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타 사진 |
중국의 여유법(旅遊法) 시행과 한·일 관계 경색, 북한 핵 위협 등 악재가 겹쳐 외국 관광객이 급감한데다 여행사의 단체 티켓 가격 후려치기가 심해 재정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됐다. 여유법은 비합리적 저가 여행 상품을 규제해 국내 여행사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더욱이 관광객을 유치하는 넌버벌 퍼포먼스(비언어극) 18개가 난립하는 바람에 출혈 경쟁도 불가피했다.
경영권 분쟁까지 겹쳐 고전했던 ‘점프’는 지난해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외국 단체 관광객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정상 티켓 가격은 4만(S석)~6만원(VIP석)인데 1만원을 요구하는 여행사들을 거절했다.
대신 중국 투어로 공연 홍보를 강화해 자유 관광객(Free Individual Tourist)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 11월 상하이 공연에서 성공했고 지난달 28일 내몽고에서 출발해 중국 32개 도시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다행히 중국 관객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무술 가족 집안에 도둑이 들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역동적으로 펼치는 공연 내용이 중국인의 코드에 맞았다. 태권도와 태껸, 아크로바틱 묘기와 코미디를 절묘하게 버무려 관객들이 연신 폭소를 터트렸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중국 자유 관광객 관객 비율이 높아졌다. 지난 2월 중국 춘절 성수기를 맞은 서울 정동 전용극장 자유 관광객 비율이 50%를 넘었다. 외국인의 온라인 티켓 구매도 크게 늘었다.
‘점프’ 제작사는 “불과 1년전만 해도 온라인 예매에서 국내 관객 비율이 90% 이상이었다. 요즘은 외국인 비율이 50%까지 늘어났다. 중국 공연으로 팬층이 생기면서 한국에 올 때 재관람하러 오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외국 단체 관광객에 의존하다가 벼랑끝으로 내몰렸던 공연 관광 제작사들이 생존 전략을 바꾸고 있다. 티켓 덤핑으로 제살을 깎아먹다가 결국 공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와 외교, 사회 문제 등 외부 환경 변화로 단체 관광객 관람이 갑자기 취소될 경우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공연 관광 1호 ‘난타’ 를 비롯해 ‘점프’ ‘사랑하면 춤을 춰라’ ‘비밥’ 은 지난해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해 박리다매식 저가 티켓 판매를 중단했다. 대신 공연 홍보와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판매 비중을 높이며 자유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섰다.
‘난타’가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춘절 중국 자유 관광객 관객은 1만504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211명)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송승환 PMC프러덕션 회장은 “중국 문화 수준이 워낙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2~3년 후에는 일본처럼 자유 관광객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다. 그 때까지 묵묵히 견딜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시작한 ‘난타’가 지금까지 동원한 관객 1000만명 중 85%가 외국 관광객이다. 꾸준히 작품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헐값에 티켓을 판매하지 않으며 자존심을 지켜왔다.
공연 관광 제작사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국내 여행 산업 구조상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엇비슷한 공연들이 계속 무대에 올라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판매하는 30만~40만원 저가 국내 여행 패키지 상품은 관광객의 면세점 쇼핑 금액 마진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저렴한 공연을 선호한다. 콘텐츠 가치보다는 비용이 더 우선순위다. ‘을’
‘사랑하면 춤을 춰라’를 제작하는 최광일 한국공연관광협회장은 “공연 관광 제작사들이 난립하면서 여행사들의 헐값 티켓 요구가 더 심해졌다. 협회 차원에서 티켓 가격 하한선을 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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