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막을 내린 뮤지컬 ‘데스노트’ 도쿄 공연은 밋밋했다. 일본 배우들의 가창력이 문제였다.
그러나 한국 스타 배우들이 출연한 성남아트센터 공연(8월 15일까지)은 차원이 달랐다. 김준수, 홍광호, 정선아, 박혜나, 강홍석의 열창이 드라마를 입체적으로 살려냈다. 그들은 섬세하고 진지한 연기로 만화 원작의 유치함을 지웠다.
최근 런던 웨스트엔드 ‘미스 사이공’에서 활약한 홍광호는 우연히 ‘데스노트’를 주워 악인들을 처단하는 천재 고교생 ‘라이토’ 를 맡아 선악을 넘나들었다. 순수한 고교생이 오만한 살인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김준수의 특유 금속성 음색과 괴짜 명탐정 ‘엘’ 배역의 조화도 훌륭했다. 그는 혼신을 다한 노래로 라이토와 치밀한 심리전을 펼쳤다.
죽음의 신 ‘렘’ 역할을 맡은 박혜나, 죽음의 신 ‘류크’ 배역을 맡은 강홍석의 카리스마도 넘쳤다. 인기 가수 ‘아마네 미사’ 역의 정선아 역시 똑똑한 연기와 노래로 존재감을 발산했다.
일본 연출가 쿠리야마 타미야는 “한국 배우는 비극과 희극을 온 몸으로 전한다. 노래 또한 작은 속삭임부터 강한 리듬의 비트까지 마치 생명체처럼 격렬하게 움직이며 그 울림이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고 극찬했다.
가창력이 뛰어난 한국 배우는 외국에서 생명을 다한 뮤지컬도 살려낸다. 국내 배우 수준은 이미 뉴욕 브로드웨이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뮤지컬 ‘팬텀’ ‘맨오브라만차’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모차르트’ ‘지킬앤하이드’ ‘드라큘라’ ‘지킬앤하이드’ 등은 한국 배우의 힘과 무대 기술진의 경쟁력으로 다시 태어난 작품들이다. 무대 세트와 의상을 완전히 바꾸고 때로는 음악 편곡 과정을 거쳐 한국형 뮤지컬로 부활한다. 요즘 외국에서 수입했지만 철저하게 한국 관객 입맛에 맞춰 개작한 뮤지컬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미 검증받은 음악과 스토리를 선택하되 재해석과 현지화 전략, 최적 캐스팅으로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는 “단순히 외국 라이선스 뮤지컬을 수입해 그대로 무대에 올리는 것보다 한국 시장에 맞게 변형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활발하다. 스테디셀러 ‘레 미제라블’도 프랑스에서 실패했지만 카메론 메킨토시가 재창조해 영국에서 성공시킨 작품이다
전작의 단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가치를 찾는 작업을 통해 뮤지컬 산업이 발전해왔다”고 설명했다.
26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공연하는 ‘팬텀’은 무대 세트와 의상을 새롭게 제작했을 뿐만 아니라 노래 4곡을 추가했다. 오페라극장의 유령 ‘팬텀’의 풍부한 하이 바리톤 음색과 소프라노 ‘크리스틴 다에’의 고난도 기교를 최대한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다. 성악을 전공한 세계적인 소프라노 임선혜와 김순영, 임혜영의 절창이 배역을 제대로 살려냈다. 팬텀 역시 성악을 전공한 류정한과 카이, 발라드 가수 박효신이 맡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팬텀은 공연 내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절대적인 존재감과 감정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섬세한 연기와 최상의 가창력이 필요하다.
무대와 의상도 호평을 받았다. 3층 구조 웅장한 무대 세트와 전구 400여개로 장식한 오페라하우스 샹들리에로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 풍경을 재현했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30일부터 디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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