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깍-' 거리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까치가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이원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박사과정 학생, 이상임 서울대 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 전임연구원, 피오트르 야브원스키 생명과학부 교수,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연구팀은 까치 실험을 통해 까치가 자신을 위협하는 사람의 얼굴을 알아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야생조류가 사람을 분별한다는 내용의 연구는 전 세계에서 까마귀와 흉내지빠귀(Mimus Polyglottos)에 이어 세 번째로, 이번 연구결과는 동물학 학술지인 '동물인지(the Journal Animal Cognition)' 최신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 까치는 새끼를 만졌던 사람을 인식한다
연구팀은 까치 번식 성공률 조사를 위해 매번 까치둥지에서 새끼를 꺼내오던 학생에게 까치들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 데서 이번 연구를 착안했다. 이 학생이 둥지 근처에 나타날 때마다 까치들이 경계하는 소리를 내며 따라온 것.
연구팀은 이에 따라 '까치가 사람을 분별한다'는 가설을 세운 후 까치 번식기인 4~6월에 서울대 캠퍼스 안에 있는 까치둥지 19개를 관찰했다.
연구팀은 이 중 새끼가 성장한 6개 둥지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 둥지에 올라가 새끼를 꺼낸 학생과 둥지에 올라간 적이 없는 학생을 두 명씩 짝지어 실험을 진행했다. 똑같이 회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두 학생은 부모까치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서로 반대방향으로 걸어갔다.
실험 결과 6개 둥지 중 5곳에서는 부모까치가 이전에 새끼를 꺼냈던 학생을 따라가며 경계신호를 보냈다. 나머지 1개 둥지에서는 부모까치가 새끼를 꺼냈던 학생을 향해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키와 몸집이 비슷한 두 학생의 외양에서 차이가 나는 점은 얼굴뿐이다. 그럼에도 부모까치가 새끼를 위협하려고 했던 사람의 얼굴을 인식했다가 비슷한 위협 상황이 닥치자 그 얼굴을 기억해내 공격성을 드러낸 것이다.
동물들은 일반적으로 같은 종끼리는 생김새를 구별해낸다. 하지만 종이 다른 사람이나 다른 동물에 대해서는 다른 종이라는 것만 인식하고, 개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인가에 살면서 얼굴 차이점을 구별한다
연구에 참여한 이상임 연구원은 "많은 종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와야겠지만 현재로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사는 까치가 환경에 적응하면서 사람 얼굴 간 차이점을 구별하게 돼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도시에 사는 까마귀를 덫을 놓아 잡을 때 영화 '스크림'에 나온 하얀 가면을 썼더니, 나중에는 다른 사람이 가면을 쓰고 지나가도 새가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 밖에 사람이 가축으로 키우는 말이나 꿀벌, 동물원에 있는 펭귄이나 물개, 도마뱀 등도 사람을 구별한다는 관찰 결과는 있지만 야생동물이 사람을 알아본다는 직접적인 실험 결과는 거의 없다.
까치나 까마귀는 새뿐 아니라 다른 동물과 비교해도 기억력이 좋고,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나다.
15년간 까치를 연구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실험실에서 튜브를 겹쳐놓고 안에 벌레를 넣으면 상당수의 까치들이 몇 번 만에 정확하게 튜브를 움직여 벌레를 먹을 정도로 영리하다"고 설명했다.
까치는 거울을 보고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는 몇 안 되는 동물이기도 하다. 외국에서 진행된 실험에서는 까치가 제 몸을 비추면서 거울을 이용해 깃털에 붙은 이물질을 떼내기도 했다. 대부분의 동물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면
침팬지나 오랑우탄처럼 인간과 비슷한 포유류부터 조류나 파충류 등의 인지능력을 연구하는 '동물인지' 연구는 최근 들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 교수는 "인간의 두뇌를 이해하려면 진화과정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며 "포유류뿐만 아니라 조류의 인지능력 실험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