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 평소에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1년에 딱 한 번 숨지 않고 우리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인데…”
지난 9일부터 시작된 제 16회 퀴어문화축제 기간 동안 만난 한 소녀는 자신들을 향한 비난에 한숨을 내쉬었다.
2015년 퀴어문화축제는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다. 2000년 1회 퀴어문화축제로 처음 시작해 올해 15주년이 됐다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전까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개막식을, 그것도 서울의 중심인 서울광장에서 진행하게 된 것이다. 퀴어문화축제에 있어 ‘서울광장’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장소이다. 이전까지 단 한 번도 동성애와 관련한 행사가 열린 적이 없었으며, 행사를 위해 여러 번 광장신청서를 내야 했으며, 반대세력에 부딪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이다.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9일 서울광장은 말할 것도 없고, 덕수궁과 대한문, 서울시청, 청계청광장 등은 축제를 반대하는 기독교 및 학부모, 반대단체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평소에도 조용할 날이 없는 서울광장 일대는 이날 각종 찬송가 소리와 기도소리, 그리고 퀴어문화축제를 규탄하는 목소리 등이 뒤섞이는 등 ‘소란스러움’ 그 자체였다. 이른바 퀴어문화축제의 개막을 반대하기 위해 서울광장에 도착한 사람들은 ‘돌아와 기다릴께’ ‘동성애는 치료될 수 있다’ ‘동성결혼 절대 반대’ 동성애 반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예배와 기도회, 퍼포먼스 펼치는 등 온 몸으로 결사반대를 표했다.
개막식이 시작되고 공연이 본격화되면서 앞선 소리와 함께 음악소리까지 가세하면서 일대의 소음은 귀가 얼얼해 질 정도로 거세졌다. 경찰들의 바리게이트 속에서 진행된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 이들은 자신들을 반대하는 세력들을 반대하는 이들에 대해 반박했고, 이에 약이 오른 이들은 더욱 목소리를 높이며 행사에 대해 규탄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세력과 이에 맞서는 세력이 만나다보니 광장 곳곳에서는 충돌이 일어났다. 반대집회에 참석한 A씨는(57세) “동성애를 조장하는 축제라니 정말 말세다. 동성애는 죄악이며 충분히 국민들이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이다. 동성애는 음란함으로 가는 죄”라고 강조했으며, 또 다른 이는 “퀴어문화축제 반대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하게 행사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이다. 비정상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를 나쁘다고 말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또 다른 억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동성애는 치료될 수 있다” “자녀들을 돌아와라” “남자 며느리, 여자사위는 받아드릴 수 없다” 등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동성애 문제와 함께 따라오는 에이즈문제도 논란거리 중 하나였다. ‘에이즈 환자 1명당 한 달에 300만원, 1년에 3600만원의 치료비 전액을 국가에서 지원해 주고 있다. 이 모든 치료비는 국민의 혈세’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는 이에게 다가간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는 “에이즈 환자가 사회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보는가. 당신들은 에이즈 환자를 일을 하는 구성원으로 받아드릴 수 있는가. 돈도 벌지 못하도록 배척하면서 치료비까지 반대하는 건, 에이즈 환자는 침대 위에서 죽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항의했다.
경찰들의 보호 속 행사장 안에 들어선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은 행사를 반대하는 이들을 향해 ‘혐오세력’이라고 칭하며 분을 터뜨렸다.
행사에 참석한 A씨(여, 23세)는 “성소주자를 지지하기 위해 참석했다. 작년에도 축제에 참석했는데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고 속상해 했으며, B씨(여, 18세) 역시 “저와 같은 성적 취향을 가진 이들과 만나고 이야기 하고 싶어 이 자리에 왔다. 올해 처음 왔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과격한 단체에 정말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행사에 참석한 가족도 있었다. C씨(남, 32세)는 “난 동성애자도 아니고 양성애자도 아니다. 하지만 사람에 있어 편견과 차별을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아내 역시 그 의견에 동의해 아내와 아이, 세 식구가 함께 오게 됐다”고 말했다.
D씨(남, 25세)는 “혐오세력들은 동성애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동성애는 정신적 결함이나 후천적 환경에 의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될 수도 없고 치료의 대상도 아니다. 오히려 치료의 명목으로 학대를 받는 이들도 많다”며 “우리는 편견과 혐오를 넘어 사랑하고 저항해 나갈 것이다. 퀴어문화축제는 그 자체로도 이미 혁명이며 민주주의의 지평이 넓어지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본다. 2015년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 가장 큰 기여자는 퀴어다”라고 강조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