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뮤지컬 제작사님, 제발 OST좀 내 주세요.”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불만이 있다.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컬의 넘버들을 MP3에 담아 듣고 싶은데, 아무리 기다려도 음원으로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뮤지컬 산업은 2001년 ‘오페라의 유령’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최근거대한 몸집 부풀리기로 뮤지컬 제작사들이 줄도산하고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바이러스 타격으로 휘청이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지만 근 10년간 국내 뮤지컬 시장이 빠르게 확대돼 나갔다. 양적으로 크게 늘어났을 뿐 아니라, 공연의 질 역시 내한공연 못지않은 퀄리티를 자랑하면서,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는 등 새로운 한류문화산업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빠른 시간에 성장한 뮤지컬 시장이지만, 유일하게 제자리걸음인 분야가 있다. 바로 OST, 음원시장 분야이다. 뮤지컬은 노래와 춤, 연기를 필요로 하는 종합예술 분야이다. 이 중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구분 지어주는 노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공연되는 대부분의 뮤지컬들 중 OST로 제작돼 국내 팬들과 만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 2015년 뮤지컬 OST 발매 현황 / 사진=음원사이트 멜론 캡처 |
2014년 한 해 동안 공연된 뮤지컬 중 OST로 배포된 작품은 채 10작품도 되지 않는다. 이 중에서도 해외 브로드웨이 혹은 웨스트엔드 버전을 제외하면 발매된 OST의 수는 더욱 줄어든다. 2015년에 와서도 OST 발매 현황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OST 시장은 2008년 문화산업백서에서 OST를 독립적인의 장르로 구분하기 시작하면서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왔다. 국내 소비자의 주요 음악 감상 장르 분포도를 살펴보면 전체 장르 가운데 2008년 3.3%를 차지했다면, 2010년 5.5%를 차지해 2.2%P의 증가율을 보이기도 했다. 초창기 국내외 영화의 사운드트랙이 중심이 됐었던 시작된 OST 시장은 KBS 드라마 ‘겨울연가’가 한류 열풍을 일으키면서 국내 음악 산업에서 주요한 콘텐츠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드라마의 인기에 따라 OST 판매량도 증가됐고, 이는 국내는 물론 일본과 동남아 둥지에서 큰 매출을 기록했다.
영화와 드라마만 놓고 살펴봤을 때 국내 OST 시장은 무시하고 쉽게 넘기기 힘든 곳이다. 한 뮤지컬 팬은 “국내 뮤지컬 배우들이 부르는 뮤지컬 넘버를 MP3에 담아 출퇴근 때마다 듣고 싶지만, 정식 음원으로 안 풀려서 못 들을 때가 많다. 어쩔 수 없이 해외 공연실황을 담아 듣기는 한데, 한국 사람인만큼 국내 뮤지컬 버전으로 듣고 싶다”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 같은 요구를 하는 뮤지컬 팬들이 한 두 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뮤지컬 산업에 거대한 팬덤이 형성되고, 이들을 중심으로 국내 공연 버전의 뮤지컬 OST 앨범에 대한 요구가 늘어남에도 이 같은 시장구조는 쉽사리 바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뮤지컬 관계자는 “아무리 국내 뮤지컬 시장이 넓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국내 시장은 해외에 비해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보편화 되지 않았다”며 “국내 음악시장이 브로드웨이처럼 넓고 다양하면 또 모르겠는데, 안 그래도 좁은 시장에서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뮤지컬 팬은 “뮤지컬 시장이 다른 대중문화 장르에 비해 좁은 건 알지만, 듣고 싶은 OST를 듣지 못해 아쉬울 때가 많다”고 아쉬움을 말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