으로 영국 런던 화이트큐브에서 개인전을 연다.
한국미술 대표주가 박수근·이중섭에서 김환기·박서보로 바뀌었다. 그동안 한국 미술시장의 대명사는 단연 박수근(1914~1965)과 이중섭(1916~1956)이었다. 가난과 질곡의 역사를 화폭에 담은 이 두 거장은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작품과 질곡의 개인사와 요절로 ‘국민화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국내 미술시장이 갈수록 글로벌화하면서 국제 무대서 통하는 경쟁력을 갖춘 김환기와 박서보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김환기와 박서보는 올해 상반기 경매 낙찰총액에서도 나란히 1, 2위를 기록하며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3위는 이우환이며 박수근과 이중섭은 각각 8위와 86위를 기록했다.
판도 변화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었느냐, 또한 작품 수량이 많고 관리가 잘 돼 있느냐가 관건으로 지목된다.
단색화의 거두 박서보는 한국에 뿌리를 둔 정체성을 바탕으로 일본의 모노하와 구타이 추상화 그룹, 서구의 미니멀리즘과 비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구 컬렉터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단색화는 뉴욕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 등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앞다퉈 소장하는 추세여서 일시적인 열풍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트렌드로 바뀌고 있다. 김환기는 이중섭과 박수근과 같은 시대인 1910년대생이지만 파리와 뉴욕에서 글로벌 미감을 획득해 작품에 구현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최윤석 서울옥션 상무는 “외국 컬렉터들이 국내 작가 한두 명이 아니라 한국 미술 전반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 작가 지평이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국가 경제력에 비해 국내 작가 작품값이 저평가됐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수량과 관리 여부도 작품값을 결정하는 요소다. 작품수가 수백점에 불과한 박수근과 이중섭의 경우 대표작은 대부분 미술관에 소장돼 있어 유통될 만한 수작이 많지 않다. 그러나 김환기의 경우 작품 수가 1만점에 이른다.
생존 작가인 박서보 역시 작품 숫자도 많을 뿐더러 작품에 대한 꼼꼼한 관리와 기록으로 유명하다. 더욱이 국내에서 단색화를 이끈 장본인이라는 프리미엄도 더해진다. 박서보의 경우 2006년 뉴욕의 소더비 경매에서 3000만원 중반에 거래됐으나 10년도 안돼 특정 작품 가격의 경우 20배가량 급등했다. 특히 2006년 50여 만원에 불과하던 평균 호당가격은 올해 상반기엔 400만원을 넘기며 무려 8배 상승했다. 경매 낙찰총액 기준으로도 2006년 8600만원이었지만 2015년 상반기만 해도 48억원을 넘어섰다.
일찌감치 세계 무대에서 활약한 이우환의 경우 최근 몇 년새 불거진 위작 파동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점도 작품 값 상승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상화와 하종현, 윤형근 등 단색화가들의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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