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배우 김명곤이 연극 ‘아빠 철들이기’와 ‘아버지’로 각기 다른 아버지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김명곤은 지난 19일 막을 내린 ‘아빠 철들이기’에서 심봉사로 분해 철없는 아버지를 표현했지만, 다음달 1일부터 공연되는 ‘아버지’에서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다. 그야말로 극과 극을 그리는 셈이다.
김명곤이 무대에 서는 것은 1999년 연극 ‘유랑의 노래’ 이후 16년 만이다.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내기도 한 김명곤은 현재 세종문화회관 이사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김명곤의 초점은 ‘배우’에 맞춰져 있었고, 무대에 오르는 것이 기쁜 기색이었다.
연극 ‘아빠 철들이기’, 궁극적으로는 ‘아빠의 사랑’
‘아빠 철들이기’는 심청이가 서울 생활을 하면서, 화려함과 경쟁 등에 치이며 사는 내용을 담는다. 특히 놀부, 홍길동, 춘향이 등 익숙한 고전 인물들이 출연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늘어놓아 극의 재미를 배가 시킨다.
김명곤은 “이제와서 고전을 보니 결손 가정이 많더라, 홍길동도 서자고, 심청이도 그렇지 않은가”라고 설명하는 데 이어, ‘아빠 철들이기’에 대해 “자연스럽게 여러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소동이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아빠 철들이기’는 궁극적으로 가족의 사랑을 표현한다. 심봉사는 딸을 위해 모든 것을 하지만, 결국 욕망에 눈이 멀어 정작 지켜야할 딸이 위한 것을 보지 못한다. 가장 소중한 것과 가족의 사랑에 대해 재고할 수 있는 작품이 ‘아빠 철들이기’라는 것이 김명곤의 설명이다.
김명곤은 “요즘에는 아버지에 대한 인식이 곧 경제력 아닌가”라며 “진정한 사랑은, 화려한 외면 물질에 있지 않다. 가진 게 없더라도, 화려함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서 사랑을 키우고 욕망에 휩싸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품에서 심봉사는 딸을 좋은 곳에 시집보내려고 애쓰다가 결국에는 조건만 보고 결혼을 시킨다. 하지만 알고 보니 사기 결혼이었다. 이에 대해 김명곤은 “딸을 위해 시집보내지만, 정작 딸이 원하는 것을 몰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전을 좋아한다. 고전을 보지 않고 어떻게 현대를 논할 수 있나. 박물관에서 선조들의 지혜를 보는 것처럼 고전 내부도 개조해야 한다. 초가집이 가지고 있는 운치나 아름다움에 현대에서 근사한 주거 공간이 더해지는 형태다. 해체하기도 하고 엑기스를 뽑아내기도 한다. 고전은 많은 사람들로 검증받았을 뿐 아니라 영양분이 많다”
그는 창작에 대해 “새로운 것을 있을 수 없다. 내 머릿속에 입력된 것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고전, 근대 극이 있겠지만 ‘무엇을 뽑아낼 것인가’가 창작자의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무대, 비로소 고향에 돌아온 느낌”
‘아버지’에서 김명곤은 ‘아빠 철들이기’와 전혀 다른 모습의 아버지를 분한다. 그는 “3년간 연출 한 작품이다. 지방에서도 반응이 좋아서 전국 순회를 했다”고 설명하는 데 이어, “전무송과 권성덕이 함께 한다”고 덧붙였다.
김명곤은 오랜만에 오르는 무대에 대한 물음에 “주로 연출이나 대본을 쓰거나 제작을 했다. 공직 생활을 7, 8년”이라며 “연기자로서 공중파를 통해 내비쳤기에 연기를 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명곤에게 무대는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었다. 그는 “20, 30, 40대에 쉴 새 없이 올랐던 곳이 무대다. 젊은 시절 배우시절 잘 놀았던 것은 마당극”이라며 현재와 다른 대학로를 회상하기도 했다.
김명곤은 “대학로가 많이 변했다. 변화에 나도 적응해야 하는 것 아닌가. 변화 속에서 어떻게 예술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 고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배우, 장관보다 위대하고 생각해”
김명곤은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이에 대해 그는 “잠깐 무대를 떠난 것이고 입었던 옷일 뿐”이라며 “인생에는 수많은 옷을 입는 것 아닌가. 벌거벗었을 때 어떤 사람인지 중요하지 화려한 옷을 입었을 때를 착각하면 안 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난 벼슬이 아닌 예술에 목적을 가진 사람”이라며 “배우는 정말 가치 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사회에서 배우가 장관보다 위대하고 생각한다. 예술가는 아무나 못 한다”고 전했다.
김명곤은 “배우는 독특한 존재다. 존재 자체로 사회가 풍요로워지지 않는가”라며 “배우를 존중하고 배우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배우들 역시 자존감, 긍지를 놓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곤이 출연하는 연극 ‘아버지’는 오는 5월1일부터 7월26일까지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공연된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