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제작비도 라이센스 뮤지컬에 비한다면 1/100도 안되고 미약하지만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창작뮤지컬 ‘레미제라블’ 많이 응원해주세요.” (뮤지컬 ‘레미제라블’ 김재한 연출)
대문호 빅토르위고의 고전소설 ‘레미제라블’이 창작뮤지컬로 다시 돌아왔다. 라이센스 뮤지컬에 비하면 부족하고 아쉬운 것도 많았지만, 창작뮤지컬이 주는 소박한 매력을 엿볼 수 있었다.
31일 오후 서울 과인구 나루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100분이 넘는 시간동안 펼쳐진 전막시연 공연이 마무리 된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김재한 연출은 연출의 주안점으로 방대한 원작의 양을 줄이는 것으로 꼽았다.
김 연출은 “빅토르 위고의 원작 ‘레미제라블’의 방대한 양을 줄이는데 힘들었다. 재미있는 것이 서점에 가면 시가 7만8천원 상당의 원작과 어린이를 위한 한 권짜리 ‘레미자라블’이 있는데, 이 한 권 짜리 레미제라블이 베스트셀러라는 것이다. 덕분에 양을 줄이는데 많이 도움이 됐다”고 장난스럽게 말을 한 뒤 “누구나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편집을 했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 사진=N.A 뮤지컬컴퍼니 |
‘레미제라블’을 통해 지친 이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고 말한 김 연출은 “요즘 사는 게 너무 어렵다. 열심히 살아도 벽에 부딪치는 것이 세상이다. 잠시나마 이 공연을 보고 다시 한 번 힘을 내서 행복한 세상을 보내는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명작으로 꼽히는 ‘레미제라블’은 연극과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형태로 새롭게 제작되며 현대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2012년 한국어 초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라이센스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제7회 더 뮤지컬 어워즈’ 5개 부문 수상, ‘제19회 한국뮤지컬대상’ 4개 부문 수상하며 뜨거운 인기를 모았다는 점이다. 같은 ‘레미제라블’을 무대 위 뮤지컬로 만든 만큼 창작뮤지컬 ‘레미제라블’은 라이센스 뮤지컬 ‘레미제라블’과의 비교를 피하기란 어려웠다.
이에 대해 송현지 예술감독은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국내 창작 뮤지컬이라는 점이다. 라이센스 뮤지컬은 알다시피 외국에서 만들어지는 뮤지컬이다. 이를 역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창작뮤지컬인 만큼 국내 정서에 맞는 노래와 안무, 문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만든 ‘레미제라블’이 밖으로 나가면 그 곳에서 이 뮤지컬은 ‘라이센스 뮤지컬’이 된다”며 “한 가지 부연설명을 하자면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누구나 가볍게 다 같이 공유할 하나의 문화적 소스를 가지고 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328시간이라는 열정과 노력으로 오늘 이 자리에 섰다. 우리의 노력과 열정을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당부했다.
2008년 초연된 창작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올해로 공연이 된지 약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오랜 시간동안 자리를 지켜온 ‘레미제라블’이지만 정작 이 날의 공연은 여려모로 아쉬운 점이 많았다. 단순히 라이센스 뮤지컬과 비교했을 때 화려하지 못하다거나 스타배우가 없기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영상과 적절히 조합시킨 무대 연출은 나쁘지 않았으며, 다채로운 세트구성과, 역동적이 안무, 힘이 느껴지는 넘버들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 문제는 뮤지컬 서로 간에 손발이 맞지 않아 삐거덕 거리는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는 것이다. 노래의 화음이 맞지 않아 눈치를 보는 장면도 있었으며,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는 도중 제작진의 말들이 마이크를 타고 들리기도 했다. 커튼콜이 끝나고 마이크가 꺼지지 않아 무대 뒤 배우들끼리 인사하고 격려하는 목소리들은 스피커를 타고 고스란히 들려왔다.
방대한 분량을 100분의 뮤지컬로 만들면서 발생한 전개의 어색함도 존재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의 ‘레미제라블’이지만, 무대 위 인물들이 저런 감정을 가지고 행동해야 하는지 공감가지 않았던 부분들도 존재했다. 후반부 전개된 마리우스와 코제트, 에포닌의 러브라인은 상당히 뜬금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극에 녹아들지 못하고 전반적으로 떠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아직 본 공연을 올리지 않았고, 시작단계인 만큼 손발이 어긋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점들을 시정하지 않고 계속 공연된다면 뮤지컬시장의 발전을 위해 창작뮤지컬을 봐달라는 그들의 주장은 주장이 아닌 그저 투정과 불평에 그칠 수밖에 없게 된다. 2008년 초연부터 ‘레미제라블’에 출연했던 장발장 역의 권한준은 “또 새로운 장발장이 들어올 때까지 이 ‘레미제라블’이 계속 업그레이드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 같은 바람이 바람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누눈가의 도움이 아닌 티켓 값이 아깝지 않은 스스로의 힘으로 증명해야 한다.
한편 ‘레미제라블’은 1일부터 4월30일까지 서울 나루아트센터에서 한 달 간 공연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