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자신의 팬을 향해 쓴 소리를 남기면서 논란의 중심에 올랐던 배우 조승우. 조승우의 일침은 차별에서 비롯된 팬 기만의 결과물이었을까, 아니면 누구도 하지 못한 말을 속 시원하게 내뱉은 소신의 결과였을까.
이 같은 논란은 어린이날을 하루 앞 둔 지난 5월4일 조승우의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이하 ‘조승우갤’)에 영상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문제의 영상은 하루 전인 5월3일 광주에서 열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퇴근길 풍경을 담은 것이다. 영상 속 조승우는 자신의 퇴근을 기다린 팬들을 향해 “왜 갤(‘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서는 이름(실명)으로 활동 안 해요? 갤에서는 왜 욕을 해요? 갤 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영상을 접한 조승우갤을 활용하는 회원은 크게 분노했고, 논란이 일자 조승우는 조승우갤을 찾아가 댓글을 통해 “내가 견디기 힘든 건 이곳의 이중적인 모습 때문이다. 아무리 새로운 문화라고 하지만 나는 욕이 난무하는 이곳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며 “이곳이 내 안티갤러리가 돼도 상관없다. 단 나만을 욕한다면 다 받아들일 수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배우라 미안하다”고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조승우의 글을 접한 회원들은 격렬하게 항의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신발언’ 혹은 ‘경솔한 팬 차별’로 의견이 갈리면서 이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게 된다. 해당 글을 접한 일부 조승우갤 회원들은 실제 조승우임을 증명하라 요구했고, 이애 조승우는 친필로 적어내린 손편지를 남기며 자신임을 인증했다.
“광주 공연 퇴근길에 상처 받았다면 죄송하다”는 말로 포문을 연 조승우의 손편지에는 “그리고 제가 말씀드린 ‘처음부터 함께 해 온 팬’이란 무명일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응원해준 팬카페를 말씀 드린 것이다. 나를 좋아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방법은 팬카페나 갤 말고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다시 한 번 나로 인해 상처 받으신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적혀있었다. 이른바 자필 사과문을 적어 내려간 조승우 였지만 그 와중에도 조승우갤을 향한 지적은 사과문에도 여전히 남아있었다. 글 맨 마지막에 “갤에 대한 내 마음은 변치 않으며 예전에 카라에 후원해주신 것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렇게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 부디 욕하지 말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라는 한 마디가 들어간 것이다.
계속되는 조승우와 조승우갤 회원과의 마찰은 언론에 공개됐고, 이를 접한 많은 일반 대중들은 이내 해당 논란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쳤다. 해당 사건을 보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 가운데,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조승우의 언행이 성급했으나, 욕설을 반복했던 조승우갤의 회원들 역시 잘한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5월6일 ‘조승우 갤’ 회원들은 “저희가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고 사과드리며, 왜곡 및 변형되어 알려진 사실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자 한다”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올리게 된다. 이들은 조승우와 마찰을 빚게 된 이유에 대해 조승우가 출연하는 작품에 대한 특정 팬카페의 단체관람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해 단관문제를 지적하는 ‘조승우 갤러리’ 회원 119명이 실명으로 탄원서를 작성해 소속사에 전달했지만 단관 특혜에 대한 답변은 없었으며, 여전히 문제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련의 사태 중 조갤에서도 최근 이틀간 지나치게 과열된 틈을 타 이러한 욕설과 비방이 있었던 점은 인정하며 그동안 자체정화를 통해 더 많이 걸러내지 못한 부분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배우 개인에 대해서도 그간 조갤러들 입장에서는 익살이나 해학이라고 생각됐던 여러 표현들이 불쾌하게 받아들여진 것을 알게 된 이상 이 시점에서는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고, 이틀간의 사태에서 조갤러들이 받았을 실망과 상처 이상으로 배우 본인도 깊은 상처를 받았을 것으로 생각되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서로에게 사과글을 올리면서 일단락 됐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만큼 해당 문제는 여전히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의 형태로 남아있는 형국이다.
이를 지켜보는 대부분의 뮤지컬 업계 관계자는 “언젠가는 터질 일들이었다. 갤 회원들은 해당 논란의 원인을 조승우가 특정 팬들에게 단관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차별에서 갈등을 찾는데, 물론 이 같은 문제가 아예 없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익명성이 보장된 갤러리에서 드러난 수위 높은 욕설 문화 그 자체에 있다고 본다”며 “조승우 외에도 갤에서 이뤄지는 강도 높은 욕설에 상처를 입은 배우들을 종종 보았다”고 입을 모아 증언했다.
이에 반하는 팬들의 입장 역시 강경하다. 한 조승우 갤 회원은 “그동안 조승우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다소 과격함은 있을지언정,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여러가지 서포트를 해왔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준비한 이벤트는 일절 받지 않았으면서, 해당 카페에서 준비한 이벤트는 받아주었다”며 ”이라며 “과거 공식팬클럽에 배우가 특혜를 주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런 관행은 카드사 단관 형태가 등장하면서 이제 없어지는 추세다. 상황이 이러한데, 조승우 측에서 첫공과 막공의 1~3열의 자리를 특정 팬카페의 회원들에게 빼준다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며, 이는 타 팬들 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에게 있어 좋은 좌석들을 예매할 권리를 빼앗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회원은 “욕설문화 지적 역시 그냥 그 자리에서 ‘욕하지 말고, 실명을 쓰면서 잘지냈으면 좋겠다’는 정도만 얘기해도 충분했을 것”이라며 “공연을 보기 위해 힘들게 지방까지 간 팬들에게 손을 들어보라고 한 뒤 면박을 준 것은 정말로 화가 나고 창피했다”고 토로했다.
현재 많은 이들은 조승우의 논란과 관련해 ‘팬 차별’ 보다는 온라인게시판에서 벌어진 익명을 바탕으로 하는 커뮤니티의 거친 문화를 갈등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물론 해당 문화를 지적하는 조승우의 태도가 모두 잘 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차별로 인해 화가 난다고 한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향한 도 넘은 욕설은 쉽게 용납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무리 익살과 해학이라고 주장을 해도, 받는 이가 불쾌하다면 이는 충분히 언어폭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
조승우의 행동을 놓고 여전히 ‘팬 차별’인지 아니면 ‘욕설문화를 향한 강단 있는 소신’인지 정확한 답은 내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받은 조승우와 조승우갤 회원들의 거리는 급격히 틀어졌다는 것이다. 격렬한 다툼, 그리고 그 끝에는 상처만 남았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