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IT 연구개발센터인 벨연구소(Bell Lab)를 이끌고 있는 김종훈 사장(50)이 밝힌 3~5년 후 미래상이다.
인터넷이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들어가고 자동차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휴대폰이 없어도 개인 인증만으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같이 하드웨어(스마트폰, 태블릿PC 등)가 없이도 이용자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화 통화, 이메일 등의 디지털 서비스를 자유롭게 사용(디바이스 프리)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사업자가 향후 비즈니스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 사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면서 `포스트 애플ㆍ구글` 시대를 위해 한국 IT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밝혔다. 김 사장은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인해 영화, 음악, 뉴스 등 콘텐츠가 가상의 공간에서 처리되는 시대(네트워크 및 소프트웨어의 가상화)가 왔다"며 "앞으로는 하드웨어도 가상화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2005년부터 7년째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벨연구소는 그레이엄 벨의 이름을 따 1925년 설립됐으며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포함해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미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세계적 연구기관이다.
김 사장은 앞으로 미래 IT산업은 `동영상 콘텐츠`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사장은 "모든 콘텐츠가 동영상이다(Video is Everything)"라고 압축해 표현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벨연구소에서는 비디오 사용량 증가로 인한 트래픽 증가에 대처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확장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사장은 "지금 젊은이들은 유튜브 동영상으로 대화하고 학습하고 숙제도 한다. 동영상은 인간의 활동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휴대폰으로 음성통화나 문자메시지를 주로 쓰는 세대는 이해 못하겠지만 앞으로 동영상으로 대화하는 시대도 온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유튜브 제너레이션(YoutubeGeneration)`이 등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 사장은 "어른들은 음성통화만 중요했다. 문자가 등장하면서 지금 세대는 음성보다 문자를 더 쓴다. 이제 비디오가 그 시작이다. 동영상을 중심으로 써온 세대는 지금 세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동영상 폭발을 경험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한국 IT 기업들도 음성과 데이터는 물론 동영상 시대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IT 산업의 시작은 통신에서 출발했고 공급 중심의 경제(Supply Economy) 였다고 설명했다.
애플, 구글 이후 수요(Demand) 중심 경제로 모든 것이 옮겨졌기 때문에 서비스와 네트워크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철학은 간단하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 다음은 서비스"라며 `포스트 애플ㆍ구글`은 서비스를 혁신할 수 있는 기업이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사장은 "애플은 소프트웨어를 잘 하려면 훌륭한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증명했다. 아이폰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프로그램으로 작동하는 스마트폰"이라며 "앞으로는 서비스를 이용자들에게 가장 빨리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벨연구소가 지난해 출범시킨 글로벌 컨소시엄인 `그린 터치(Green Touch)`를 성공시키기 위해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그린 터치는 통신 네트워크의 에너지 효율성을 현재보다 1000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현재 사용되는 하루 전력 소비량으로 3년간 운용이 가능해지는 수준을 의미한다.
벨연구소와 한국 삼성종합기술원, 미국의 MIT와 스탠퍼드대학 등이 컨소시엄을 함께 구성해 참여하고 있다.
김 사장은 "그린 터치 컨소시엄은 (벨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내 자신의 모험이 아닌 벨연구소의 오랜 명성과 평판을 거는 위험이 따르는 프로젝트"라며 "새로운 것을 발명하기 위해선 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 <용어>
유튜
■ <용어>
그린터치(GreenTouch)
벨연구소가 주축이 돼 만든 글로벌 컨소시엄. 통신 네트워크의 에너지 효율성을 현재보다 1000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손재권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