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으로 8개 국어 구사·유튜브 스타·파워블로거·한국어 교육까지…
“한국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청년 선현우씨를 만나봤다
홍대 근처의 한 커피숍. 약 80명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랭귀지캐스트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삼삼오오 외국어 팻말이 놓여있는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이 모임을 5년째 주최하고 있는 선현우씨는 조용히 마이크를 잡고 안내를 시작한다. 시끄러웠던 카페는 천천히 그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유튜브 스타, 한국어 전도사, 외국어 달인, 파워 블로거…’그에게는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만큼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독학으로 8개 국어를 하고 블로그·트위터·페이스북·유튜브 채널로 전 세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에는 EBS 라디오 영어 교육방송을 진행하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선현우씨가 개설한 한국어 교육 홈페이지 ‘Talk to Me in Korean’에는 이미 160개국 30만 명에 이르는 외국인 회원이 방문하고 있다. 명동거리를 걷다 보면 그에게 인사를 건네는 외국인들이 한두 명쯤은 있다니 해외에서 그의 인지도는 알만 한다.
컴퓨터 하나로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는 그. 유튜브와의 첫 인연이 궁금했다.
-유튜브 채널을 사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2007년 유튜브에 비보잉 영상을 올린 것은 우연이다. 채널 구독자가 30명~40명으로 점차 늘어나며 즉각적으로 오는 반응들이 재미있고 신기했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면 ‘많은 사람들이 보는 구나’ 싶었다. 내 채널을 보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조금 더 재미있고 차원이 다른 영상을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이렇게 ‘소통’을 시작한 선현우씨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의 수요를 발견하게 된다. 2009년 최초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 사이트 운영을 시작했다.
-한국어 교육 사업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는지
유튜브를 통해 많은 외국인들과 소통을 하면서 한국어를 가르쳐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외국친구들이 자주 물어보는 질문들을 정리해 블로그에 글을 올리다 한국어 교육 동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 뜻이 맞는 친구들과 본격적으로 한국어 교육 사업을 벌이게 됐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의 매력은
외국인들은 한국어를 배울 때 기대치가 별로 높지 않아서 한 단어를 배워도 정말 좋아한다. '오빠가 무슨 뜻이냐?’, ‘형이라고 불러도 되냐’는 단순한 질문에 답을 해도 즐거워한다. 보람 있는 일이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 외에도 한국의 지하철, 평범한 거리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아 전 세계인들과 공유한다. 이외에도 번개모임, 리무진 함께 타기, 단체여행가기 각종 이벤트들을 끊임없이 기획한다.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는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우연히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렇게 떠오른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것이 너무 싫었다. 아까웠다. 항상 주변사람들에게 먼저 이야기해서 주변에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실행 옮겼다.
-끊임없이 어떠한 일을 하고 있다. 그러한 동기는 어디에서 나오나
어린아이가 칭찬을 받으면 좋아하는 것처럼 주변사람들 혹은 스스로에게서 동기를 찾는 방법도 있다. 나의 경우에는 영상이든, 글이든 기록을 남기는 것도 동기 부여가 됐다. 특히 어떠한 일이든 시작하는 날부터 사람들에게 말한다. 이런 방식으로 일을 하다 보니 내가 말한 것에 대한 책임감과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떻게든 더 열심히 일 하게 됐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 속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랭퀴지 캐스트 모임에서 만난 한 미국인 여성은 그를 알고 지낸 지 2년 정도 됐다고 했다. 그는 ‘선현우씨는 항상 미래를 보며 일을 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도 선견지명이 있나
잘 모르겠다. 새로운 것이 나오면 시도를 한다. 일례로 트위터 계정을 만든 건 2007년이었다. 2010년 트위터가 뜨기 시작할 때 난 이미 SNS를 사용하는데 전혀 두려움이 없었다. 우연히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자리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항상 많은 시도를 했고, 그런 시도가 우연을 기회로 만든 것 같다.
활어처럼 싱싱했다. 그는 재미있고 신나는 일을 찾아 끊임없이 헤엄쳐나가고 있었다. 이런 그를 탐내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았다.
-스카우트 제의는 없었나
광고회사, 정부기관, 포털 사이트 등 많은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매일매일 신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회사에서 주는 돈 정도는 내가 스스로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어딘가에 소속된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꿈은 무엇인가
지금처럼 10명 미만의 팀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한국을 막 예쁘게 꾸며서 보여주고 싶진 않다. 한국을 찾았을 때 실망하게 되는 부작용을 막고 싶다. 있는 그대로 알리되 한국에서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먼 미래를 내다보진 않는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서
그는 시종일관 ‘재미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해왔다고 말했다. 삶을 살면서 중요한 일들과 해야 할 일은 참 많다. 이런 이유로 정작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지 못하며 사는 우리에게 부족했던 것은 ‘강력한 동기’와 ‘끊임없는 시도’가 아닐 까 생각해본다.
이미연 인턴기자(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