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아남르그랑(주) 임광범 대표 |
[정완진의 The CEO] 평범한 직장인에서 기업 CEO까지, 소통에서 답을 찾다
아남르그랑(주) 임광범 대표는 CEO자리에서 권위적이기를 거부합니다. 2012년 아남르그랑의 CEO 제안을 받고 회사를 경영하며 발전시킨 과정에는 ‘소통’의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작년 매출 300억 원을 달성하고 이제는 종합 전기 자재 판매회사로서 아남르그랑을 키우고 싶다는 임광범 대표를 MBN '정완진의 The CEO' 제작진이 직접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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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직장 생활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대학을 졸업하고 1988년, LG그룹 계열사인 LG산전 엘리베이터사업부 기획팀으로 들어가서 일을 시작했어요. 당시 정부에서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을 발표하면서 아파트 붐이 한창일 때였는데, 엘리베이터 수요도 폭발적이었죠. 제가 속한 사업부는 LG그룹에서 가장 잘 나가는 부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가장 잘 나가는 부서에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이 컸었죠.
Q.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데, 그 시절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소통’입니다. 일단 저는 어떤 일을 할 때 항상 여러 부서 사람들의 의견과 조언을 듣고 일을 수행합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반영해서 일을 처리하니까 완성도도 높아지고, 소통을 자주 하면 갈등과 오해의 소지도 확연히 줄어들거든요. 입사 당시 제가 맡은 일은 기획팀 내에서도 영업을 관리하는 부서였는데, 영업현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시장 동향을 파악해서 보고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영업현장에 직접 나가서 영업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뛰면서 시장 동향을 파악했습니다.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제품 전략과 판매 전략에 대한 아이디어도 더 많이 나와요.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죠. 덕분에 제가 쓴 보고서는 항상 ‘현장감이 살아있다.’, ‘수요예측이 정확하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습니다. 나중에는 기획팀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전략 수립 업무를 맡기도 했고요. 저는 지금도 저희 직원들한테 항상 강조합니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는 것이 성공적인 직장생활의 비결이라고.
Q. 그럼 회사를 다니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영이 될 때는 정말 저에게 주어진 모든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IMF 때 찾아왔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LG산전의 엘리베이터사업부가 미국 오티스 사로 매각되었어요. 근무 환경이 바뀌면서 외국어에 대한 두려움과 바뀐 회사의 분위기 등등 모든 것이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나름대로 영어공부를 해오긴 했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제 영어 실력은 초라할 수밖에 없었죠.
지금 생각에도 아찔한 에피소드가 한 가지 있는데요. 외국 지사장들이 모여서 회의를 진행하던 날입니다. 당시 제가 회의록 작성을 맡게 됐는데, 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회의에서 회의록을 제대로 쓰지 못해 곤욕을 치렀던 적이 있습니다. 싱가폴, 중국, 인도 각지로부터 온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발음, 단어, 억양 등을 쓰는데, 정말 죽겠더라고요. 그 사건 때문에 상사로부터 엄청난 질책도 받았고, 정말 자존심에 많은 상처를 입기도 했었죠.
Q. 지금은 외국계 회사 지사장을 맡고 계실 만큼 영어 실력이 탁월하신데, 그렇다면 지금의 실력을 갖추기 위해 그때부터 노력하신 건가요?
네. 사실 그 이전부터 영어공부는 해오고 있었습니다만, 이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그때부터 정말 죽기 살기로 공부했습니다. 회사에서도 외국인 직원들과 어떻게든 대화거리를 더 만들어서 이야기하려 했고, 근무 시간이 종료되고 나면 회사에 남아 단어를 외웠어요. 지하철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집에 돌아와서도 영어 책만 붙들고 있었죠. 사실 직장에 다니면서 무언가를 추가로 공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좋은 평가를 받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악물고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영어실력이 점차 향상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해외지사에까지 발령이 나서 외국에서 3년 간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소통’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저는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위해서는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작업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영학의 SWOT 분석을 개인에게 적용시키는 건데요. 자신의 장점은 강화시키고 단점은 보완해서 스스로를 더 나은 존재로 만드는 것. 저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저 자신의 SWOT 분석을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Q. 대표님은 자금 관리, 기획, 영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력을 쌓으셨던데,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처음 기획팀에서 일을 시작해서 약 20년 동안 기획, 자금 업무만 맡아왔습니다. 영업일을 시작한 것은 제가 먼저 영업직으로 가겠다고 요청한 것은 아니었고, 상사의 제안 때문이었어요. 그분이 말씀하시길, 항상 제 프레젠테이션에는 고객 지향적인 성향이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러면서 제게 영업을 한 번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시더라고요. 저는 영업을 경험해 본이 없으니까 처음에는 굉장히 당황했어요. 동료들도 만년 ‘갑’에 입장에서 일하던 사람이 ‘을’이 될 수 있겠냐며 제가 영업직으로 가는 것을 만류했습니다. 하지만 곧 저는 이것 또한 제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호기심도 생겼고, 도전욕구도 불타올랐죠. 그래서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업에 뛰어 들었습니다.
