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마침내 한국을 방문했다.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이후 25년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시간이 넘는 긴 비행 끝에 14일 오전 10시 30분 경기 성남의 서울 공항을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이날 영접식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왔고 교황의 뜻에 따라 이른바 선정된 '보통사람들'도 참석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단과 함께 이날 환영단에 포함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새터민, 이주노동자, 시복대상자 후손 등 평신도 대표 32명은 상기된 표정으로 공항청사 대기실에서 대기하다 오전 10시15분께 활주로에 나와 일렬로 서서 교황 맞을 준비를 했다.
이 중 한 여성은 교황 도착 전부터 감격에 겨운 듯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기도 했다.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故) 남윤철 안산 단원고 교사의 아버지 남수현 씨는 교황을 만나기에 앞서 "교황의 위로 말씀을 통해 모두가 회개하는 마음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 씨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문에 '미움 있는 곳에 사랑을, 분열 있는 곳에 일치를'이라는 구절이 있다"며 "잘못한 사람들이 고해성사하듯이 뉘우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로 남편 정원재 씨를 잃은 김봉희 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가슴 아픈 영광"이라며 "좋은 일로 만났으면 더없는 영광일텐데 가슴이 아프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항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영접을 받은 뒤 환영단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들 세월호 유가족을 소개받자 왼손을 가슴에 얹고 슬픈 표정을 지어보이며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넸다.
오는 16일 복자품에 오르는 권상문·천례 남매의 6대손인 권혁훈 씨는 "200여년 전에 고초를 겪은 조상들이 복자로 선정된 것도 감격스러운데 교황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돼 행복하다"며 "교황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기든 천천히 음미하다 보면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해야할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59년 우리나라에 입국해 불우한 여성들에게 양재와 미용 기술을 가르친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선교사 양 수산나 여사는 "50년간 한국에서 살아오면서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며 "교황의 말씀과 강복에 특별히 귀를 기울이며 주님께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말했다.
이날 화동(花童)으로 나선 최우진·승원 남매도 이른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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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들 남매가 건네는 꽃다발을 받고 아이들을 안아준 뒤 "친절해서 고맙고 사랑합니다"라고 이탈리아어로 말했고 이들은 "우리는 교황님을 사랑합니다"라고 미리 준비한 인사말을 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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