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나라 역사를 기록한 위략에 "위만조선의 재상 역계경이 우거왕과 맞지 않아 동쪽 진국(辰國)으로 갔다”고 기술돼 있으며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진한은 옛 진국”, 후한서 동이전에 "삼한은 모두 옛 진국”이라고 각각 적혀있다. 사기와 한서도 "진국은 기원전 2세기 후반경 중국의 한나라와 직접 통교하려고 했지만 위만조선이 가로막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진국의 존재를 언급한다. 진국은 백제와 신라, 가야가 본격 태동하기 전 한반도 중남부에 존재했던 국가이다. 중국계 위만조선이 건립되는 시기(기원전 194년)를 전후해 고조선의 유민들이 세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고조선의 지표유물인 줄무늬거울(다뉴문경), 세형동검 등이 진국의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발굴되고 있어서다.
충북 충주에서 이같은 진국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유물이 다량 출토됐다. 매장문화재 전문 조사기관인 중원문화재연구원(원장 강경숙)은 지난해 8월부터 충주시가 전국체전 개최를 위해 종합스포츠타운 건설을 추진 중인 호암동 628-5 일원을 발굴조사한 결과 구석기 유물포함층을 필두로 초기 철기시대(기원전 3세기~서력기원 전후) 무덤 3기를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무덤 3기는 땅을 파고 무덤구덩이(墓壙)를 만들어 목관을 안치했으며 그중 하나는 목관 주변으로 강돌을 덮은 돌무지나무널무덤(積石木棺墓)이고, 나머지 2기는 강돌은 쓰지 않고 목관만 쓴 나무널무덤(木棺墓)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돌무지나무널무덤의 규모를 보면 상단 구덩이가 북동~남서 250㎝, 북서~남동 208㎝, 최대 깊이 25㎝이며 하단 구덩이는 길이(장축) 175㎝, 너비(단축) 82㎝, 깊이 175㎝다. 목관은 대부분 부식됐지만 그 흔적으로 보면 길이 167㎝, 너비 73㎝, 잔존 높이 10~13㎝였다.
이 고분에서는 한반도 초기철기시대를 대표하는 청동기 중 하나로 한국식동검으로도 불리는 '세형동검'(길이 23∼30㎝) 7점과 다뉴세문경(多紐細文鏡·가는줄무늬를 거미줄처럼 촘촘히 뒷면에 새긴 거울)이라고도 하는 '잔줄무늬청동거울' 1점, 청동창인 청동투겁창 3점, 찍거나 베는데 사용한 무기의 일종인 청동꺾창(銅戈) 1점, 청동도끼(銅斧) 1점, 청동새기개 4점, 청동끌(銅鑿) 2점 등 각종 청동 유물 19점이 쏟아졌다.
조사단은 무덤과 부장품의 규모나 수준으로 미뤄 기원전 2~1세기 충주를 중심으로 형성된 강력한 세력의 수장(首長) 묘로 판단한다. 현재까지 돌무지나무널무덤은 주로 전남이나 충남 지역에서 확인됐다. 이번 돌무지나무널무덤은 발견지가 충북이며 유적이 남은 상태가 매우 양호해 무덤의 축조방식과 유물 부장 방식을 명확히 알려준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수습된 청동유물은 수량과 종류에서 볼 때 단일 무덤 출토품으로는 국내 최대 수준에 속한다. 1971년 전남 화순군 대곡리에서는 이번에 출토된 것과 같은 세형동검, 잔줄무늬거울, 청동 새기개와 더불어 청동 방울 등이 함께 발견돼 1972년 국보 제143호로 일괄 지정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발굴 또한 이에 준하는 국보급 유물 발굴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청규 영남대 교수는 "여러 청동기 중에서도 고조선 제사장의 의례용 도구인 다뉴문경에 주목한다. 이 거울이 나왔다는 것은 이 지역이 고조
문화재청은 이런 발굴성과를 주목해 20일 오후 2시 일반인에게 발굴현장을 공개한다.
[배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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