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타 작가를 만나러 그의 작업실로 가는 길은 '맑은' 공기로 가득했다. 그 길의 끝에서 나를 맞이한 고리타 작가의 느낌도 그랬다. 고리타 작가는 '공기 같은 사람'이었다.
'웹툰 작가 1세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웹툰계에서 잔뼈가 굵은 고리타 작가.
하지만 그는 "대부분의 만화가가 그렇지만 특별히 만화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지는 않았어요.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하고 접하다 보니 어른이 돼서 정신을 차리니까 만화가가 되어 있더라고요"라며 만화가가 된 것이 "우연과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작품들은 웃기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사물을 의인화해 인간 세계를 풍자하는 '넌피플' 사회의 낙오자인 아버지가 국가를 만들고 황제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국가의 탄생'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냐는 질문에 그는 "압박이 있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능력이 발휘되는 것 같아요. 독자들의 피드백이 있으면 노력하게 됩니다. 아이디어들을 짜내고 만드는 것이 숙명인거죠"라며 현실적인 비결을 알려주었다.
오랫동안 만화가로 살아온 만큼 느슨해질 법도 한데 계속 노력한다는 것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묻자 그는 "당연한 거죠"라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웹툰 작가가 되고 싶은 신인 만화가들이 많은데 냉정한 세계에서 저 같은 노땅(?)이 살아남으려면 노력해야죠. 저는 계속 만화를 그리고 싶으니까요"라며 어찌 보면 작은, 그렇지만 가장 힘든 소망을 털어놨다.
고리타 작가는 얼마 전 작가의 말에 '출판사를 구한다'는 글을 지속적으로 썼다. 그는 이에 대해 "파란이 일었죠"라며 한마디로 정리했다.
정말 '파란'이었다. 작가의 태도를 비판하는 글들이 다수였다. '초심을 잃었다'든지 '이런 글 왜 계속 쓰는지 모르겠다' 등 아마도 여기에는 '만화가가 너무 상업적이면 불편하다'는 독자들의 인식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는 조심스럽지만 분명히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만화나 만화가는 상업성을 띄어야 합니다. 이에 대해 불편하게 느끼는 건 독자들이 만화에 기대하는 것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순수성이라든지 예술성, 꿈과 희망 같은 것들이요. 냉정하게 말씀드리자면 꿈만 먹고 꿈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꿈을 만들려면 밥도 먹어야 하고, 물도 마셔야 하고, 장비도 필요하고. 결국은 돈이 필요하고 안정이 되어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거죠."
고리타 작가는 네이버에 웹툰을 연재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고료를 받는다.
'출판이나 인세는 작가의 욕심이 아닐까'라는 의견에 대해 그는 "웹툰이 단행본으로 나온다는 건 세상 밖으로 튀어나오는 느낌이 들어요. 저는 아날로그 시대를 거쳐 온 사람이라서 제 만화가 손에 잡히면 좋을 것 같아요. 어찌 보면 개인적인 욕심이죠"라며 자신만의 '욕심'을 설명했다.
이어 "만화가가 휴재를 하고 있을 때 인세가 꾸준히 들어온다면 만화가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퇴직금과 연금이 없는 프리랜서로서는 일종의 연금 같은 느낌이 들어요"라고 덧붙였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인세는 고료와 더불어 받을 수 있는 부가적인 수익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필수 항목이었다.
그는 이에 대해 "어쩌면 작가 생명의 연장이라는 측면에서 큰 그림으로 보면 더 중요할 수 있죠"라고 말했다.
고리타 작가를 둘러쌌던 '파란'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눈 후 자신의 만화를 꾸준히 봐온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팬 이야기가 나오자 정자세로 고쳐 앉았다. 내가 느꼈던 맑은 고리타 작가의 진심이 독자들에게도 느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금 길지만 그의 말을 그대로 적어본다.
"안녕하십니까? 최근에 논란이 있었던 고리타 작가입니다. 일단은 제가 송구하다는 말을 먼저 드립니다. 초심을 잃었다는 말씀도 나왔는데, 물론 만화인생의 시작이라는 의미로서의 초심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만화를 그리다보니 결국 중요한 것은 마지막 마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에 제가 어떤 만화를 그리고 있을 것인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만화 인생을 마무리 지을 것인가. 이 만화가 독자 분들에게
[MBN 이가영 인턴기자/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