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 무대 위 파란 옷에 하얀 망토를 두른 번개맨이 번개파워를 쓰기위해 힘을 달라고 부탁하자, 객석에 있던 수많은 어린이 관객들은 ‘번개 파워’를 목청껏 외치기 시작한다. 악당인 나잘란과 더잘란이 애원해도 아이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줄어들 줄 모른다. 객석에서 힘을 받은 번개맨은 드디어 그의 필살기인 번개파워를 선보이고, 그 순간 ‘와’하는 함성이 공연장을 가득 메운다.
# 방귀별 뿡뿡이 친구들과 함께 시들어 가는 방귀꽃을 살리기 위해 모험을 떠난 아이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을 틈이 없다. 방귀별 친구들을 도와 두 팔을 올려 나무를 만들어 주고, 화음도 맞춰야 하며, 방귀꽃을 살리기 위한 빛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야광링을 흔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노력으로 방귀꽃이 활짝 피는 순간, 아이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활짝 피어난다.
공연계에 만연한 더블캐스팅도, 흥행에 필수 요건으로 꼽히는 회전문 관객도 없음에도 꾸준한 흥행을 기록하는 장르가 있다. 바로 어린이 뮤지컬이 그 주인공이다. 어린이 뮤지컬이라는 이유로 유치하다거나 수준이 떨어진다고 무시하다가는 큰 코 다치기 마련이다. 무대의 완성도는 여느 성인 뮤지컬 못지않으며, 무대를 향한 관객들의 호응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이다. 옆 관객과 떠드는 것은 일상다반사임에도, 그 어디에서도 관크(관객 크리티컬의 줄임말, 관극의 방해가 되는 요소를 일컫는 신조어)로 인한 피해사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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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중심지로 불리는 서울의 대극장은 물론, 전국의 극장을 순회하는 어린이 뮤지컬의 매력은 비단 아동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보호자 자격으로 인해 원치 않게 공연장에 입성하게 된 성인 관객들에게 잊고 살았던 순수한 동심을 보여주면서 감성의 정화 작용을 도와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어린이 뮤지컬 ‘번개맨과 비밀의 문’을 찾았다는 한 관객은 “우리 아이가 번개맨을 워낙 좋아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왔는데 예상외의 퀄리티에 놀랐다. 중간에 잠들 줄 알았는데, 배우들의 애드립과 관객들의 함성을 유도하는 소통에 어른인 저도 웃고 즐길 수 있었다”고 후기를 전하기도 했다.
공연계를 크게 흔들었던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와 2015년 6월 메르스 파동이 오기 전까지 확장세를 보여 왔던 어린이 뮤지컬계는 매해 다양한 작품들을 무대 위로 올리며 다른 영역에 비해 그동안 불경기를 타지 않는 장르임을 증명해 왔다. 메르스 파동으로 다른 영역보다 전염병에 민감하다는 취약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발전하는 무대 기술에 발맞춰 아동과 성인 모두를 만족시키는 작품성으로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이 같은 어린이 뮤지컬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였다. 지상파 방송국인 MBC, KBS, SBS는 매년 경쟁적으로 어린이 뮤지컬을 무대 위에 올리면서 활기를 띠게 된 어린이 뮤지컬은. 2001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흥행으로 뮤지컬의 상업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더욱 뜨겁게 달궈지기 시작했다.
어린이 뮤지컬이 사랑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뮤지컬 자체가 음악, 문학, 무용 등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인 만큼 예술적인 감성과 더불어 교육적인 효과가 다른 장르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즉 교육적인 목적과 엔터테인먼트 적인 목적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상에 세계에서 만날 수 있었던 만화 속 주인공들이 직접 객석으로 내려와 아이들과 직접 만나고, 아이들을 무대 위 세상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등,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함께 소통하고 체험하는 장을 마련하면서 추억과 재미를 동시에 챙긴다.
어린이 뮤지컬 ‘번개맨의 비밀’을 제작한 힘콘텐츠의 윤현진 대표는 “일반 성인 뮤지컬과는 달리 유아에서부터 부모인 성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관객층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 그리고 작품적인 요소와 교육적인 요소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점 등의 조건으로 인해 어린이 뮤지컬 제작은 생각보다도 더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어린이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매력적인 것은 관객들의 호흡이 가장 활발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반응은 정직하기 때문에 제대로 잘 만들면 관객이 함께 참여하는 공연이 된다. 무대 위 캐릭터들과 함께 웃고 즐기는 아이들을 보면 굉장히 뿌듯하다”며 제작에 나서는 이유를 밝혔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