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여울 |
최근 겨울 독일로 여행을 다녀온 정여울은 첫 원고를 보내오면서 “독일은 29세에 첫 유럽여행을 떠난 이후 몇번이고 훌쩍 떠났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라면서 “그 ‘장소’를 찾아 떠난 여행이 아닌 그 ‘작품’ 속으로 떠난 여행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신기하게도 삶이 힘겹게 느껴질 때마다 손에는 헤르만 헤세의 책들이 쥐어져 있었다”고 고백했다. 입시 지옥에서 헤맬 때는 ‘수레바퀴 아래서’,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을 때는 ‘데미안’, 내게는 도무지 창조적 재능이 없는 것 같아 가슴앓이를 할 때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읽고 있었다는 것. 작가는 헤세의 고향인 독일 남부의 칼프를 비롯해 그가 만년을 보냈던 스위스 몬타뇰라에 이르기까지 헤세의 삶과 문학의 향취를 찾아 떠나는 마음의 여정을 써내려갈 예정이다. 그는 “내가 헤르만 헤세에게서 받은 치유의 에너지를 들려드리고 싶다”면서 “작품 속 주인공 소년들의 시간 속으로 찾아가려 애썼다. 그래서 심리학으로 읽는 문학 이야기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1주일 뒤 찾아올 백영옥의 ‘빨간머리 앤이 하는 말’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 속 앤보다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의 앤을 유년의 분신으로 삼았던 ‘3040여성’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앤의 사랑스럽고 기분 좋은 말 50가지를 뽑아내 이를 바탕으로 작가는 팍팍한 일상에 청량감을 줄 잔잔한 에세이를 쓸 작정이다.
그는 데뷔 때부터 ‘앤 셜리 해제집’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이 만화를 만났던 또래들과 ‘추억의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 “사실 빨간머리 앤을 너무 좋아해서 앤과 관련된 이야기를 꼭 한번 쓰고 싶었어요. 나 또한 공상을 많이 하는 엉뚱한 아이였고, 그 만화를 보며 삶에 대해 배웠으니까요. 직장 초년병 시절에도 지쳐서 퇴근하고 나면 멍하게 울면서 보곤 했었죠.”
마흔의 작가는 열한 살, 앤에게 들려주고 싶은 새로운 말도 있다고 했다. 그는 “연재를 앞두고 10년만에 다시 만화를 보니 이제는 앤을 키운 마닐라 부인이 보이더라. 50부작 안에 앤의 유년기, 사춘기, 청년기가 다 들어가있고, 가장 힘든 순간에도 절망 속에서 희망을 말하는 법이 숨어있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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