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섹이 과학저술가 조너선 애덤스와 함께 쓴 이 책은 환경 보호와 경제 성장이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증명한다. 남태평양부터 캘리포니아, 안데스와 뉴욕까지 종횡무진하며 환경파괴가 가져오는 자연의 가공할만한 역습과 이를 극복하기위한 노력을 지상중계하는 책이다. 투자은행 출신 답게 애널리스트의 용어를 빌려온다. 수익률 최대화, 자산 투자, 위험 관리, 다각화, 혁신성 제고…. 이를 통해 자연 보호가 제조, 금융, 농업 등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활동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기업을 적대시하는 강경한 환경운동가와 달리 그는 자연을 보호하는데 있어 정부보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더 긍정적인 일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선거나 당파 싸움으로 인해 단기적 계획과 투자에 그치지만 기업은 이익을 위해 기민하고,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이야기는 코카콜라부터. 2011년 카를로스 살라자르 코카콜라 최고경영자는 환경과학자들과 만나 물었다. “물을 만들고 싶다면 현존하는 숲을 보호해야합니까, 아니면 벌목된 숲을 복구해야합니까? 자연보호에 1달러를 쓸 때마다 저는 얼마나 많은 물을 얻게 됩니까?” 코카콜라를 운영하는데 제일 중요한 건 물을 확보하는 것이었고, 자연은 곧 자본이었다. 이런 고민에는 사연이 있다.
1999년 인도 케랄라주. 쌀과 코코넛을 재배하던 이 마을에 코카콜라가 16만㎡의 음료공장을 세우자 마을의 우물이 말라버렸다. 2005년 법원은 코카콜라가 물부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판결을 내렸지만, 회사의 평판은 돌이킬 수 없었다. 미국과 유럽 대학생들은 불매 운동에 통참했고, 코카콜라는 기업이 호감을 잃는 것은 순식간임을 배우게 됐다. 2007년 코카콜라는 자사가 사용하는 물을 자연과 공동체에 돌려주겠다는 ‘재충전’ 캠페인을 맹세했고, 자연에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탄소 발자국과 비슷한 용어인 물 발자국 개념이 있다. 콜라 1리터를 만드는데 제조와 세척, 병제작, 설탕재배에 드는 물까지 총 212리터의 물 발자국이 필요하다. 면셔츠 한장에는 2500리터, 쇠고기 1파운드에는 7571리터의 물이 든다. 심지어 2004년 미국의 1인당 물 발자국은 세계최대수준으로 247만리터 이상이었다. 이는 수영장 하나를 가득 채우는 양이다. 물 발자국은 기업들이 물자원을 얼마나 낭비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 문제가 대두되면서 자연보호 문제를 선구적으로 인식하는 기업이 나오기 시작했다. 2010년 리바이스는 워터리스 라인을 소개했다. 청바지의 질감을 좋게하기위해 여러번 세탁하던 방식을 바꿔 42리터에 달아던 물 발자국을 최고 96%까지 줄인 것이다.
물부족 문제는 해법이 복잡하다. 석유값이 오르면 사람들은 차와 난방의 이용을 줄이지만, 물값은 자연스럽게 공급량 조절이 되지 않는다. 물값을 올리면 일부 사람들이 물을 덜 쓰긴 하겠지만, 농부들은 농사를 포기해 식량 부족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종종 받는 공격적인 질문은 왜 환경 단체가 기업과 일하냐는 것. 그의 대답은 늘 같다. 기업의 환경 발자국이 더 클수록, 기업이 행동을 바꿈으로써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가능성도 더 크다는 것. 몇몇 기업은 홍보를 위해 겉으로만 환경 운동을 지지하는 ‘그린워싱’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덧 많은 기업들이 자연을 보호함으로써 상품의 제작 및 공급 과정에서 위험을 관리하고 저비용을 유지하고 핵심 자산을 지키고 있다.
세계 2위의 화학기업 다우 케미컬은 1996년 텍사스에 화학공장을 지으면서 하수 처리 설비를 만들기로 했다. 콘크리트를 쏟아부어 만든다면 4000만 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한 공학자가 대담한 해법을 제시했다. 습지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다. 비용은 140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후 야생동식물 서식지가 된 습지는 하루 약 1900만 리터의 물을 처리했다. 다우 경영진이 습지를 만들기로 한건 법이나 규제, 홍보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가장 경제적 결정이었다. 이 결정은 다우를 자연 보호의 동반자로 인식케 하는 막대한 무형의 가치를 선물했다. 3M, 듀폰, 제너럴 밀스, 캐퍼필러 등 수많은 기업이 자연 가치에 어떤 투자를 하는지 이 책은 전세계를 무대로 소개한다.
저자는 자연을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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