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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면서도 돈까지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최근 이런 ‘공익’과 ‘수익’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이 젊은 청년들의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200만 원짜리 보청기를 34만원까지 낮춰 ‘난청인’들에게 소통의 문을 열어준 동시에 올해 연 8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는 27세 젊은 사업가, (주)딜라이트의 김정현 대표를 만났습니다.
Q: 27세 성공한 CEO는 어린 시절도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A: 여느 남자 애들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농구나 게임을 하는 걸 좋아했어요. 조금 다른 것이 있었다면 일찍부터 ‘돈 버는 재미’를 알았다는 거죠. 중학교 때는 게임 아이템을 판매해보기도 했고, 고등학교 때는 전자제품 중고 사이트를 운영해서 평균 월 500만 원 정도 벌기도 했어요.
하루에 15 시간 씩 매달렸었는데 대학교를 가야겠다는 생각에 그만 두게 되었어요. 공부를 시작하긴 했는데 뒤늦게 따라가려니까 힘들더라고요. 보기 좋게 수능 시험을 망쳤어요. ‘돈이나 벌자.’고 생각하고 팬시용품이나 향수 같은 것을 오픈 마켓에 파는 일을 했어요. 6개월 정도 지나니까 돈만 버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오더라고요. 친구들이 대학교에 다니는 것이 부럽기도 했고요. 그래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다음 해에는 저도 ‘신입생’이 되어 대학생활을 만끽할 수 있었죠.
Q: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새내기 생활을 하던 중 수업 시간에 좋은 일을 하면서 동시에 수익도 내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었어요. 사회적 기업의 다양한 사례들을 보면서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좀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넥스터스’라는 사회적 기업을 연구하는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특히, 저는 인도의 ‘아라빈드 안과병원’ 사례에 많은 관심을 가졌죠. 2~300달러 짜리 인공 수정체를 ‘대량 생산’과 ‘표준화’를 통해 4~5달러 선으로 크게 낮춰 돈이 없어 앞을 못 보던 환자들에게 빛을 선물해준 병원이었어요. 그 사례를 보면서 저도 그런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재화를 생산하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Q: 보청기 아이템은 어떻게 생각해냈나요?
A: ‘아라빈드 안과병원’ 사례를 깊이 공부하다 보니까 이 병원에서 실패한 사업도 있더라고요. 이 병원에서는 동시에 보청기 보급 사업도 했는데, 인도가 워낙 땅덩어리가 크다 보니까 유통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드는 거예요. 하지만 우린 그렇지 않잖아요. 우리나라는 하루면 어디든 갈 수 있잖아요.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하지만 패기만 가지고 시작을 한 사업이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사람들의 귀 모양을 분석하고, 거기에 맞는 보청기를 디자인하고, 만드는 일 등 처음부터 끝까지 쉬운 것이 없었어요. 계속 연구에만 매달렸어요. 제품 개발이 계속 늦어지니까 마음이 점점 불안해지더라고요.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사람들에게 저렴하고 품질 좋은 보청기를 개발해 내 난청인들에게 ‘세상과의 소통의 문을 열어주고 싶다.’는 사명감을 떠올렸어요. 그렇게 1년! 드디어 제대로 된 제품을 개발해내서 세상에 저희 보청기를 내놓았죠.
Q: 반응이 어땠나요?
A: 200만 원짜리를 34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내놓은 만큼 내심 기대를 했었어요. 하지만 보청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복지관 같은 곳을 다녔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냉담하더라고요.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공급을 해준다고 하니 사람들이 모두 ‘나이도 어린 게 사기를 친다.’고 생각했겠죠. 그래도 직접 성능을 테스트 해보이고 나니 모두들 절 믿어주시더라고요.
그 이후 조금씩 소문이 나기 시작하니까 보청기 주문량이 급속도로 늘어났어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한지 한 달도 안 돼서 세 달치 주문이 밀려 들어왔죠. 또한, 나이 드신 할아버지, 할머님들께서 직접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며 서울에 올라와 보청기를 사시는 걸 보고는 조금 더 편하게 받으실 수 있게 지방에도 여러 곳 지사를 설립했어요. 첫 해 매출이 7억이었는데 창업 2년 만에 벌써 8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A: 당장은 직영점 수를 더 늘려서 전국 단위의 유통망을 확충하는 거예요. 또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수출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의 보청기를 제공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지금 카이스트 연구소와 연구 개발을 협력해서 미국, 일본, 남미 등에 있는 난청 환자들에게도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제품 개발을 하고 있는 중이예요.
좀 더 장기적으로 보면, 임플란트나 틀니 등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것인데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있는 제품들을 질 좋게, 싸게 공급하는 사업을 지속할 생각이에요. 현재는 홍대 앞에서 가난한 친구들도 재능만 있으면 미술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가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조금씩 고쳐 나간다면 나중에는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들도 해결해 낼 수 있지 않을까요?
Q: 비슷한 나이에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A: 세상에 다양한 길이 있겠지만 크게 보면 남들이 이미 닦아 놓은 길과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길이 있는 것 같아요. 저와 비슷한 나이에 있는 친구들에게 조심스럽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 두 가지의 길 중 후자의 길은 나이가 들수록 선택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철이 든다고 할 수도 있고 책임져야 할 것들
젊을 때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조급하게 ‘남’들이 정의한 대로 가는 것이 안타까워요. 자신을 믿고 젊음에 한 번 더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