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혜경궁 홍씨’는 연극의 생생함과 담담함을 전하지 못했고, 스크린에 담겼지만 영화라고 규정짓기도 어려웠다.
연극 ‘혜경궁 홍씨’는 2013년 국립극단 레퍼토리 창작희곡 무대에서 초연을 올린 뒤 작년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공연됐던 작품이다. 정조의 어머니이자. 사도세자의 아내, 영조의 며느리로 살았던 혜경궁 홍씨의 기구한 삶과 그의 과거 회상을 몽환적으로 담아냈다.
DnC Live(Drama & Cinema Live)라는 수식을 달고 영화로 제작된 ‘혜경궁 홍씨’는 국립극단에서 촬영한 모습을 담았다. 덕분에 연극에서 볼 수 있는 암전이나 장면 전환, 배우들의 등장과 퇴장 등은 볼 수 없으나, 먼발치서 볼 수밖에 없었던 배우들의 생생한 표정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 사진=포스터 |
이날 밤, 혜경궁 홍씨는 사도세자의 혼령과 마주하는 데 이어, 과거를 회상하며 그의 삶을 되짚는다. 사도세자와 혼례부터 영조와 사도세자의 팽팽한 긴장감, 외도를 하는 사도세자의 모습까지, 극은 인물과 인물이 만들어내는 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낼 뿐 아니라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또, 사도세자가 뒤주가 갇혀 죽는 과정을 기묘하게 담아내며, 영조와 사도세자들의 형제 등의 혼령을 접하는 혜경궁 홍씨의 모습은 긴장감에 몽환적인 느낌이 더해진 재미를 선사한다.
↑ 사진=영화사 숨 |
또 중간 중간 들리는 잡음과 입이 맞지 않는 배우의 노래, 흔들리는 배우들의 모습 등은 연극을 스크린에서 볼 이유에 대한 타당성을 잃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무대에서 장소의 협소함을 탈피하기 위한 회전무대는 오히려 극의 긴장을 무너뜨린다.
‘혜경궁 홍씨’는 연극이라고 하기에는 담담함과 생생함이 소멸됐으며, 영화라고 하기에는 공간의 활용이나, 극의 긴장감이 턱없이 부족했다. 연극을 카메라를 통해 보는 것 같은 허술함은 DnC Live라는 의미에 대해 되묻게 한다. 연극을 영화가 가진 힘을 통해 새로운 장르로 재탄생시키고자 한 의도와 달리 이도저도 아닌 어설픈 기록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