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안성은 기자] 아프리카 TV 방송을 진행하는 BJ(Broadcasting Jockey)들의 특징 중 눈에 띄는 점은 소통이 자유롭지만, 동시에 갇혀있다는 것이다.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시청자들과 소통하지만, 시청자들과 직접 만날 기회는 많지 않다. 대부분이 모니터 속에 갇혀 사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러한 ‘폐쇄성’이 적용되지 않는 이들도 있다.
바로 ‘춤추는 곰돌’과 그의 동료들의 이야기다.
‘춤추는 곰돌’은 매주 토요일이면 거리 공연으로 팬들을 만난다. 날씨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매서운 칼바람도 몰아치는 눈과 비도 그들에게는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한결같은 마음과 열정으로 매주 토요일 팬들을 만나 ‘진짜 소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열일곱 살 때부터 일을 시작했어요. 집에 빚이 있었는데 스물네 살까지 일을 하며 그 빚을 다 갚았죠. 개인 사업을 하고 사장이 된 후에 스트레스를 점점 더 많이 받게 됐어요. 일상의 탈출구를 찾던 중 지금은 운동화 브랜드 ‘스베누’의 대표로 유명한 소닉에게 아프리카 방송을 추천 받았어요. 그렇게 해서 얼떨결에 방송을 시작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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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춤추는 곰돌 방송 캡처 |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아프리카 방송을 접할 수 있는 지금과 달리 그가 방송을 처음 시작했던 시기에는 일부 BJ를 제외한다면 PC로만 방송을 접할 수 있었다. 때문에 방송 초기 그의 춤을 보던 이들은 열 명 남짓이었다. 소수의 시청자들이 보는 방송이기에 접을 수도 있었지만 시청자 수, 별풍선 유무를 신경 쓰지 않은 채 소신을 이어갔다. 그리고 현재 그는 베스트 BJ에 오르기도 하며 ‘아프리카 TV’ 대표 ‘춤 BJ’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춤으로 베스트 BJ에 오른 그이지만 제대로 춤을 배운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어린 시절 덩치도 크고 운동을 했어요. 춤은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죠. 그래서 제가 추는 춤들은 대부분이 춤추는 곰돌만의 스타일이 있어요. 그리고 매주 선보이는 야외댄스 역시 저와 제 팀원들만이 선보이는 방송 스타일이죠.”
그는 자신에 대해 “춤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 전문가가 아니다. 때문에 춤을 전문적으로 했던 친구를 팀장으로 영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춤추는 곰돌은 최근 달샤벳 우희와 함께 방송을 할 만큼 인정을 받고 있다.
“사실 저를 향한 악플, 제 춤을 향한 악성 댓글도 꽤 있어요. 그런데 크게 개의치 않아요. 어쨌든 저는 춤을 좋아해서 추는 것이고 ‘춤을 춘다’는 행위 자체가 제게 중요한 것이거든요. 오히려 진짜 춤을 제대로 배운 전문가들은 섣불러 타인에 대한 비난을 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보는 사람들이 즐거운 춤을 꾸준히 출 예정이에요. 팝핀 현준과도 친한 사이인데 그 형이 언젠가 제게 ‘네게 배울 점이 있다’는 말을 하시더라고요. 그거면 됐어요.”
사실 춤추는 곰돌이 굳이 아프리카 방송을 ‘업’으로 삼을 만큼 상황이 열악한 것은 아니다. 현재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그는 “수입은 아마 제 사업에서 나오는 게 더 많을 거예요. 그래서 거리공연을 하거나 팬들을 만날 때 ‘투자’하는 것에 돈을 아끼지 않아요.”라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가 방송을 이어가는 것은 시청자와의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거리 공연 역시 춤추는 곰돌의 방송을 시청하는 이들과의 약속이었다.
“힘든 순간도 많았어요. 취객들과의 충돌도 있었고, 공연을 보는 관객을 향해 시비를 거는 행인들도 더러 있었죠. 하지만 ‘아프리카 방송=선정적’이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별풍선을 위해서는 아니었어요.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내 춤으로 인해 더 행복하길 바랐죠. 그리고 그 진심은 저를 행복하게 만들었어요. 2012년 까지는 방송을 하며 욕을 많이 먹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진정성을 봐주시더라고요.”
방송, 시청자들을 위해서라면 하늘에 별이라도 따줄 듯한 그였다. 하지만 아프리카 TV를 통해 대중을 만난다는 것은 결국 사생활의 노출을 의미했다. 그 역시 방송 후 갖은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집을 공개했더니 집을 털어가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스토킹을 당한 적도 있고, 술을 마신 여학생이 절 찾아온 적도 있어요. 처음엔 그런 일들을 비롯해 저를 향한 시선들이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지금은요? 즐기고 좋아하는 편이죠. 보는 눈이 많다보니 클럽 같은 ‘유흥 문화’도 끊었어요. 회사, 집, 연습실을 반복하죠.”
앞서 언급했듯 그는 개인 사업을 통해 집안의 빚을 모두 갚고 가장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 이면에는 춤추는 곰돌의 남다른 ‘효심’이 있기도 했다. 그는 스물 두 살의 겨울, 해외에서 공연을 할 기회를 얻었다.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그에게 전해진 것은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비보였다.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당일,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요. 의사가 ‘산소호흡기를 떼야 한다’고 말했고, 제 손으로 호흡기를 떼야 했죠. 그 후에 춤을 멈췄어요. 방송을 시작하고 춤을 다시 춘 후에 팔에 문신을 하나 남겼어요. ‘내 부모님을 위해 춤춘다’는 뜻의 문신이었어요. 저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은 문신에 대해 ‘과시용’이 아니냐는 말을 했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를 향한 제 진심이었어요.”
그가 꽤 무덤덤하게 넘기는 ‘악플’ 역시, 가족이 연결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악플러에 대한 고소를 두 번 진행한 춤추는 곰돌. 두 번의 고소는 모두 어머니를 욕한 이들에 대한 것이었다.
“시청자도 중요하지만 제가 춤을 다시 출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 덕분이에요. 그런 부모님을 욕보일 수는 없어요.”
그는 햇수로 4년 째 ‘춤추는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정맥류 수술마저 포기한 채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부와 유명세를 모두 얻었으니 슬슬 방송에 대한 ‘회의감’을 보일 법도 하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춤’ ‘방송’이 큰 존재였다.
“춤으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거에요. 춤이 제게 있어 가장 중요한 콘텐츠죠. 아프고 힘들지만 절 봐주는 시청자가 있다면 계속 해야죠. 그만 둘 생각은 없어요.”
안성은 기자 900918a@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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