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이른바 ‘막장’이라고도 불리는 통속극의 힘은 의외로 크고 생명력이 길었다. 1930년대 신파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를 재해석한 연극 ‘홍도’와 100여 년 전 매일신보에 연재된 소설 ‘눈물’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 유시어터 개관 15주년 기념작으로 재공연 되는 것이다.
영화 ‘홍도야 울지 마라’로 더 유명한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는 부모님을 여의고, 오라버니의 뒷바라지를 위해 기생이 됐다가, 부잣집 남자와 사랑에 빠진 홍도의 이야기를 다룬다. 30년대에 만들어진 신파인 만큼 극의 주된 갈등이나 내용전개는 이른바 안방극장 속 ‘막장드라마’로 불리는 작품들과 비슷하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 채 며느리 홍도를 괴롭히는 기생출신 시어머니와 얄미운 시누이, 그리고 남편과의 사랑을 방해하는 잘 나가는 연적과 우유부단한 남편까지. 거기다가 악한 술수에도 참고 당하는 홍도의 모습은 안방극장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캐릭터와 차이가 없다. ‘홍도’ 속 인물들과 줄거리는 관객들에게 익숙하다 못해 뻔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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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극중 조필환이 조강지처를 내쫓은 뒤 내연녀인 피양희를 집안에 들이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악녀’인 피양희는 조필환의 집에 들어오자마자 전처의 아들을 내쫓은 뒤, 남동생으로 속인 내연남과 정을 나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조필환을 감금한 뒤 협박을 받을 일삼는다. 그제야 조필환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눈물을 흘린다.
‘홍도’가 통속극에 더 가깝다면, 사랑, 배신, 불륜, 간통 등을 다루는 ‘눈물’은 오늘날 ‘막장드라마’의 시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극에서 주는 자극이 강하다. 연극 ‘눈물’은 2014년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주최 ‘2014 한국연극100년 재발견5’를 통해 초연된 이래 2015년 밀양여름연극축제 젊은 연출가전에서 무대예술상을 수상한 수작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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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제작사 서울공장은 “원작을 지금의 연극 무대에 맞게 각색하고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작품은 각 장면마다 주된 캐릭터가 등장하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눈물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인물들은 슬픔, 기쁨, 행복 등 여러 감정들을 드러내고, 이를 통해 관객과의 소통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도’와 ‘눈물’과 같은 과거의 신파가 다시 무대 위로 올라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건, 작품이 주는 힘과 더불어 복잡한 세상 속 순수했던 시절의 쉽고 단순한 갈등구조가 복잡한 세상에 지친 요즘 관객들에게 색다른 위로와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고 연출은 ‘홍도’의 연출방향에 대해 “어렵고 복잡한 것은 가짜인 것 같다. “쉽고 단순하지만 울림이 있고, 미학적 성취가 있으면 더 좋다”고 말했다.
한편 ‘눈물’은 오는 9월4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유시어터에서 공연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