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Mnet ‘댄싱9’이 끝난 이후 조금이라도 더 알려진 후, 시간이 되는 우리들이 모여 ‘우리가 원래 했던 무용을 보여주자’ 취지에서 모였습니다. 우리가 꿴 첫 단추가 부족할 수 있지만, 대중에게 있어 쉽고 착한 무용을 보여드리기 위해 고민 중입니다”(‘최수진: 더 시크릿’ 우현영 예술 감독)
조금 더 쉽고 착한 무용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우현영 예술 감독의 설명과는 달리 15일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펼쳐진 ‘최수진: 더 시크릿’(이하 ‘시크릿’)의 무대는 모호하고 머리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 무용이었다.
‘시크릿’은 극을 관통하는 하나의 큰 흐름을 가지고 1시간 동안 현대무용, 발레, 비보이, 하우스 장르 등 다양한 무용을 어울러 만들어진 무용극이다. 이렇다 하고 정해진 줄거리는 없다. 굳이 설명을 하자면 ‘비밀을 감춘 여자’와 ‘비밀의 여자’인 두 여자와, 그리고 비밀을 알려고 하는 남자와 비밀이 된 남자, 비밀의 상처가 된 남자, 비밀을 만든 남자 총 다섯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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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정일구 기자 |
시크릿(Secret)이라는 제목처럼 극은 ‘비밀’이라는 큰 소재를 중심으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공연장에 들어선 순간 가장 먼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패션쇼 런웨이 무대를 연상시키는 T자형 무대이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불빛이 꺼지고 T자형 무대 위에 한 여자가 등장한다. 여자의 몸을 둘러싼 비늘을 뚫고 무대 끝으로 걸어 나온 여자는 아내 출입 문 밖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이후 다섯 명의 남성 댄서가 출입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존재감을 알리고, 남성들이 사라지자 여자는 다시 등장한다. 혼자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는 존재를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여자가 등장하면서 이들은 서로가 서로의 그림자인 것처럼, 혹은 숨겨야 할 마음속의 비밀인 것처럼 대립하는 몸짓을 보여준다. 한동안 대립한 두 여자는, 먼저 등장한 여자가 나중에 등장한 여자의 입을 가리면서 문 밖으로 사라진다. 마지 ‘비밀을 말하지 말라’는 듯 말이다.
다시 나타난 다섯 남자는 여자의 비밀을 찾는 듯 움직이고, 공연장을 누빈다. 댄서들이 무용을 펼치는 공간은 무대뿐만이 아니다. 공연장 자체가 하나의 무대가 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던 여자와 남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만나게 되고, ‘비밀’에 대한 서로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관객들을 ‘모호’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날의 공연에 대해 우현영 예술 감독은 “‘시크릿’은 30대 초반의 안무가 최수진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공연이다. 사실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만큼 정답은 없다”며 “제게 있어서 ‘시크릿’은 가슴 아프고 짠한 공연이었다. 저의 30대와 최수진의 30대를 비교해 보면서 수진이와 함께 울고 웃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참 예쁘고 아름답고 슬프게 봤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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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정일구 기자 |
전체적인 안무 및 공연을 이끌어간 최수진은 ‘시크릿’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비보이, 하우스, 현대무용, 발레 등 한 시간, 한 작품에 다양한 댄스를 끌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한 가지 스토리로 녹아내릴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두 명의 여자를 큰 주제로 다섯 명의 남자들이 시각적인 형식으로 스토리를 풀어냈다”며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바로 공간이다. 어떻게 하면 이 공간을 살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최대한 조화롭게 만들 수 있을가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을 먼저 선택한 다음, 그에 어울리는 무대 설치와 안무를 생각했다고 말한 최수진은 “언더스테이지를 처음 보는 순간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뉴욕의 창고, 숨기고 싶은 장소, 그리고 무엇인가 일이 일어날 것만 장소라고 느껴졌고, 이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면서 누구나 하나 쯤 숨기고 싶은 ‘비밀’이라는 영감을 받았다”며 “우리가 숨기고 싶은 것이 뭘까 생각을 했다. 이번 공연의 부제가 있는데 바로 사랑(LOVE) 돈(MONEY) 그리고 거짓말(LIE)이다. 이 세가지 부제가 ‘시크릿’이라는 연결고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모든 분들이 비밀 하나 있으니 공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시크릿’은 전반적으로 불친절한 공연이다. 명확한 스토리도, 설명도 없이 상징적인 요소들로 극을 이끌어가다 보니, 공연을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시크릿’이 어렵고 불친절하다는 것은 안무가인 최수진 역시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최수진은 “작품의 의도나 내용이나 공연에 대한 정보를 관객 여러분들이 미리 자세히 알고 와주시면 더 좋을 텐데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급하게 진행된 부분이 있었다.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컬쳐 김수로의 첫 번째 작품으로 선정이 되면서 시간적으로 촉박했다. 다음 번 무대를 올릴 때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시크릿’은 7월16일부터 19일까지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