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형 작가가 그린 마블 코믹스의 ‘아이언맨’ |
미국 코믹북 시장에서 한국 작가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3년 전만 해도 한국 만화가의 해외 진출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요즘은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마블 코믹스와 작업한 한국 작가는 10여명에 이른다. 변화의 중심에는 만화 전문 에이전시 EGA가 있다. 한국 작가를 미국 유명 출판사에 소개하고, 한국 만화 번역도 하는 곳이다. 최근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난 EGA의 신종민 대표(37)는 “그동안 미국에선 일본 만화의 위상이 높았다. 하지만 요즘엔 K툰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 웬만한 미국 만화관계자들은 한국 만화를 다 안다”고 했다.
EGA는 마블 코믹스가 한국에서 접촉하는 유일한 에이전시다. 마블 측은 신 대표를 가리켜 “현지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Man on the ground)이라고 한다. 지난해 악셀 알론소 마블코믹스 편집장을 부천국제만화축제에 데리고 온 사람도 그다.
“마블은 콧대가 높아서 한국에 관심을 안 가졌지요. 3~4년전부터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지원 사업에 선정돼 꾸준히 마블의 문을 두드린 결과 네트워크를 쌓게 됐고 지금은 마블이 믿고 일하는 파트너가 됐어요.”
마블은 한국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올 초 마블은 ‘어벤져스’를 공식적으로 다음 웹툰에 연재하기도 했다.
신 대표는 “한국에서 동명의 영화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원작의 인지도는 낮아서 만화를 알리고 싶어하는 것 같다. 요즘 마블 관계자들이 1년에 3~4번은 한국을 찾는다”고 귀뜸했다.
EGA는 작가의 계약, 미국 본사와 커뮤니케이션을 맡고 작업이 펑크나거나 작업료가 연체되는 비상상황도 조율한다. EGA는 작가 50여명의 에이전시를 맡고 있다.
“미국 만화업계는 한국 작가들이 믿음이 간다고 해요. 열심히 일하는 이미지가 강하고요 성실함을 높이 사죠. 마감시간을 절대 엄수하는 프로정신은 유명합니다.”
만화 콘텐츠 사업가인 그는 만화가 지망생이었다. 2003년 세종대 만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미국에서 데뷔하길 원했던 그는 2년여간 지원서를 들고 만화출판사를 순례했다. 벽은 높았다. 번번히 퇴짜를 맞았다. 아픔은 전화위복이 됐다.
“제 그림은 미국 사람들이 좋아할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내가 아는 한국에 있는 그 작가라면 여기서 통하겠다 싶더라고요. 제가 작가로 데뷔하면 저 혼자 좋고 마는건데, 소개해주는 사업을 하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
2009년 한국에 돌아와 만화 콘텐츠 개발을 하다가 2012년 EGA를 설립했다. 그는 “우리 토종 작가를 소개하고 한국 오리지널 작품을 수출한다는 것은 매우 보람된 일이다. 한국 만화 작가가 미국에서 스타가 될 날도 멀지 않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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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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