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가상 커플 맺고 남녀관계 이해"… '우결' 교양수업 인기
"앞으로 일주일간 여학생들이 남자 파트너를 집까지 데려다 주세요. 그리고 느낀 점을 정리해서 발표하는 게 이번 주 미션입니다."
이 모습은 이제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 대학교 강의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가상 커플' 관계를 맺고 강의실 밖에서도 함께 일상을 보내며 이성을 이해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대학의 교양 수업 입니다.
수강생 김준수(26·컴퓨터공학과 4년)씨는 "파트너와의 대화와 미션 수행을 통해 남녀의 차이, 성 문제 등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며 "다른 친구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강의"라고 말했습니다.
27일 동국대에 따르면 이 학교 교양교육원 강의인 '결혼과 가족'은 공중파 예능프로그램 이름을 빗댄 대학판 '우리 결혼했어요'로 불리는 독특한 방식의 수업입니다. 강의는 남녀 파트너 배정으로 시작됩니다. 마치 미팅을 진행하듯 자기소개 시간이 끝나면 각자 원하는 이성을 쪽지에 적어 파트너를 정합니다. 원하는 상대가 서로 달라 커플이 되지 못하면 임의로 배정합니다. 각 커플은 가상의 연인이지만 수업시간에는 항상 옆 자리에 앉아야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주어진 '데이트 미션'을 수행해야 합니다. 미션은 영화보기, 데이트가 즐거웠다는 징표 만들기 등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전화 통화 횟수를 바꿔가며 데이트하기, 여자가 남자파트너 집에 데려다 주기 등 다양합니다. 젊은 남녀가 자주 만나 속 깊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실제 커플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실제 연인의 양해를 구하지 않고 이 수업을 들었다가 '불화'를 겪는 웃지 못할 사례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가상 연인이 실제 데이트로 다양한 갈등 상황을 겪으면서 남녀 간의 문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기회를 얻자는 게 이 강의의 취지입니다.가상 연인 경험으로 건강한 결혼·가족생활을 위해 필요한 개념을 이해하고 '사랑-결혼-가족생활'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실제 맞닥뜨리는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강의는 독창성과 교육적인 효과를 모두 인정받아 지난해 대학교육협의회가 선정한 '대학 100대 명강'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강의를 기획한 장재숙 교수는 "며칠간 남자 파트너를 집에 데려다 주는 미션을 수행한 이후 자신의 연애 패턴을 바꾼 여학생도 있었다"며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이성의 다른 면을 이해하게 됐다는 후기를 많이 남긴다"고 설명했습니다. 장 교수는 "학생들은 결국 결혼과 연애는 '두려운 게 아니라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결혼이나 연애 풍속도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만큼 장 교수는 매학기 강의 계획을 세울 때마다 최신 경향에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최근 연인들이 어떤 문제로 갈등을 겪
장 교수는 "실제 연애를 하면서 지나쳤던 것들을 이 수업에서 깨달을 수 있는 이유는 '진짜 연애'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근 느는 연인·가족 간 유·무형 폭력을 사전에 줄여보고자 하는 게 이 강의를 기획하게 된 이유죠."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