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의 흥행몰이에도 약진 중인 영화 '빅매치'에서 전직 레슬러 최영호(이성민 분)는 동생 최익호(이정재 분)를 축구선수 출신 문제아에서 '불굴의 파이터'로 성장시킨다. 부모없이 자란 그가 동생을 향해 보이는 끈끈한 애정은 전성기를 맞은 이성민의 무게 있는 표정 연기로 관객에게 더욱 깊이있게 다가온다.
그런 면에서 빅매치를 투자제작한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의 김우택 대표는 영화 속 최영호와 닮았다. 대기업의 자금 공세 속 혈혈단신 영화만을 보며 달린 그가 영화 속 '동생바보' 최영호와 자연스럽게 오버랩되기 때문. 지난해 '변호인''7번방의 선물''신세계''감시자들''숨바꼭질' 등을 연달아 흥행시키며 단숨에 영화판 '킹 메이커'에 오른 그다. 영화 속에서 최영호는 동생을 향해 "너 태어난 이후로 방심한 적 없다”고 말한다. 영화판에서 '한 번도 방심한 적 없다'는 그를, 여전히 이 치열한 영화판에서 빅매치 중인 김 대표를 영화 속 대사에 대입해 봤다.
◆"폭죽은 어디서 터질까요?”
지난해 NEW는 영화 21편으로 연결기준 1264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달성했다. 영화계의 '큰손' CJ E&M이 42편으로 3275억원을 벌어들인 것과 비교해도 기록적인 성과다. 지난해 NEW가 투자배급한 영화를 본 총관객은 3800만명 수준이다. 2008년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처음으로 선보이며 '헬로우고스트'로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지 5년만이다.
김 대표는 "결국 매출 규모보다는 남는 것, 자산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 한 편을 제작한다고 하면 수십억원의 건물 한 채가 들어가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어떤 식으로든 자산이 남아야 한다. 돈이든 사람이든 기록이든. 그 책임감으로 5년간 끊임없이 달려왔다”고 말했다.
국내 상업영화의 평균 수익률은 100% 안팎. 반면 영화 '7번방의 선물'은 400%에 가까운 수익률을 냈다. 그렇다고 NEW가 상업영화에만 치중한 것은 아니다. 다양성 영화에 대한 투자도 지속하면서 과거 '부러진 화살'의 흥행에 이어 '피에타'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7번방의 선물'과 '변호인'으로 천만관객 돌파를 두 번이나 맛봤다.
'폭죽'은 영화에서만 터진 것이 아니다. 김준수가 주연을 맡은 뮤지컬 '디셈버'가 큰 성공을 거둔 데 이어 김 대표는 드라마 '상속자들'의 김은숙 작가와 손잡고 차기작인 '태양의 후예'를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투자자가 분명한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는 이익을 내서 돌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영화는 물론 뮤지컬과 드라마도 무조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고 이 확신이 있어야만 제작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거야”
NEW는 올해 중국 미디어그룹 화책으로부터 535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외국 자본으로는 국내 영화시장에서 최대 규모다. 중국 자본와 한국의 콘텐츠가 손잡으면서 한중 영화시장이 맞닿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에서 매년 제작되는 영화는 800여 편. 박스오피스 성장률은 30% 가량으로 10년 뒤에는 중국 영화시장이 미국 할리우드 영화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달 한중 FTA가 타결되면서 한중 합작 영화의 중국 극장가 진출도 손쉬워 졌다. 하지만 중국 자본의 국내 영화시장 진입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대표는 "기회가 생겼을 땐 과감하게 가야 한다. 실력이 없으면 먹히는 게 당연하다”며 "다행히 화책이라는 좋은 파트너가 현재 우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운영 부분에서는 거의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정도 NEW와 화책의 합작회사가 설립된다. 합작회사를 통해 우리의 장점이 중국시장에서 새로운 모델로 제시되길 NEW는 바라고 있다.
그는 "감독 한 명, 배우 한 명을 보내는 식으로 합작을 하진 않을 것”이라며 "합작회사를 통해 중국이 우리 쪽에 투자할 수도 있고 우리도 중국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대거 인력 투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상상력 없는 자, 날개가 없다”
김 대표는 "NEW를 설립할 때부터 작더라도 힘있고 색깔있는 종합 미디어그룹을 만들겠다는 꿈이 있었다”며 "우리 회사가 단순히 성공한 영화사가 아닌 따뜻하고 좋은 메세지를 던질 줄 아는 기업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은 결국 사람을 봐야 한다. 영화시장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이곳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질 역시 달라지고 있다”며 "이제는 영화판이 산업으로 인지되면서 영화인을 사업 파트너로 신뢰하는 새로운 '판'을 짜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NEW를 설립할 때부터 상장을 염두한 건 아니지만 머릿속에는 늘 담아뒀던 일”이라며 "생각한 것보다 빨리왔다. 상장이라는 모멘텀으로 회사가 한 번 더 혁신하고 새롭게 경험하는 시기를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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