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청계천 광장에 커다란 상자가 등장했습니다.
빛이 나기도 하고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는 이 상자의 정체는 뭘까요?
오상연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기자 】
도심 속에 나타난 반짝이는 상자.
상자 안은 밖이 보이지 않는 혼자만의 거울 방입니다.
페달을 밟자 주어지는 10초의 발언 시간.
"시골에 계신 어머니, 9일에 내려갑니다."
"육아를 한 가정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의 책임으로 인식해서"
각기 다른 사연은 상자에 녹음되고 이들이 떠나고서도 스피커를 통해 광장에 방송됩니다.
"시골에 계신 어머니…"
"사회의 책임으로 인식해서…"
▶ 인터뷰 : 남궁 연 / 재즈 드러머
- "21세기형 디지털 신문고잖아요. 옛날에는 북을 쳐서 자신의 얘기를 들어줄 기회를 받았는데 이제 페달을 밟아서 하고 싶은 말을 남기는 시대가 됐습니다."
대중과 미술을 만나게 하는 이 공공미술 작품은 혼자만의 이야기를 광장에 풀어놓습니다.
▶ 인터뷰 : 양수인 / 작가
- "시민이 스스로 자기의 의견을 공공의 영역에서 나타낼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녹음된 내용에 대해 다른 감상을 덧붙여 남기며 인터넷의 댓글과 같은 꼬리말 놀이도 이어집니다.
▶ 인터뷰 : 배순훈 / 국립현대미술관장
- "우리가 같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자기 얘기를 하면서 어떤 경향을 만드는 것이 작가의 의도인 것 같아요."
사회적인 화합과 갈등의 한 중심, 광화문 청계 광장에 나타난 '소통의 상자'는 오는 10월 말까지 전시됩니다.
MBN뉴스 오상연입니다.
[오상연/art5@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