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19금 작품 대다수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을 뿐만 아니라 뜨거운 논쟁도 동반한다. ‘외설이냐 예술이냐’는 19금 작품에서 빼 놓을 수 없는 화제가 되기 때문이다. 외설이냐, 예술이냐는 논란은 작품 속 노출 수위뿐만 아니라 작품이 내포한 의미도 중요한 잣대다.
최근 뮤지컬 ‘쿠거’ ‘미스터쇼’ ‘크레이지호스 파리’ 등 19세 이상 만이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19금’이라는 단어 자체로 선정적일 것이라는 편견, 외설일 것이라는 확신을 더하긴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성적인 내용이나, 야한 농담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가 19금이라는 단어 자체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면, 최근 19금 작품들은 스토리를 겸비해 외설이라는 편견 대신 ‘작품’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을 정도가 됐다.
19금 연극이 처음 화제를 모은 것은 1994년 ‘미란다’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 연출가는 공연음란죄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고, 대학로에는 선정적인 누드 연극들이 유행처럼 번졌다. 같은 해 ‘다카포’와 ‘마지막 시도’라는 연극도 공연됐다. ‘마지막 시도’는 한 대학교수의 이중적 성의식을 담은 작품으로 당시 입장료 수익으로도 1억 원 수익을 내 화제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지만 연장 공연을 하기도 했다.
↑ 사진= 논쟁, S다이어리 포스터 |
이어 2003년 서울연극제에서는 오페라 ‘리골레토’ ‘봄의 제전’ ‘애프터에로스’ 등의 누드 공연이 있었고, 2006년에는 뮤지컬사상 처음으로 미성년자 관람불가라는 딱지를 붙인 ‘리롱드’라는 뮤지컬이 나타났다. 전라의 여배우가 등장하고, 작품 전체가 성행위를 나타내는 듯한 몸짓과 직설적인 대사로 이뤄졌다. 아서 슈니츨러가 쓴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번안 연극이 초연됐을 때는 제작진이 외설혐의로 재판에 회부되기도 했다.
2007년 ‘미란다’라는 작품이 또 올라, 논란이 됐고, 2009년에는 ‘논쟁’이라는 연극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논쟁’은 프랑스 작가 마리보의 작품으로 국내 초연으로 태어나자마자 외부 세계와 격리 돼 생활 한 두 남녀 쌍둥이의 이야기를 그려, 배우들은 시작부터 중반까지 완전 누드로 무대를 활보한다. 같은 해 ‘교수와 여제자’도 올랐다.
뿐만 아니라 백재현이 연출한 ‘오! 제발’은 1997년 관객들을 만난 ‘마지막 시도’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제작됐지만 빗발치는 항의전화와 비난 속에 5일 만에 공연을 내려야 했고, 관객들에게 전액 환불을 해주는 사태도 있었다.
↑ 사진=그자식사랑했네, 교수와여제자 포스터 |
19금 공연에 대한 선입견이 한 풀 꺾인 것은 2011년이라 볼 수 있다. 2011년은 뮤지컬 ‘빨래’의 추민주가 극작과 연출은 맡은 연극 ‘그자식 사랑했네’와 ‘쿠킹 위드 엘비스’, 그리고 니콜 키드먼의 노출로 화제를 모은 연극 ‘블루룸’이 초연돼 김태우와 송선미 등이 출연했다. 뿐만 아니라 ‘극적인 하룻밤’ ‘발칙한 로맨스’ 등 로맨스를 가미한 19금 연극이 줄줄이 대학로에 오르면서 선정성에 무게를 둔 외설이 아닌, 앙큼하고 솔직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또 영화 ‘S다이어리’ ‘쩨째한 로맨스’ ‘작업의 정석’ 등이 무대로 올라오며 19금 공연에 로맨스와 탄탄한 스토리를 입혀 관객들을 찾아 19금 공연을 다양하게 만들었고, 19금 작품에 대한 무게를 뺐다.
한 공연 관계자는 “예전에 관객들이 19금 작품을 보는 것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최근에는 한결 편해진 느낌이다. 작품 자체도 그렇지만 19금 작품을 보는 시각이 선정성에서 작품성으로 기울여졌기 때문이다. 야한 공연이 아닌, 좀 더 솔직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작품이라는 인식이 더해진 덕분에 가능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