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도원경은 ‘성냥갑 속 내 젊음아’ ‘다시 사랑한다면’ ‘이 비가 그치면’ 등의 주옥같은 곡으로 강렬함과 애절함으로 마음을 울리는 가수다. 그런 도원경이 뮤지컬 ‘꽃순이를 아시나요’에서는 한 여인의 삶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뮤지컬 ‘꽃순이를 아시나요’(이하 ‘꽃순이’)는 주인공 순이의 20대에서 70대까지를 그리며 한 여인의 사랑, 꿈, 고난, 행복 등을 나타낸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는 ‘빗속의 여인’ ‘님은 먼 곳에’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다시 사랑한다면’ ‘사랑이 사랑을’ 등의 곡이 스토리를 이끌어, 드라마를 보는 동시에 추억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도원경은 ‘꽃순이’에 대해 “첫사랑과 옛사랑을 떠올릴 수 있는 노래와 그 당시 엄마의 헌신하는 모습이 담겨있다”며 “순이는 아빠 병원비, 동생 학비를 위해 공장 일을 하고, 또 결혼을 하지만 남편을 여읜다. 그런 그가 살아갈 만 할 때에는 알츠하이머에 걸리게 된다”고 작품의 줄거리를 설명하며 애달픈 표정을 지었다.
“‘꽃순이’ 중 가장 와 닿는 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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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이주영 |
때문에 극 중 ‘다시 사랑한다면’에는 ‘꽃순이’의 드라마가 입혀졌다. 같은 도원경이 부르는 노래지만, 원곡보다 왠지 더 공감이 가고 안타깝다.
하지만 도원경은 극 중 가장 와 닿는 곡은 자신의 노래가 아닌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을 꼽았다. 그는 “필름처럼 지나가는 기억을 되짚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장면이다. 할머니 분장을 하고 부르는 장면인데, 정말 와 닿아 눈물이 막 나더라”며 “이 작품의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노인 연기, 정말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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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대 시절보다 확실히 나이든 노인의 연기가 쉽지 않다”며 “요즘은 70대도 정정하지 않은가. 게다가 아직 겪어보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표현을 하면서 표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도원경은 밝은 목소리를 내보이며 “내가 아직 정신연령이 낮다. 20대 초반 사회생활 없이 음악만 하다보니까 아직 그 감성이 남아있어 공감이 간다”며 20대 연기에 대한 즐거움을 나타냈다.
특히 그는 극 중 춘호 역의 권인하와 김필을 언급했다. 도원경은 “권인하는 아빠 같은 춘호라면 김필은 까불까불한 춘호”라며 “다르게 표현하는 두 배우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게 드러났다.
“여자 서태지, 이제 편하게 대중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고파”
도원경은 음악활동만 할 뿐 대중들에게 가깝게 다가오지 않은 뮤지션이었다. 그는 “한때 여자 서태지라고 불릴 정도로 두문불출했다. 로커 이미지로 스스로를 가뒀던 것 같다. 음악만 하고 말수도 적은 편이었다”며 ‘바꿔야지’라고 생각으로 변화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도원경은 “팬들이 ‘성냥갑속의 추억’과 ‘다시 사랑한다면’으로 날 기억하더라. 곡을 언급하는 분들에게서 세대차이가 난다. 젊은 분들은, ‘다시 사랑한다면’을 좋아한다”며 “방송 출연이 없어도 팬들이 얼굴은 몰라도 내 이름을 알더라. 정말 신기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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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경은 “많은 사람들이 강한 인상으로 욕심이 많을 것으로 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욕심은 많지만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음악에 전념했던 시기를 언급하며 시원하게 웃었다.
그는 “로커의 이미지가 있지만, 배우로서의 느낌이 융화돼,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다”고 바람과 함께 중국 진출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많이 늙었어요, 이거 대사에 나오는 말이에요”
도원경은 극 중 흰머리를 붙이고 노인 분장을 하는 것에 대해 “정말 잘 어울린다. 진짜 할머니가 된다”고 말하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그는 “흰머리만 붙였는데도 정말 할머니로 변신한다. 머리만 두 갈래로 묶어도 느낌이 변하지 않는가”라며 ‘저도 많이 늙었어요’라고 자연스럽게 말을 하더니 “이거 대사다. 일상생활에 대사를 녹여서 하려고 한다”고 말해 극에 얼마나 빠져있는지 가늠하게 했다.
도원경은 극 중 ‘눈 깜짝할 사이에 이렇게 됐네요’라는 대사를 꼽으며 감상에 젖기도 했다. 그는 “꽃순이가 억척스럽게 가족을 위해 살지 않는가.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했지만, 방송을 통해 충분히 느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겠더라”며 한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꽃순이’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도원경은 관객들이 어두운 시대와 한 여인의 삶보다는, 작품 자체를 오롯이 즐길 수 있기를 바랐다. 그는 “그 시대의 억누를 수밖에 없고 처절하고 어두운 부분은 밝게 표현한 작품이다. 관객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편하게 볼 수 있었으면 한다.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는, 첫사랑을 회상할 수 있는, 인생을 되돌아보고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런 시간 말이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가수 도원경이 곡에 녹아든 기억으로 추억을 상기시켰다면, 뮤지컬 배우로서 도원경은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잊고 지낸 추억과 꿈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한편 도원경이 출연하는 ‘꽃순이를 아시나요’는 오는 25일까지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공연된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