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창작 뮤지컬‘파리넬리’공연. 거세된 가수 파리넬리가 가혹한 운명을 승화하면서 부르는 헨델 오페라‘리날도’ 아리아 ‘울게 하소서’가 서서히 울려퍼졌다. 슬픔이 가득 배인 노래에 관객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독일 뒤셀도르프 국립 음대 출신 카운터테너 루이스초이의 아리아 뿐만 아니라 무대와 의상, 음악, 안무가 톱니바퀴처럼 착착 맞아떨어졌다.
제작비 6억원을 투입한 국내 창작 뮤지컬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완성도 높은 공연이었다. 무대 중앙 상단에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배치해 음악극의 효과를 극대화했으며 계단과 대형 액자 세트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제작비 수백억원을 쏟아부은 뉴욕 브로드웨이 대작 못지 않은 감동을 안겨줬다.
뮤지컬‘파리넬리’는 순수 국내 제작진의 힘으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6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2014 창작뮤지컬 우수작품 제작지원 선정작’(지원금 2억원)으로 선정된 후 6개월의 숙성 기간을 거쳐 지난 17일 모습을 드러냈다. 25일까지 관객들과 만난 후 오는 4월 유니버설아트센터 무대에 다시 오른다.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바람직한 청소년’(3월 1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도 교실 풍경을 생생하게 살린 무대로 호평을 받고 있다. 감각적인 무대와 흡인력이 강한 스토리로‘웰메이드 공연’반열에 올랐다.
독창적 아이디어와 열정, 탄탄한 제작 능력으로 무장한 창작 뮤지컬이 해외 라이선스 공연 일색인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반격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프랑켄슈타인’이 흥행하면서 청신호를 켠 후 올해는 동명 애니메이션을 담은‘마당을 나온 암탉’(23~ 3월 1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조정래 동명 대하 소설을 무대로 옮긴‘아리랑’(7월 11일~9월 6일 LG아트센터), 250억원이 투입되는 대작‘마타하리’(11월 10일~2016년 2월 28일 샤롯데씨어터) 등이 도전장을 내민다.
창작 뮤지컬의 미덕은 외국에 로열티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외국 라이선스 뮤지컬은 로열티(매출액의 8~17%)와 수익 배당금(15%), 외국 연출자ㆍ스태프 체재비와 인건비를 감당해야 한다. 국내 제작사들이 무리한 유치 경쟁을 벌인 결과 총 티켓의 75%를 팔아야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공연도 있다. 흥행을 해도 외국에 송금하고 나면 국내 제작사들이 쥐는 돈이 너무 적다. 뮤지컬 시장이 3000억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는“국내 뮤지컬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려면 흥행 창작 뮤지컬이 많이 나와야 한다. 예술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갖춘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1월 충무아트홀에서 재공연하는‘프랑켄슈타인’이 창작 뮤지컬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3월 관객 8만명을 동원하고 각종 뮤지컬 상을 휩쓸면서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제작비 40억원을 투입해 1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뒀다. 일본 시장에도 수출된다. 제작사인 충무아트홀측은 1~2월중에 일본에 판권을 판매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로열티를 받고 공연권과 대본, 악보를 빌려준다. 충무아트홀은‘프랑켄슈타인’성공에 힘입어 내년에는 창작 뮤지컬‘벤허’를 제작할 예정이다.
신시컴퍼니가 제작하는‘아리랑’대본과 무대는 스타 연출가 고선웅에게 맡긴다. 관록의 무대 디자이너 박동우, 국악과 양악을 넘나드는 작곡가 김대성이 참여해 기대를 모은다.
EMK뮤지컬컴퍼니가 만드는‘마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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