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가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미술품만 전시·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의자와 소파 등 아트 퍼니처 전시 붐이 불기 시작하더니 이젠 빈티지 페르시안 카페트까지 갤러리에 등장했다.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젊은 갤러리 스페이스비엠은 국내 처음으로 150여년 된 '페르시안 카페트' 10여점을 선보이는 '소년, 소녀를 만나다'전을 연다. 이란의 대표적인 예술품이자 동양 문화의 진수로 평가받는 카페트와 실용성과 단순 미학을 동시에 보여주는 북유럽 가구의 이색적인 만남이다. 정반대의 성향을 보여주는 두 예술품의 만남이 어떤 긴장감과 하모니를 연출하는지가 관전포인트다.
이승민 스페이스비엠 공동 대표는 "국내 생활 문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미술 애호가들이 집에 걸린 그림을 보고 즐기는 단계는 끝났다”며 "그림에 어울리는 아트 퍼니처를 찾기 시작한 수요에 이어 이제는 카페트와 조명 등 인테리어 전반에 아트 열풍이 불고 있다”고 진단했다. 갤러리에 카페트가 등장한 것은 이러한 트렌드를 발빠르게 반영한 결과인 것이다.
스페이스비엠 전시장에 깔리거나 걸린 빈티지 페르시안 카페트는 점당 수백만원에서 4000만원 선까지 다양하다. 이란에서 모두 생산됐다. 국내 페르시안 카페트 전문가인 무니르 라마(53) 씨는 "유목민들이 사용하던 페르시안 카페트는 5000년 된 역사를 자랑하는 예술품”이라며 "카페트에 새겨진 무늬와 색상은 지역과 마을마다 특색이 다르며, 행복과 장수 힘과 같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 많은 부호들의 주택에서는 빈티지 카페트를 벽에 거는 풍습이 있으며 유럽에서도 카페트는 필수품이다.
페르시안 카페트는 일일이 손으로 짜는 것으로 6.6㎡ 크기의 경우 3년이 걸리기도 한다. 기존 예술품보다 더 노동집약적이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셈이다. 특히 오랜 세월이 흘러도 색상과 디자인을 그대로 간직할 뿐더러 오히려 빛깔이 더욱 선명해진다. 진정한 카페트는 밟을수록 선명한 색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라마 씨는 "해외 거주 경험들이 늘어나고 빈티지 예술품에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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