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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투쟁을 이어가던 민주당이 지난 주말에 첫 대중 집회를 열었습니다. 새누리당은 대선불복 촛불 정치라고 비난했는데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와 관련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 새누리당이 이 집회를 대선불복 촛불 시위라고 말한 것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지나친 발언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지나친 발언이라고 할 수도 있죠. 사실 촛불시위 제일 앞에 나와 있는 사람 몇 몇 분들을 보면 그런 말이 나올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는 말이고 발언인데 정치인들이 해선 안 될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대선불복도 그 중에 하나같습니다.
▶ 새누당의 이런 발언과 태도가 여야 관계를 악화하는데 불을 지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여당에서 야당에서 하는 행태를 대선불복이라고 몰아세우게 되면 야당으로서도 할 말이 없죠. 사실 대선불복이라는 게 보통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미국사회에서 가장 비극적인 남북전쟁, 링컨 대통령 당선에 대해 남부에서 불복한 거 아닙니까. 엄청난 비극을 초래했죠. 그래서 이른바 후진국 정치에 서 있는 것이고 정치인들이 아무리 여야 간에 공방을 하더라도 이런 말까지 언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 이 와중에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한 마디를 했습니다. 언론에서는 흔히 영수회담의 정치학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김한길 대표가 제안한 영수 회담이 시의적절하다고 보십니까?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하고 야당 대표가 만나는 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영수회담이라는 어마어마한 말로 쓰지 않습니까. 그리고 과거에 야당대표가 강성 투쟁을 하다가 청와대에 가 대담하고 나서 좋은 효과를 가져 온 적이 없어요. 항상 야당 대표가 그러고 나면 ‘사쿠라 논쟁’이 생기고. 참 불행한 건데요. 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당시에는 미국 상하원이 전부 민주당이었어요. 민주당에서 대표는 하원의장이죠. 매일 전화하고 협의하고 친구처럼 국정을 이끌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과 정당과의 관계가 언제 미국처럼 될지 안타까운 감이 있습니다.
▶ 영수회담이라는 게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표현인 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이런 비슷한 식의 문화가 있나요?
-문화라고 말할 수 없죠. 거기에서는 특히 의회의 다수당이 집권당이 되면 하원의장과는 부단하게 대통령이 대화하고 전화하고 격식 없이 해야만 국정이 가능한 것이죠. 그래서 우리나라 대통령제가 그런 면에선 아직까지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죠.
▶ 우리 정치사를 돌이켜보면 대선불복이 역사가 있긴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3.15 부정선거에 대해서 4.19가 났죠. 그 당시에는 자유당이 너무 무리했죠. 조순형 의원의 부친이신 조병옥 박사가 후보로 급사하시는 바람에 대통령은 이미 정해진 건데 부통령까지 하려고 해서 온갖 부정부패했다가 결국 4.19로 간 것이 대선불복이죠. 대선불복이라고 하는 것이 이만큼 어마어마한 사안인데 지금 상황이 이런 것을 입에 올릴 만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여야 정치인들이 언어를 순화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3.15 부정 선거는 국민들이 행동으로 길거리에 나와서 보여준 사례지만 이른바 심적인 대선불복 사례도 있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87년 대선 때 야당에서 김영삼, 김대중 두 후보가 분리되어서 졌죠. 아마 야당에선 자기들 잘못이지만 대선불복이라는 심정이 많이 있었죠. 결국 노태우 대통령이 김영삼 총재와 같이 합당하면서 그 문제를 풀었다고 볼 수 있고. 그 후에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때는 문제가 없었고요. 그 다음에 노무현 대통령 당시 2002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했지만 대선에서 졌잖아요. 김대업 씨가 제기한 이회창 후보의 아들 문제 때문에 졌다는 억울한 심정, 심정적으로 패배를 인정할 수 없다. 제가 보기엔 당시 한나라당에 그런 것이 팽배했었다고 봐야 합니다.
▶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도 이런 심적인 대선 불복이 있었습니까? 이른바 BBK 의혹인가요?
-그렇죠. 12월 19일이 선거인데 12월 5일에 당시 검찰이 BBK 의혹에 대해서 무혐의 결정을 했는데 거기에 대해 야권 지지자들은 승복하지 않았죠. 그래서 그런 심정이 촛불사태로 이어진 것이라고 봐야죠. 2002년 대선에 대한 한나라당의 불복 심리가 결국 탄핵으로 가고. 그래서 저는 대통령 선거가 공정하고, 당선되는 분이 깨끗하게 당선되어야 5년 임기가 무사히 간다고 생각합니다.
▶ BBK 의혹의 당사자인 김경중 씨 쪽에서는 지금도 억울하단 입장을 밝히는 것 같아요. 지금도 민주당에선 특히 박영선 법사위원장 같은 경우 이 문제에 대해서 여전히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 같은데 이 문제가 혹시라도 나중에..
-이것은 일단 박근혜 대통령과 전 정권간의 관계이죠. 제일 큰 것이 4대강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원전 비리도 그 중의 하나죠. 그런 것이 확산되고 야권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게 되면 혹시나 나올 수 있겠지만 폭발력은 과거에 비해서 줄어들었죠. 이미 과거의 문제가 되었다고 봐야죠.
▶ 심정적으로나마 대선 불복이 나오지 않았던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선 이런 얘기가 쑥 들어갔다? 왜 그런 걸까요?
-그렇죠. 아무래도 두 분은 민주화 운동의 아이콘이었고 선거에서 시비가 없었을 정도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고. 그래서 그 분들이 비교적 5년 임기를 무난하게 채웠는데 마지막에 가서 아들 때문에 두 분도 고생하지 않았습니까. 대통령이 임기 5년을 무난히 간다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 대선 불복이라는 얘기를 오히려 야당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여당이 먼저 꺼낸 형국이 되었어요. 바람직할까요?
-아마 여당에서는 야당의 장외 집회를 차단하기 위해서 그렇게 말한 것 같죠. 사실 장외집회에서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대선불복 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보면 뻔히 알지 않습니까. 물론 대중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앞에 나온 사람들을 보면 그런 것을 찾아내기 위해서 이런 말을 꺼낸 것 같은데 저는 이렇게 되면 보기에 따라서 정말 심각한 것이 있기 때문에 저 사람들이 선제로 방어막을 치는 것 아니냐, 이런 말도 나올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정치인들이 할 말이 있고 해선 안 될 말이 있고 대선불복은 어마어마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지금 새누리당의 이런 발언이 오히려 역풍이 될 수 있는 게 오늘 일부 조간들이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만 촛불 집회에 나온 시민들의 의견은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심판하고자 나왔는데 대선개입 불복 세력으로 매도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 오히려 역풍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습니까?
-그런 역풍도 나올 수 있고 여권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촛불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면모를 보면 여당에서 ‘아, 저긴 저거다’ 말할 수 있겠죠. 그래서 야당으로선 그런 이미지를 주는 사람들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오늘 박근혜 대통령이 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게 됩니다. 대통령의 휴가는 정국을 구상하는 시간일 텐데 오늘 업무에 복귀하면서 이번 주에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짐작이 어려운데요. 제가 걱정 하는 것은 이렇게 야당과 대립구조로 가게 되면 매우 어렵죠. 보나마나 정기 국회가 파행되고 예산 날치기라는 말이 나올 것이고. 이명박 정권 내내 그렇게 해서 야당과 긴장으로 가지 않았습니까. 그 결과가 안 좋지 않았습니까. 이명박 정권 때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참패
▶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정치권 이슈의 꼼꼼한 분석,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였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