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가 원하는 것만 잘 대접해 줘도 비싼 화장품이 필요 없습니다”
박현희(37) 헬렌박 코스메틱 대표는 직원들 사이에서 ‘겁 없는 사장님’으로 불린다. 사업 경험이 전무했던 그가 낙천적인 배짱과 오기로 헬렌박 코스메틱을 작은 뷰티숍에서 회원 8만 여명의 코스메틱 브랜드로 키워냈기 때문이다.
특히 ‘헬렌박’이 강조하는 세안후 스킨케어를 하나로! 메이크업을 하나로! 마무리하는 2단계 화장법은 아침마다 화장하느라 바쁜 직장 여성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 여성들은 스킨, 로션, 에센스 등 다양한 기초 화장품에 길들여져 있어요. 기본적인 수분만 보충되면 복잡한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돼요”라고 강조한다.
호주에서 피부치료와 메이크업을 공부한 박 대표는 유학시절 경험한 메이크업에 큰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호주에서는 자연스러운 화장을 중시해요. 신부화장도 15분을 넘기지 않죠. 기초단계에서 수분크림 하나만 바르고 블러셔를 강조해요. 다만 동양인의 경우 노란 피부 톤을 화사하게 표현하기 위해 그에 맞는 파우더를 개발하게 된 거죠”
▶대기업 뛰쳐나와 메이크업의 매력에 빠지다
박 대표는 상고 졸업 후 바로 대기업에 입사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단조로운 회사 생활에 한계를 느끼고 퇴사를 결심했다. 대학에 입학한 박 대표는 평소 관심이 있었던 경영학 공부를 위해 2001년 호주 유학을 결심한다.
“처음 3개월 동안 영어공부를 하면서 앞으로 뭘 할지 생각했어요. MBA를 마친 친구들이 결국 회사원이 되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그래서 당시 호주에서 각광받던 미용 산업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어요”
박 대표는 호주 현지인들이 보습을 위해 자주 사용하는 소블린 크림에 주목했다. 한국 지인들이 써보더니 너도나도 보내달라고 아우성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무작정 회사를 찾아갔어요. 꼭 독점권을 따야겠다고 생각했죠”
학교 추천서 한 장 들고 찾아와 자신이 느낀 제품의 매력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작은 체구의 동양인 여성에게 회사 측은 선뜻 독점권을 내줬다. ‘두꺼운 사업계획서보다 더 신뢰가 간다’는 이유에서였다.
“진심이 먹혔던 것 같아요. 호주에서 유학하는 동안 어떤 사람이든 진심으로 대하면 마음을 연다는 사실을 알았거든요. 진심 앞에서는 인종도 문화도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자서전 쓰려면 이정도 고생은 해야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2003년 연대 앞에 낸 뷰티숍은 5년간 5억원이라는 큰 손해를 냈다. 투자하겠다며 접근했다가 잠적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정작 박 대표는 “‘이 정도 고생은 해야 나중에 자서전 쓸 정도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진심을 알아준 사람들도 많이 만났던 시기”라고 회상한다. 당시 고객이었던 이들 중에는 현재 일본 수출을 담당하는 일본인 친구도 있다.
박 대표는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활로를 찾았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소블린 크림을 알리기 위해 샘플을 배포하고 매일 100명씩 일일이 전화를 걸어 제품설명에 나섰다.
그러자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보습력이 좋더라’는 입소문이 퍼졌고 마침내 온라인 쇼핑몰 수분크림 분야에서 판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항상 ‘헬렌박’을 강조했어요. 헬렌박이 추천하는 제품이라면 믿고 쓸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었거든요” 브랜드의 신뢰도를 쌓아올린 박 대표는 한국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한 소블린 크림을 자체 제작하기에 이른다.
◆ 진심이 통하면 못할 게 없어
박 대표가 10년간 회사를 흔들림 없이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특유의 ‘진심 마케팅’ 때문이다.
“제 영어 이름 ‘헬렌박’으로 사업을 하는 이유는 진심을 보여주겠다는 각오입니다. 한 번 써본 사람이 다른 화장품을 쓰다가도 다시 돌아오게 할 자신이 있어요. 저와 직원들이 직접 테스트 해보고 권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유럽 심지어 아프리카에서도 종종 주문이 들어오는 이유다.
박 대표는 공식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그는 “5년 전 유럽 여행을 갔더니 온 동네에 시세이도 매장이 있어서 충격을 받았어요. 일본도 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헬렌박 이름 석 자가 전 세계 도시 곳곳에 자리 잡는 것이 제 최종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