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관광객에게 가장 많은 인기를 끄는 한국의 박물관-미술관은 어디일까?. 국립민속박물관?, 아니면 리움미술관?
정답은 트릭아이미술관이다. 매주 1만명씩, 한달에 4만명 이상의 해외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세계 최대 여행커뮤니티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는 올해 2월말 기준으로 서울 소재 180개 박물관-미술관중 랭킹 1위로 서울 홍대앞 트릭아이미술관을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 2위는 국립중앙박물관, 3위 삼성리움미술관, 4위 국립민속박물관 등 쟁쟁한 국립-사립 미술관들이 그 뒤를 이었다.
많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입장료가 무료이거나 적은 금액인데 반해 트릭아이미술관은 입장료가 국내에서 최고인 1만5000원(성인)이나 되는데도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의 외국인이 이곳을 찾는다. 중국 최대 연휴인 지난 춘절기간에는 매일 2000여 명의 중화권 요우커들이 트릭아이미술관을 방문해 마치 한류스타에 열광하듯 트릭아이 입체그림 앞을 떠날줄 몰랐다.
해외관광객을 사로잡은 트릭아이미술관의 매력은 과연 뭘까?
한마디로 마술같은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인기비결은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금기가 없는 미술관이다. 대부분의 박물관들이 딱딱한 분위기에 실내 곳곳에는 '만지지 마세요', '사진촬영 금지'라는 푯말이 걸려 있지만 이 곳의 그림은 얼마든지 만지고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동영상 촬영까지도 가능하다.
둘째, 관람객이 그림속의 주인공이 되는 곳이다. 모든 작품이 자신을 그림속에 집어넣거나 앞에 서야만 최고의 그림이 완성되도록 고안됐다. 지금까지의 미술관은 관람객이 수동적으로 작품만 구경하는 일반통행(one way)에 그쳤다. 그러나 트릭아이미술관에서는 관람객과 작품이 쌍방통행(two ways)을 하면서 무언의 대화를 나누거나 연인처럼 상호작용(interaction)을 하는 양방향 소통방식을 택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관람객이 감독 겸 배우가 된다.
셋째, 3D의 생생함이 그대로 전달되는 곳이다. 트릭아이미술관 벽과 바닥에 설치된 모든 작품은 분명히 평면인데 3D 입체 작품으로 보인다. 유치원생이 엄마보다 큰 거인으로 변하는가 하면 가만히 서 있는데도 천장에 매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원근법을 활용해 시각적 3D효과를 극대화시킨 입체미술 작품이 만들어 낸 마술이다.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눈이 속아서 즐거운 'trick eye'이다.
트릭아이미술관에 따르면 올해 2월말까지 최근 3개월간 이곳을 찾은 외국인은 12만3000명이다. 평일 1200명, 토요일 일요일 등 공휴일에는 2000명 이상이 꾸준히 찾았다. 국가별로는 3개월간 태국이 3만5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홍콩 3만명, 중국 2만6000명, 대만 6400명, 싱가포르 5000명 순이다. 그 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한류바람이 거센 아시아권 국가들의 방문이 많았다.
지난 23일에는 아시아의 대표적 관광국가인 싱가포르 문화관광 업계의 고위 관료들이 트릭아이미술관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싱가포르관광청의 라이오넬 여(Lionel Yeo) 청장을 비롯해 북아시아국장 등 10여명이 직접 트릭아이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싱가포르관광청 한국사무소측은 서울의 대표적 관광명소인 트릭아이미술관 벤치마킹 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밝혔다.
트릭아이미술관이 한류미술관으로 입소문나면서 홍대거리로 외국인 관광객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다보니 주변 상권도 덩달아 활기를 띤다. 미술관 주변 의류점 악세서리점 식당 카페 등에는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중국어와 태국어 영어로 쓰인 간판과 안내원까지 등장했다.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뮤지엄이 연간 100만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하며 지역경제를 살리는 창조도시 문화컨텐츠로
외국인에게는 밤거리 클럽이 밀집한 장소로 알려진 홍대상권에 창조적인 문화컨텐츠 공간인 트릭아이미술관이 들어서면서 해외 관광객이 몰리고 이들 관광객의 입소문과 SNS 활동에 힘입어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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