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거리에 있는 적을 제압할 수 있는 전통무기가 바로 국궁인데요.
대나무로 만든 화살인 궁시는 뛰어난 성능과 아름다움 만큼이나 제조 공정도 복잡합니다.
사람들의 외면 속에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궁시를 이정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뒤로 과녁을 응시하는 눈빛이 매섭습니다.
튕겨나간 화살은 바람을 가르고 날아가 목표물을 명중시킵니다.
예로부터 먼 거리의 적을 제압하는 데 탁월했던 국궁은 영화 '최종병기 활'을 통해 일반에 널리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이명숙 / 서울시 동작구
- "쏘는 느낌이 달라요. (전통활인) 각궁은 힘을 줘서 발시할 때 가야금 현을 뜯는 것처럼 부드럽고 어깨에 무리가 안 가요."
▶ 스탠딩 : 이정석 / 기자
- "이곳은 고종 황제도 자주 와서 활쏘기를 즐겼던 황학정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값싼 신소재로 만든 화살이 나오면서 전통화살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
4대째 궁시를 만들어 온 유영기 옹.
재료가 되는 대나무를 구하는 일부터 꿩 깃털을 붙이는 일까지, 무려 130가지의 까다로운 공정을 대대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좋은 재료를 찾기 위해 방방곡곡 안 가본 곳이 없다는 유 옹은 대를 잇겠다는 아들과 함께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온 궁시의 복원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유영기 / 중요무형문화재 47호 궁시장
- "화살촉 등을 복원해 공개 발표하고, 몇 점씩 주문하면 판매도 하는데 아주 극소수입니다."
최근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의 도움으로 공방을 운영하고 있지만, 궁시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 인터뷰 : 유영기 / 중요무형문화재 47호 궁시장
- "전수생들을 키우는 것이 가장 애로점입니다. 나는 가르치고 싶어요. 4대~ 5대 내려온 것을 하루아침에 끊어버릴 수는 없잖아요."
예로부터 '동쪽의 활을 잘 쏘는 동이족'으로 불리며 뛰어난 기술을 이어 온 우리 민족.
전통을 상징하는 궁시의 맥이 끊기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MBN 뉴스 이정석입니다. [ljs730221@naver.com]
영상취재 : 김동욱 V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