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는 순간부터 잠드는 모습까지 내 아이의 일상을 공유하는 게 자연스러운 부모들.
이른바 ‘공유(Share)’와 ‘양육(Parenting)’을 합친 셰어런팅(Sharenting)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데요.
최근 80만 육아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는 부모는 공지를 통해 길에서 아이를 만났을 때 만지거나, 소리 지르기, 사진 요청 등은 최대한 지양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에 누리꾼들의 반응은 나뉘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아이를 미디어에 노출시킨 것부터 문제다” “대중에게 노출을 선택했으니 감수해야 한다” “애가 동의한 것도 아니고 신상 팔리는 건데 유튜브를 하지 말던가” “이익만 누리겠다는 태도 같아서 씁쓸하다” “아이가 나중에 커서 부모가 미디어에 자신을 노출시킨 걸 알면 좋아할까? 나 같으면 소송할지도 모르겠다” “과연 아이를 위한 길인 것인지 잘 생각해 보라”며 부모의 욕심이 아이에게 트라우마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반면 일부는 “유명해지면 막 만져도 되는 건가? 어이가 없다” “만지는 사람들이 100% 잘못한 거고 충분히 입장표명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어린애다 보니 일부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행동들은 조금만 자제해달라고 하는 건데 그럴 거면 유튜브를 하지 말았어야 된다는 얘기가 왜 나오나”라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육아 SNS뿐만 아니라 연예인 가족의 육아 프로그램, 일반인 가족의 상담 프로그램 등을 통해 아동의 모습이 여과 없이 노출됩니다.
목욕하는 장면, 가족을 때리며 공격성을 드러내는 장면, 부모로부터 먹을 것을 애원하는 장면, 창문 밖으로 뛰어드는 장면 등이 재가공 돼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한 리얼리티 관찰 프로그램과 유튜브 방송 1,000건을 점검한 결과 5건 중 1건이 아동의 인권을 침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린아이의 미디어 노출, 신중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고 범죄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유승철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아동은 자기 결정권이 없는 상태”라며 “아동이 유년기를 벗어나 봤을 때 느끼는 당혹스러움은 지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선 프라이버시 문제가 우려되고, 두 번째는 아동 성과 관련해 성착취물로 약용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딥페이크 등의 변조를 통해 아동성애자 등에게 오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상업적인 목적으로 먹방을 찍게 해 광고 수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개인 인격에 대한 착취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법적인 규제를 가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윤리적인 문제로 봐야 하며, 법적으로 규제하기엔 모호하다는 입장입니다. 유승철 교수는 “아동콘텐츠라는 장르물이 되어 있는 상태”라며 “예컨대 부모를 상대로 악용 사례가 있으니 자제하라는 ‘권고’를 할 수 있지만, 업로드 자체를 금지할 법적 방침은 없다. 부당하기도 하다”고 밝혔습니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교수도 “플랫폼에 책임을 부과하기 쉽지 않다. 플랫폼은 법으로 저촉되지 않고 심각하게 윤리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규제를 만들어도 국내법에 저촉받지 않기 때문에 해외 사업자들은 소위 말해 콧방귀 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모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아이를 위해서 최선이 무엇인지를 부모가 결정해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해외에서는 셰어런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행동과 아동 초상권에 관한 법률적 제동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는 아동을 SNS에 등장시켜 벌어들인 수익 중 일정 부분을 신탁·예치하도록 했습니다. 한 달 동안 자녀가 콘텐츠의 30% 이상 등장했다면 이로 인한 수익의 50%를 신탁금으로 예치하는 식입니다.
프랑스에서는 16세 이하의 어린이 인플루언서(influencer)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통과돼 프랑스 노동법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의 동의 없이 사진을 올릴 경우에도 자녀가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내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최대 1년 이하 징역 또는 4만 5,000유로(약 6,205만 원) 벌금에 처합니다.
여기에 더해 아동 초상권을 더욱 엄격 제한하기 위한 ‘셰어런팅(Sharerenting) 제한법’은 2023년 3월 상임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했고, 현재 프랑스 의회에서 본회의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우리나라도 규제장치 마련에 힘을 쏟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권리장전’을 통해 디지털 프라이버시와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특별한 보호에 관한 내용 및 잊힐 권리 등 법률과 시행령 정비를 이끌어 낸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법적 강제성은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