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의 희망 산문집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가 출간 2주 만에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 암투병과 지인들의 잇단 죽음 때문에 이해인 수녀를 걱정하고 근황을 궁금해하던 독자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인 셈이다.
이해인 수녀는 스무살에 수녀원에 입회해 자신의 수도생활을 담은 시와 일상의 기쁨을 담은 글로 사랑 받고 있는 수녀 시인이다. 1976년《민들레의 영토》출간 이후 주부, 학생, 문인, 예술가, 농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들에게 맑은 글로 작은 기쁨, 위로를 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암 판정을 받은 뒤부터는 부산 성 베네딕도 수녀원과 서울의 병원을 오가며 병마와 싸우고 있다. 그럼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명랑 투병으로 많은 이들에게 치유와 희망의 메신저 역할까지 맡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당장 내일의 일을 알 수 없다’는 마음으로 그간 써온 글과 일기를 모아 5년 만에 산문집《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를 출간했다.
여기에는 이해인 수녀 특유의 긍정과 먼저 세상을 떠난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 스님, 소설가 박완서에 대한 애틋함이 담겨 있다. 마음 둘 곳 없는 세상에 사랑을 퍼뜨려주셔서 감사하다는 소설가 신경숙,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들조차 아름다울 수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는 부활의 리더 김태원의 추천사 역시 눈길을 끈다. 또한 자신보다 이해인 수녀가 더 오래 살아야 한다고 기도한 생전 박완서 선생의 꽃 편지로 책 서문을 대신해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당신은 고향의 당산나무입니다. 내 생전에 당산나무가 시드는 꼴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꼭 당신의 배웅을 받으며 이 세상을 떠나고 싶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나보다는 오래 살아주십시오.”
위로가 필요한 시대, “행복은 그리고 희망은 있기나 한 걸까?”라는 질문에 이해인 수녀는 말한다. 숨 쉬는 순간순간이 꽃임을, 그리고 그 꽃이 지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희망이 분명 있다고. 그리고 그 긴 인생길에서 마주한 깨달음을 우리에게 나지막이 읊조린다.
“많이 울어야 할 순간들도 사랑으로 받아 안아 행복했다고 고마웠다고 아름다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