Q. 익숙하지 않은 을의 위치... 영업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물론 처음 접해보는 영업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상대방을 설득하는 일의 연속이었죠. 엘리베이터 계약을 따내고, 공사가 잘 진행되는지 일일이 체크하고, A/S까지. 흔히 영업은 계약만 따내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합니다. 특히 엘리베이터 공사는 스케줄 조율이 조금만 잘못되어도, 모든 공사 일정이 다 꼬여버리기 때문에 피해가 막심해요. 그래도 저는 제 주특기인 ‘적극적이고 정직한 소통’으로 신뢰를 구축하며 영업을 이어갔어요. 납품이 늦어지거나 공사 진행에 차질이 생겨도 진행 사항을 거짓 없이 보고했어요. 그래야만 상대방도 대응할 시간이 있고, 오해의 소지도 없어지잖아요. 또 제가 당시 이사였는데, 그런 직책을 적극 활용해서 고객사에서 요구하는 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날그날 해결해주려고 했습니다. 해외지사의 협조가 필요한 일이면 해외지사에 연락을 해서, 사장의 결재가 필요한 부분이면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문제를 즉각 해결해주었습니다. 그렇게 고객들의 요구에 대한 적극적이고 빠르게 대처했기 때문에 저에 대한 신임도 더욱 두터워질 수 있었습니다. 첫 시작은 두려움 그 자체였지만, 이걸 극복하고 나니 어느새 제 커리어에 자랑스러운 한 줄이 되어 있었죠.
Q. 계속 엘리베이터 관련 일을 하시다가 아남르그랑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전기자재 회사이다 보니, 제가 해오던 분야와 많이 달라 처음 제안을 받고는 많이 망설였습니다. 두려움도 있었고요. 하지만 두려움보다는 도전해보고자 하는 욕구가 더 컸습니다. 또한 엘리베이터나 전기자재나 모두 건설사를 상대로 영업을 하는 일이니 크게 다를 것도 없겠다 싶었고요. 또 지금까지 제가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한 과정을 돌이켜 보니, 시련을 이기는 과정에서 제가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 기회야말로 제가 한 걸음 나아 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아남르그랑의 지사장 자리를 받아들였어요.
Q. 아남르그랑에 와서는 어떤 일을 가장 먼저 하셨나요?
일단 회사마다 문화라는 것이 존재하니까 제가 아남르그랑에 완벽하게 녹아들기 위해 노력을 했어요. 건설사들과 만나면서 현재 회사의 위치를 점검하기도 하고 직원들과 1:1 면담을 통해 소통하면서 내부 상황을 살폈어요. 그랬더니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10년 사이 건설 경기가 상당히 많이 악화되어 있었고, 시장에서는 저가의 배선기구 제품이 판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시장의 흐름에 밀려 아남르그랑의 시장점유율이 많이 하락한 상황이었고요. 내부에서는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본사에 한국 시장에 맞게 가격을 낮춰 제품을 내자고 본사에 요구했으나, ‘가격을 낮추면 품질을 낮출 수밖에 없고 이는 회사의 방침과 맞지 않다’는 프랑스 본사의 방침으로 시장에 적절하게 대응하지도 못했죠. 때문에 매출은 하락했고, 점유율이 하락하게 된 겁니다. 직원들의 사기도 자연스레 많이 저하된 상태였고요.
Q. 그런 문제점들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본사에 무작정 어떤 제품을 생산해달라고 요구하기 보다는 우리 한국 시장을 잘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대리점 사장들과 건설사들을 만나 설문조사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자료를 가지고 본사와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그러자 본사에서도 점차 검토해보겠다는 말을 보내오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일 년 반만의 설득 끝에 그 승인을 받아 냈고요.
Q. 신규 시장 개척에도 힘을 기울이셨다고 하셨는데... 어떤 시장에 주력하셨나요?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우리만의 강점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때 눈에 들어 온 것이 에너지 절감 제품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사람의 재실 여부에 따라 전기가 작동되고, 상황에 따라 조도 조절까지 가능한 제품 같은 것들인데, 정부에서도 계속 에너지 절감 정책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틈새시장’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호텔, 주상복합 아파트, 강남의 고급아파트 등을 공략해 르그랑 제품의 ‘고급 이미지’를 강조하여 영업을 한다면 수주도 어려울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공격적인 영업에 뛰어들었죠. 결과는 성공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도 이 부분을 주력으로 해서 힘을 쏟고 있고요.
Q. 회사가 점차 발전해나가고 변화했는데, 이때 직원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긍정의 바이러스가 회사를 감싸기 시작했어요. 우리도 할 수 있다, 다시 점유율을 상승시킬 수 있다 등의 자신감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저는 이 기회에 직원들에게 더욱 확실한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조직 혁신도 꾀하고 워크숍도 진행했습니다. 영업력 강화를 위해 영업 조직에 멘토-멘티 제도도 도입했는데, 영업 조직이 팀 단위로 움직이게끔 해서 서로의 영업 비결을 공유하고 협력하도록 했죠. 시간이 지나자 매출은 물론이거니와 팀워크, 전체적인 회사 분위기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직원들이 서로 격려하며 열심히 일해서 ‘같이’ 회사를 한 단계 성장시켜보자는 마음을 갖게 되었을 때는 정말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Q.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오셨는데 앞으로의 계획을 여쭙고 싶어요.
본사에 한국형 제품을 요구한지 일 년 반 만에 저희의 요청이 받아들여졌어요.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