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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상자에서 은색 트로피를 수줍게 꺼내 보여준 그는 “어제 저녁 연락을 받았다. 처음엔 거짓말인 줄 알았다”며 “개인적으로 즐겁고 기쁜 일이지만 영화 내용처럼 아시아와 한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비엔날레 전시장에 통째로 들어온 그의 95분짜리 장편 다큐 영화 ‘위로공단’은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여성들의 노동 현장과 분투를 인터뷰 형식을 빌어 담고 있다. 봉제공장과 항공사 승무원, 콜센터 상담사, 마트 직원 등이 ‘생지옥’ 같았던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토로한다. “‘위로공단’은 작년 부산영화제 등에서 소개된 적이 있어요. 국내 개봉은 이르면 8월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비엔날레 참여가 확정되고 나서 다시 편집을 했어요. 대한민국이 잘 살고 있지만 아직도 가난한 사람들도 많아요. 급속 성장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는가, 우리 사회 가난한 내면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골목길에서 자란 그는 3남매 중 차남이다. 어머니는 40년 동안 답십리 봉제공장에서 ‘시다’로 일했다. 3년 전 대상포진으로 ‘다행히도’ 일을 접었다. 여동생 역시 오랫동안 백화점 매장과 의류매장에서 땀을 흘렸다.
부모는 그의 작품에 상당수 등장한다. ‘위로공단’에서도 영화 마지막에 그의 어머니가 누군가를 업고 다리를 건넌다. “부모님은 저와 가장 가까운 역사이자 또 다른 나죠. 부모를 그리는 것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보는 것이 불편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이를 피하기 보다 담담하게 직시하는 것이 답이라고 했다.
“영화에서 불편한 지점이 있지만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불편한 것도 삶의 일부죠. 살다가 보면 안 좋은 일도 있어요. 인생에서 빛과 어둠이 있다면, 어두운 부분을 밝히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사에 참여한 이용우 전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는 시상 배경에 대해 “‘위로공단’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 노동의 의미를 깊이 있게 성찰한 작품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이 모두 공감했다. 현실을 고발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시(詩)적인 은유가 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경원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그는 어떻게 영화 감독이 됐을까. “그저 작가일 뿐이지요. 영화와 미술의 구분은 의미가 없어요.” 그는 대학원 시절 비디오카메라가 ‘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이 화이트큐브(하얀 벽면에 걸리는 작업)고, 영화는 블랙큐브라는 지점이 다르지요. 관람객 입장에서 전시는 짜깁기가 가능해 능동적으로 생각하는 반면, 영화는 다소 수동적입니다.”
그래서 그는 의도적으로 작품 안에 퍼포먼스 요소를 추가했고, 개미와 개구리, 벚꽃을 가만히 응시한다. 관객의 참여와 생각을 유도하는 장치다. 수상 직후 베니스비엔날레 본부에서 만났을 때도 그는 자신이 입고 있는 흰색 셔츠를 가리키며 “이 옷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오게 되는가를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예술은 현실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지금 한국사
[베네치아 =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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