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돼먹은 영애씨' 원년멤버 박준화 PD

케이블방송 tvN의 자체 제작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에는 항상 따라붙는 타이틀이 있다. 국내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란 타이틀이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2007년 4월 첫 방송을 한 이후 시즌 8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다. 일주일에 한번인 방송 횟수만 총 140회가 넘고 평균 시청률도 2%대를 유지했다.
김현숙을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제작진의 밤낮 없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준화(37) PD는 시즌 1부터 함께한 원년멤버 중 한 명이다.
최근 상암동 CJ E&M센터에서 만난 그는 "지난 4년동안 '영애씨'를 떠난 기간이 별로 없었다"며 감회를 전했다.
"보통 시즌 사이에 두 달 정도 여유를 두는 데 실제 쉬는 기간은 2주밖에 안돼요. 한달 반 정도는 기획하고 방송 준비를 하죠. 다만 시즌 9는 공백이 더 길어질 것 같아요. 노처녀 이야기는 거의 다 다뤄서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 같아 3개월 정도 공백을 둘 생각입니다. 재정비해서 좀 더 알차게 찾아봬야죠."
프로그램 말미 '오늘도 막돼먹은 영애씨의 고군분투는 계속 된다'는 내레이션은 제작진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제작비는 방송 초반보다 배 가까이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지상파 드라마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빠듯한 제작비를 극복하기 위한 제작진의 노하우는 '빨리 찍기'다.
"보통 다른 드라마는 한 회에 4~5일 촬영하는데 우리는 이틀에 끝내요. 철야를 하면 스태프료가 1.5배가 붙어서 밤 12시 전에 웬만하면 끝내죠. 또 저희는 둘이 대화하는 장면은 동시에 찍어요. 보통 드라마는 한 사람이 말하는 장면을 따로따로 찍는데 저희는 카메라 2~3대로 같이 찍어 버려요. 그만큼 시간이 줄어들거든요. 세팅되고 나서 2분도 안돼 오케이가 난 적도 있어요."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이제 눈빛만 봐도 마음이 통하는 스태프들이 있기 때문이다. 연출과 작가 중 원년멤버는 박준화 PD와 백선우 작가만 남았지만 대부분의 현장 스태프는 그대로다. 출연진 중에도 3년 이상 호흡을 맞춘 배우들이 많다.
박 PD는 "이제 아쉬운 소리를 하기 어려워졌다"며 "오래되다 보니 돈 얘기처럼 서로 얘기하기 어려운 것들이 생기더라"며 웃었다.
"정말로 친한 사람들끼리 아쉽거나 서운한 점을 얘기 못하는 상황이 있는 것처럼 저희도 그래요. 오래 하다보니까 너무 서로 잘 알아서 얘길 못하는 경우도 있고 거꾸로 편하게 얘기해서 마음을 다칠 때도 있어요. 가족들한테서 경험하는 관계인 것 같아요."
영애씨는 여전히 시집을 안 갔지만 제작진은 하나둘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다.
"시즌 1할 때는 시집 장가 간 사람들이 없었는데 제가 시즌 5때 스타트를 끊었어요. 제가 영애처럼 결혼에 목말라 있던 노총각이었는데 36살에 좋은 사람을 만나서 결혼했어요. 그리고 조명감독님, 조연출, 작가 등 매시즌 마다 결혼식이 있었어요. 걔 중에 속도 위반도 있었다죠.(웃음)"
박 PD는 "결혼 후에는 '잘리면 안되겠다'는 심정으로 열정적으로 하게 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4년이 지나면서 드라마의 위상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연예인들 중에도 '내가 케이블에 나와야 하나' 하는 마인드를 가진 분들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스토리나 질이 예전보다 많이 올라왔다고 생각해 주셔서 섭외하기 수월해졌어요. 공중파에서 보지 못한 소재나 형식, 내용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공감가는 작품들이 나와서 그런 것 같아요. 저희도 촬영할 때 많이 알아보고 장소 섭외도 잘 되는 편이에요."
그는 '막돼먹은 영애씨'의 장수 비결로 공감가는 이야기를 꼽았다.
"저희는 소소한 일상의 소재에 리얼함을 더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요. 그래서 매회 음식 먹는 장면이 들어가게 되더라고요.(웃음) 남들이 무시하고 지나치는 이야기를 갖고 엔딩까지 끌어간다는 게 '영애씨'의 힘이 아닐까 해요."
현재 방영 중인 시즌 8은 영애의 결혼 준비 과정을 다룬다.
동건의 프러포즈로 결혼 준비에 돌입하지만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고 동건과 관계도 위기를 맞는다. 시즌은 종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영애가 결혼에 골인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박 PD는 "단기간에 영애가 결혼할 것 같지는 않다"며 여지를 남겼다.

"영애가 남자가 생기니까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다음 시즌에는 예전의 '막돼먹은' 캐릭터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하면서 조금 다른 얘기를 집어넣다 보니까 영애가 여성스러워지더라고요. 사랑을 하고 노처녀 히스테리가 없다보니까 착해지는 것 같아서 다음 시즌에는 영애가 사랑에 배고파 하고 좀 더 격하게 변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
그렇지만 영애가 끝까지 노처녀로 남아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향후에 유부녀 영애의 모습을
그는 "그러나 막돼먹은 세상에 대한 복수와 응징은 영애가 결혼을 하든 안하든 꾸준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한다"며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