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후 70년 동안 남·북한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서울과 평양 모두 역동적으로 변해왔지만 그 모습은 참 다르다.
지금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남·북한 건축 역사를 담은 전시 ‘한반도 오감도’(5월 10일까지)가 관람객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황금사자상 영예를 안았던 전시여서 더 관심을 끌고 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도시 건축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 한 눈에 보여줘 세계 건축 올림픽에서 쾌거를 이뤘다.
커미셔너이자 큐레이터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소장, 큐레이터 배형민 서울시립대 교수, 안창모 경기대 교수의 황금사자상 수상에 숨은 공로자가 있다. 바로 물심양면으로 전시를 뒷받침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다. 우선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 4억8000만원을 지원하고 아르코미술관 귀국 전시에 1억5000만원을 보탰다. 북한과 비무장지대(DMZ)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통일부와 조율할 때도 권영빈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 적극 나섰다.
큐레이터로 참여한 배 교수는 “권 위원장님이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에 대한 조언을 잘 해줘서 큰 도움이 됐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전시 지원금 액수도 큰 편이다. 무엇보다 관료적이지 않아 고마웠다. 까다롭게 예산 집행 내역을 간섭하지 않아 원할하게 전시를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예위는 베니스 비엔날레 영광을 위해 20년 공을 들였다. 1995년 베네치아시 자르디니공원에 한국관을 건립해 한국 미술을 해외에 소개하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
지난해에는 커미셔너 선발 방식을 공모제로 바꾸고, 전시 준비기간을 기존 9~10개월에서 1년 3개월로 늘렸다. 덕분에 커미셔너 조소장이 14개월 동안 치밀하게 전시를 준비할 수 있었다.
큐레이터로 참여한 안 교수는 “문예위 지원이 없으면 비엔날레 참가 자체가 어렵다. 문예위가 전세계에서 한국만 전시할 수 있는 주제를 채택해줘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번 수상은 한국이 세계 건축계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동안 건축과 도시가 이데올로기에 의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심증은 있지만 증명해보인 적은 없었는데 우리가 해냈다”고 밝혔다.
문예위 지원사격을 받은 한국 작가들은 다음달 9일 개막하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본전시에 초청된 김아영, 남화연, 임흥순 작가에 각 2000~3000만원을 지원했다. 한국관 커미셔너인 이숙경과 참여 작가 문경원, 전준호는 영상설치작품 ‘축지법과 비행술’을 전시할 예정이다. 상상력을 통해 물리적, 인지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내재적 열망을 표현한다.
문예위는 미술 뿐만 아니라 문학과 음악, 연극, 무용 등 다양한 문화예술의 해외 진출에 날개를 달아줬다. 지난해 7월 영국에서 열린 시티오브런던 페스티벌에서 극단 여행자 연극 ‘햄릿’, 피아니스트 김선욱, 이경옥 무용단 ‘안데르센의 시선들’, 비보이 ‘갬블러 크루’, 앙상블 시나위 공연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특히 ‘햄릿’은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들이는 굿판과 인형극, 꼭두각시놀음 등 한국 전통 연희 형식으로 셰익스피어 희곡을 재해석해 호평을 받았다.
문예위는 지난해 3월 프랑스 파리에서 ‘상상축제 아리랑’을 열어 국악의 세계화에도 기여했다. 이 행사는 이춘희 명창의 음반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도 문예위 도움을 받아 세계 음악계에 존재를 알렸다. 지난달 19일 스위스 바젤에서 아시아 작곡가 쇼케이스를 열었고 지난 7일 일본 이시카와 온가쿠도, 9일 홍콩문화센터 무대에 올라 갈채를 받았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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