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제대로 활용하면 위험한 만큼 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맹독을 약음식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은 독을 보약으로 만들기 위해 맞서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두려워하는 대신 독을 이용해 건강에 이로운 약으로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정성과 노력이 깃든 보약을 리얼다큐 숨에서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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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가 극찬한 복어
중국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가 “한번 죽는 것과 맞먹는 맛”이라고 극찬한 복어. 하지만 복어 한 마리에는 성인 남성 30명을 거뜬히 죽일 정도의 맹독이 있다. 이는 생명을 앗아갈 만큼 치명적이지만 그만큼 맛과 효능이 뛰어나다. 복어는 동의보감에 따르면 허한 것을 보하고 습을 제거하며, 허리와 다리를 다스린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식용으로 먹는 복어 가운데 가장 으뜸은 ‘참복’이다. 참복은 독성이 가장 강한 반면 영양이 풍부해 수술 전후 환자의 회복과 당뇨병, 간장 질환의 식이요법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철맞은 참복잡이 복어는 수면에서 10~15m정도 아래에서 떠다니기 때문에 주낙 방식을 사용해 잡는다. 새벽 3시, 만선의 꿈을 안고 조업에 나선 경력 30년의 고정덕 선장. 주낙 하나에 걸린 낚시 바늘은 모두 110개, 하루 조업을 나갈 때마다 던지는 주낙의 갯수는 88개가 넘는다. 주낙에는 금속으로 만든 와이어가 사용되는데, 복어의 이빨이 어지간한 낚시 줄은 모두 끊어버릴 만큼 강력하기 때문이다. 건져 올린 참복은 수조에 넣어 항구까지 이송하는데, 수조에 넣기 전 이빨 제거 작업은 필수다. 성질 사나운 참복들이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상처를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참복 요리법 경력 32년의 베테랑 조리사 손정균 씨는 하루에 500kg이 넘는 양의 복어를 손질한다. 싱싱한 참복을 즐기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은 바로 ‘회’다. 접시가 비칠 만큼 투명하게 썰어 낸 복사시미는 예술 작품으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 손질하는 과정에서 남은 미량의 독은 알코올 제거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복지리가 해장에 으뜸으로 꼽히는 이유도 바로 이 독 때문이다. 일본의 정종에 들어가는 지느러미 역시 아주 적은 양의 독을 품고 있다. 말린 복어 지느러미를 태워서 정종에 넣으면 복어의 독으로 술독을 제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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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황 효능 이용하기
화약과 성냥의 재료로 쓰이는 ‘유황’은 동의보감에서 몸이 차고 맥이 미(微)하며, 손발이 차고 가슴이 답답한 경우에 쓰인다고 전한다. 유황은 독성이 강해 인간이 직접 섭취하는 것은 어렵지만 오리만은 유황을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유황오리를 이용한 사리장 담그는 법 완주에 사는 이상호 씨는 유황오리에 산야초 효소와 항암 효과가 있는 서목태로 사리장을 담는다. 사리장은 유근피, 겨우살이 등의 한약재와 죽염으로 장을 담그고 발효시킨 약간장이다. 이 씨는 죽염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직접 조달하는데 유황과 산야초 달인 물을 오리에게 먹이고, 효소를 담을 산야초는 유황을 뿌려 기른다. 재료에 유황을 사용하는 것은 사리장의 약성을 더욱 좋게 하기 위함이다. 오래 묵은 사리장은 맛이 쓰고 색이 아주 검으며, 약효는 훨씬 뛰어나다. 특히 20여 년 전 처음으로 만든 오랜 세월 인내와 정성으로 만들어진 사리장은 이 씨의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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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공(蜈蚣)이라 불린 지네
지네는 예부터 한방에서 오공(蜈蚣)이라 불리며 신경통이나 중풍, 종기 등을 치료하는 약으로 사용돼왔다. 하지만 특유의 냄새 때문에 직접 섭취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술을 담가 마시거나 닭과 함께 고아먹곤 한다.
지네 먹은 오골계 김해에서 오골계를 기르는 박영화 씨는 지네의 독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오골계에게 직접 지네를 먹인다. 지네를 먹고 자란 오골계는 체질이 바뀌어 일반적인 오골계보다 약효가 더 좋다. 오골계 한 마리당 먹는 지네의 양만 해도 무려 200마리, 이 때문에 그는 지네가 잡히는 철에 전국을 다니며 미리 지네를 사둔다. 귀한 지네는 최대한 바짝 말려 수분이 없는 상태로 보관해야 한다. 한 번 지네를 맛본 닭들은 지네를 섞지 않은 사료는 먹지 않는다고 한다. 지네 먹은 오골계로 만든 백숙은 지네를 징그러워하는 사람들도 쉽게 먹을 수 있다. 백숙뿐만 아니라 오골계의 살을 발라낸 뒤 뼈만 푹 고아낸 곰탕과 오골계와 궁합이 맞는 한약재를 넣어 달인 진액까지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
기관지 건강 지켜주는 ‘도라지’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경상북도 예천군에 특별한 도라지를 재배하고 있는 김덕주 씨가 살고 있다. 그는 이맘 때면 인기가 좋은 도라지 진액을 만들기 위해 3000여 평에 이르는 도라지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땅을 파서 캐내는 일반 도라지와 달리 검은 비닐 안에 있는 흙속에서 커다란 도라지를 캐내기 시작한다. 그가 캐낸 것은 한 개의 무게만 무려 1kg에 육박하는 4년근 약용 도라지다. 길이도 성인 남자 키의 1/2에 다다르는 만큼 어마어마하다. 인삼에 많다고 알려진 사포닌 성분도 일반 도라지보다 무려 3배나 많은 약용도라지는 잔뿌리 하나에도 영양분이 가득하다. 이렇게 수확한 도라지를 가마솥에서 꼬박 24시간 달이면 가래를 없애는 데 탁월한 도라지 진액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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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부터 열매까지 영양 가득, ‘꾸지뽕 나무’
전통방식으로 꾸지뽕 진액을 만드는 황인갑 씨를 만나 진액을 만드는 과정을 따라가본다. 뾰족한 가시가 있는 꾸지뽕 나무를 채취하다 보면 가시에 찔리고 긁히는 일도 다반사. 하지만 가시가 많을수록 꾸지뽕의 약성이 강하다고 알려지면서 황 씨는 이런 수고마저도 반갑기만 하다. 나무를 자르자마자 단면에서 흘러나오는 하얀 진액은 봄을 맞이한 꾸지뽕 나무의 약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꾸지뽕은 4대 항암 약초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 약성을 그대로 농축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열이다. 나무가 타지 않고 진액이 잘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항아리에 나무를 넣는 순서부터 불을 때는 순간까지 모든 과정이 황씨의 계산하에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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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해독에 탁월한 ‘미나리’
여느 곳보다 봄이 먼저 찾아온다는 경상북도 경산시에 누구보다 빠른 봄을 맞이하고 있는 윤미성 씨가 있다. 단 두 달 동안만 자라는 미나리를 수확하기 위해서다. 미나리 맛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 있는 손님들이 모여드는 때도 이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