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5,000만원의 빚을 떠안고 사업을 시작해 현재 연 매출 150억 원의 기업으로 탈바꿈 시킨 CEO가 있어 화제입니다.
그 주인공은 30년 동안 오로지 실리콘에 대한 열정으로 한 길 만을 걸어온 (주)한국실리콘 구본강 대표.
OEM 생산으로 시작해 현재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100여 가지가 넘는 실리콘 주방 용품을 개발하고 있는 구본강 대표의 성공 스토리를 들어보았습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입니다.
Q. 당시 미개척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던 실리콘 분야, 어떻게 발을 딛게 된 것인지?
A. 어릴 때부터 같은 동네에 외삼촌이 사셨어요. 외삼촌이 실리콘 원료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셨는데 수출도하고 그러셨거든요. 그 외삼촌의 영향이 컸죠. 실리콘의 비전이나 장점 같은 것을 항상 듣고 자라왔거든요. 그래서 그 어렵다는 화학공학과를 미련 없이 선택해서 들어갔는데 실리콘 분야를 선택하고 공부한 사람은 저 밖에 없었어요. 각오는 하고 들어갔지만 정말 어렵고 또 혼자라 더 힘들었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혼자 공부를 한 것이 지금 저만의 경쟁력을 만들 수 있게 해 준 것 같아요.
Q. 기술영업직으로 입사한 회사에서 생산에 뛰어들었다고? 그 이유는?
A. 영업을 다니면서 설명회를 하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있으면 제품을 설명하는데 더 쉽겠다. 또 원가도 낮추는 법을 연구해서 싼 값에 팔면 더 잘 팔리지 않을까?’라고요. 공장 안의 온도가 200도가 넘어요. 땀이 비 오듯 하죠. 그래도 확실히 생산을 배우니까 영업 다니면서 설명하기가 훨씬 좋고 실적도 점점 오르더라고요. 나중에 생산 할 땐 거기 계시는 생산직 직원 분들 보다 더 많은 물량을 만들어 냈다니까요. 이렇게 생산도 배우고 기술, 영업을 골고루 알다보니까 자신감도 생기더라고요.
Q. 친구가 운영하던 (주)한국실리콘을 인수하게 된 계기는?
A. 그 친구는 외삼촌 회사에서 영업직으로 있던 친구예요. 영업만 하다보니까 기술이나 생산에 대한 부분이 뒤처지더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저한테 회사를 5,000만원에 인수해 볼 생각 있냐고 묻더라고요. 그런데 그 때는 일반 회사원이었기 때문에 5,000만원은 너무 큰 돈 이었어요.
고민하다가 은행에 가서 신용대출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까 500만원을 해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뾰족한 수가 없으니, 일단 500만원 들고 친구를 찾아갔어요. 일을 해서 1년 안에 꼭 4,500만원을 갚겠다고 하니까 그 친구가 고맙게도 저를 믿고 그렇게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된 거죠.
Q. 빚을 다 갚았나요?
A. 1년 만에 다 갚았어요. 제가 생산도 할 줄 알고 영업도 할 줄 알고 하다보니까 일단 인력을 줄였어요. 처음에 직원이 5명이었는데 3명으로 줄여서 제가 생산하다가 시간 남으면 영업 다니고 경리까지 봤어요. (웃음) 그렇게 하니까 1년 만에 다 갚아지더라고요. 친구도 놀라고요.
Q. 락앤락과 거래를 하게 된 계기는?
A. 빚을 다 갚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제가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배운 기술들로, 그 회사들과 경쟁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 회사들에게 미안하고 양심의 가책마저 느껴졌어요. 그래서 다른 걸 찾아 본거죠. 처음에 미니 자판기 안에 들어가는 실리콘 호스를 만들다가 건축물을 만드는 데도 참여했어요. 실리콘이 정말 다양한 분야에 쓰이죠? 건축물에는 물이나 가스 누수 방지용으로 우리 실리콘을 사용했었습니다. 그
러다가 불현듯 생각한 것이 밀폐용기의 뚜껑에 들어가는 실리콘 패킹이었어요. 원래 소량생산으로 만들어졌었는데 이걸 대량생산 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서 하다보니까 입소문이 났는지 락앤락 회장이 찾아와서 같이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Q. 그 후로 승승장구 하셨겠네요?
A. 아니요. 공장도 더 큰 곳으로 옮기고, 생산 원가도 낮추려고 ‘하나실리콘’이라는 원료 회사도 직접 차렸는데 위기가 급작스레 닥쳤습니다. 갑자기 락앤락이 중국 진출을 한다는 거예요. 중국에 공장도 만들고요. 우리 매출의 50%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 때 정말 힘들었어요. 나만 믿고 일하는 직원들도 그렇고 너무 걱정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락앤락 중국 공장이 빨리 기반을 잡을 수 있게 우리 기술자를 그 쪽으로 보내서 훈련 시켜주는 거였어요.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러기를 잘 했다고 생각하고요. 어쨌든 그러면서 제가 락앤락에 조건을 하나 걸었죠. 한국 물량만이라고 우리가 생산할 수 있게 해달라고요. 흔쾌히 허락하더라고요. 덕분에 매출을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Q. ‘주방 용품을 만들어 보자’라고 생각한 특별한 계기 같은 것이 있었나요?
A. 위기를 넘기면서 생각한 게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거였어요. OEM이다 보니 락앤락이 흔들리면 우리도 흔들리게 되고.. 그게 싫더라고요. 그러던 중, 중소기업청에서 유럽 시찰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유럽으로 시찰을 떠났어요.
프랑스 백화점에 들어갔는데 실리콘으로 만든 주방 용품들이 가득 모여 있더라고요. 정말 충격 이었어요. 보는 순간,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한국에는 없던 제품이었거든요. 그래서 그 물건을 하나씩 다 사서 한국으로 들어온 후에 그 주방 용품들 보면서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Q. 실리콘 손잡이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어떻게 나왔나요?
A. 직원들에게 직접 음식 만들어보라고 시키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근데 주방 용품은 아시다시피 소모가 많이 되잖아요. 뜨거운 곳에 닿기도 하고요. 일반 주방 용품은 손잡이 부분이 뜨거운 물에 담가 놓으면 달궈지고 불에 타면 녹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실리콘은 열에 강하기 때문에 달궈지지가 않아요. 그래서 손잡이에 실리콘을 넣으면 좋겠다 싶었죠. 실리콘이 부드러운 소재라 잡을 때 느낌도 좋을 것 같았고요.
Q. 1년간의 개발 끝에 만들어낸 실리콘 주방 용품들, 마트와 계약하게 된 비결?
A. 일단 실리콘 손잡이가 특허를 받았어요. 이 점이 가장 플러스 요인이 된 것 같아요. 또 세계적으로 주방 용품이 친환경적으로 바뀌고 있던 추세였거든요. 운이 좋았죠. 디자인도 예뻐서 신세대 주부들도 좋아하고 프라이 팬 같은 곳에 긁어도 긁히지 않고, 그렇게 소모가 잘 되지 않는 것이 비결이었던 것 같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A. 일단 실리콘으로 만들 수 있는 용품의 가지 수를 더 늘리고 싶어요. 다양화를 시키는 것이죠. 아웃도어 용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캠핑 용품을 실리
국내 시장을 석권하는 것도 과제이지만,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또 다른 과제입니다. 처음 유럽에서 물건을 보고 사들였지만, 역으로 제가 만든 물건을 유럽 백화점에 진열시켜놓고 싶어요. 일단 동남아나 중국 시장을 먼저 공략 후 에 유럽도 진출해서 글로벌 기업을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