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뮤지컬에 맞는 영상 디자인은 쉬운 과정이 아니다. 무대 디자인과의 충분한 소통 뿐 아니라, 음향과 조명 등과의 협업도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관객들의 상상력을 충족시켜줘야 하기 때문에 영상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최근 막을 내린 뮤지컬 ‘신과 함께’는 주호민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면서 만화 속 세상을 실제 모습처럼 완벽히 구사해 많은 이들의 극찬을 받았다. 지름 17m의 둥그런 무대는 윤회사상을 상징했을 뿐 아니라, 80㎡의 LED 수평 스크린을 삽입한 것은 국내 최초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정재진 영상 디자이너에 따르면 기존의 뮤지컬 무대는 영상을 사용할 때 세트 위에 프로젝터라고 영상 이미지를 투사하는 프로젝션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프로젝션을 사용하면 바닥에 영상을 투사하면 배우의 그림자나 조명의 영향을 받아 보이지 않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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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LED는 어떤 상황에서나 선명한 영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영상이 그리는 지옥의 풍경과 그 안에 있는 배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다. 하드웨어 자체가 조명이라, 배우들이 서 있어도 영상이 안 보이는 일이 없다.
정 영상 디자이너는 “LED는 그 자체로 조명이 되기도 한다. 기존 뮤지컬 무대에서 프로젝션 영상이 이미지를, 조명에 빛을 담당했던 LED는 이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하는 셈”이라며 “바닥을 형성하는 하드웨어까지 LED는 영상, 조명, 세트를 더한 효과를 내게 한다”고 설명했다.
◇영상제작과정
하드웨어디자인을 염두한 영상콘텐츠 소스제작 -> 소프트웨어 출력 -> 하드웨어 송출 -> 영상콘텐츠 가시화
◇공연의 영상특징
물질적인 현실세계(세트구조물) + 비(非)물질적인 영상의 이미지 = 새로운 공간을 생성, 시공간의 확장
‘신과 함께’ 사용 영상기법은 크게 ‘리얼타임 인터액션’ ‘LED 바닥영상, 기차영상’ ‘ 3D 프로젝션 맵핑’ 이렇게 세 가지다.
리얼타임 인터액션(Real-time Interaction)은 실시간 음악연주, 배우의 움직임 등의 변수에 따른 영상콘텐츠의 표현기법이다. ‘신과 함께’에서 저승차사 등장할 때 아우라나, 강림과 혜원맥이 내뿜는 아우라, 움직이는 뱀 때 등의 영상은 모두 이 기법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웹툰 본연의 재미에 영화적인 요소가 더해진 표현기법이다.
LED 바닥영상, 기차영상(고해상도 3미리(mm))는 다양한 형태의 영상을 빛에 간섭을 받지 않고 입체적인 효과로 변형 가능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이다. ‘신과 함께’에서 나타난 지하철 장면은 이 기법을 통해 관객들 앞에 실감나게 구현될 수 있었다. 대화 역에서 저승으로 가는 길은 만화에서나 볼 법할 정도로 독특한 발상이었지만, ‘신과 함께’에서는 이를 실감나게 구현했다.
마지막 3D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은 특징적으로 ‘신과 함께’에서 헬벅스, 헬리포니아, 이승 숲 등 모든 장면에 적용됐다. 대상을 스캔해 크기, 모양, 굴곡 등을 분석한 후, 여기에 정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영상을 프로젝션함으로써 마치 대상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효과를 구현하는 것이다. 지옥지만 그 곳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며 부딪히며 산다는 것을 나타낸 장면은 프로젝션 맵핑 기술이 쓰인 것이다.
특히 ‘신과 함께’는 장면을 전환할 때 암전이 아닌 영상을 프로젝션함으로써 무대전환노출이 되지 않도록 했다. 덕분에 관객들은 무대 디자인인지 영상 디자인인지 눈치 채지도 못할 정도로 극에 빠져들 수 있었다.
정 영상 디자이너는 이에 대해 “전환용 영상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발상기법으로 새로운 전환을 보는 재미를 관객들에게 줄 수 있었다. 김광보 연출가 또한 암전 대신 새롭게 사용하는 전환영상기법 효과를 새롭게 발견하게 됐다”며 “‘신과 함께’에서의 전환영상 콘셉트는 지옥의 살벌한 느낌을 추상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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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모든 시각적 영상 효과들은 원작에 충실하고자 했고, 원작의 지옥 스토리텔링을 시각화해 표현했다”고 설명하며 “극 중 김자홍과 진기한, 염라대왕이 셀카를 찍는 장면이나, 강림과 저승차사의 장면 등은 배우들과의 아이디어로 나온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정 영상 디자이너는 또 “무대는 배우, 조명, 영상 모든 요소다. 세트는 세트이기 때문에 세트와 조명을 대체 할 수 없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분업화 전문화되어 무대미술하면 ‘세트전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모든 요소’를 말하기 때문에, 영어의 세트 디자인(set design)과 같이, 세트라고 따로 말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흔히 무대라고 표현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세트라고 따로 말해야 하고, 전체 미장센을 뜻하면 무대미술이라 표현해야 한다는 설명.
영상 디자인은 하드웨어 디자인, 즉 영상을 구현하기 위한 장치를 선택하고 공간을 구성하는 일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또 영상을 세트에 비쳤을 때 효과를 가장 잘 이해하고 상상할 줄 알아야 한다. 때문에 ‘신과 함께’는 무대 디자인과 조명이 아닌 앞으로의 ‘영상 디자인’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구현해 낼 수 없는 장면의 협소함을 해소시켜주고, 극의 재미를 한껏 높였을 뿐 아니라, 무대바닥에 표현된 영상효과기능은 조명, 세트, 영상의 3가지 효과를 갖는 LED 영상을 통해 최초로 구현되었기 때문이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