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공연의 MD는 작품의 여운을 즐기고자 하는 관객들을 위한 ‘팬서비스’일까 아니면 또 다른 수익창출을 위한 상술의 연장선인 것일까.
몇 년 전부터 공연계에서는 ‘회전문 관객’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른바 회전문을 돌 듯 한 작품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본다는 것이다. 각 캐스팅별로, 페어별로,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로 보고 또 보고 하는 회전문 관객들의 상당수는 VIP석을 고집하며, 이를 위해 10만 원이 훌쩍 넘는 티켓 값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심지어 같은 좌석으로 수십 번 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현재 회전문 관객들은 공연 수입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단골 관객의 확보가 곧 금전적인 부분과 연결되는 만큼 제작사들은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고객유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회전문 관객, 즉 공연계의 마니아층 형성은 공연 MD시장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 수요의 가능성이 있어야 공급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즉 해당공연의 MD가 판매된다는 것은, 작품의 팬이든 배우의 팬이든 그 공연에 대한 팬 층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가장 분명하고 확실한 증거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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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신시컴퍼니 |
마니아층 형성이 MD판매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밝힌 신시컴퍼니의 마케팅팀 관계자는 “잘 만들어진 MD는 입소문이 나서 판매가 급증해 다시 제작되는 경우도 있고, 직접적인 피드백은 재공연 할 때 참고해서 수량을 조절하거나 품질을 높이는 등 실제 제작에 참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니아층은 회전문 관극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공연 MD 수집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오디컴퍼니 마케팅 담당자는 “뮤지컬 시장의 마니아층이 형성되면서 작품의 MD상품을 수집하는 마니아층도 자연스럽게 형성 된 것 같다. 이러한 구조는 마니아층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들도 기존보다 더 다양화 된 MD를 접할 수 있게 하고, 나아가 MD시장이 활성화 되는 순환구조를 만든다고 본다”고 전했다.
연극 ‘프라이드’는 마니아층이 두터운 작품 중 하나다. 일부 관객들은 무대에 등장하는 소품과 유사한 소품을 구매하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자신이 재료를 구매해 해당공연을 기념하는 물건을 만들어 커뮤니티를 통해 배분해주기도 한다. 금액은 대부분 재료비 선에 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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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프라이드’ / 사진=MBN스타 DB |
‘프라이드’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강민정 차장은 이에 대해 “만약 이를 통해 사업을 벌인다거나 수익을 남기려고 한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현재까지 그런 이들은 없다. 제작 전 ‘이런 것을 만들어 같이 나눠가지고 있는데, 만약 출시할 의사가 있다면 포기하겠다’고 문의하는 이들도 많다”며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제작사에 의해 그리고 관객에 의해 만들어지는 MD 시장이지만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팬서비스’와 ‘상술’은 불과 종이 한 장 차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한 시민단체는 유명 아이돌의 사진이나 로고·캐릭터 등을 사용해 만든 상품인 굿즈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일부 기획사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이돌 이어폰은 132만 원, 아이돌 캐릭터 인형은 56만 원, 카드지갑은 19만 원 등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팬덤을 겨냥한 아이돌들의 굿즈와 소수정예의 공연 마니아 관객들을 겨냥한 MD는 규모나 가격 면에서 크게 다른 만큼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굿즈 역시 팬서비스의 일환으로 시작해 금전적인 이익에서 줄타기를 하다 ‘상술 논란’으로 넘어간 것을 보면, 마냥 관계가 없다고 간과하기도 어려운 부분이다.
뮤지컬 MD는 수익의 일환이냐, 아니면 팬서비스의 일환이냐는 질문에 신시컴퍼니, 오디컴퍼니, 연극열전은 서로 다른 답을 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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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오디컴퍼니 |
수익의 일환이라고 말한 신시컴퍼니는 “팬서비스는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을 위해 무대 위에서 보여주어야 한다. MD는 수익의 연장선이다. 공연 기획사에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영역이 많지 않다. 수익이 아닌 팬서비스로 간과한다면 수익성이 없다고 적당히 만들어지면서 품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돈이 들어가고 나가는 만큼 모든 것은 균형을 이뤄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연극열전은 “MD는 수익이 아닌 팬서비스다. 팬서비스의 개념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품은 팬 층에 한정해서 만들어지고 있다”며 “MD는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작품 홍보를 도와줄 뿐 아니라, 돈으로 계산할 부가 가치를 제공해 준다. 우리가 MD를 제작하는 이유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다”고 밝혔다.
오디컴퍼니는 신시컴퍼니와 연극열전의 중간입장을 취했다. 팬 서비스와 수익의 연장선 모두에 해당 된다는 것이다. 오디컴퍼니는 “관객들에게 더 새롭고 완성도 높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MD 시장이 일정 수익을 창출돼야 한다. 해당 수익을 기반으로 새로운 상품을 시도하고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MD상품은 단독적인 수익창구가 아닌 작품의 브랜딩임과 동시에 관객들이 작품을 기억하는 수단이다. 즉 관객과 제작사가 상생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또 다른 무대”라고 강조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