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7/포커스M] '빌라왕'이 된 중개보조원…달랑 4시간 교육

【 앵커멘트 】
TV프로그램까지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인 빌라왕 이 모 씨, 그리고 천여 채가 넘는 빌라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빌라왕 김 모 씨.
경찰은 이 씨를 구속 수사하고, 김 씨에 대해선 공범 11명을 추가 입건하는 등 배후 16명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두 빌라왕은 공교롭게도 공인중개사가 아닌 중개보조원 신분이었는데, 문제점은 없었던 건지 김태형 기자가 포커스M에서 짚어봤습니다.


【 기자 】
서울 강북구와 도봉구 등에서 빌라 413채를 '깡통전세' 수법으로 사들이고 보증금 312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된 '빌라왕' 이 모 씨.

이 씨는 공인중개사가 아닌 중개보조원이었지만 버젓이 방송에 출연해 전문가 행세를 했습니다.

또 지난해 숨진 1139채 빌라왕 김 모 씨 또한 중개보조원이었습니다.

중개보조원은 공인중개사를 도와 중개에 관련된 단순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4시간 동영상 교육만 받으면 중개업소에 취업할 수 있고, 별도 관리감독도 없어 마음만 먹으면 전문가를 흉내 낼 수 있습니다.

▶ 스탠딩 : 김태형 / 기자
- "수강료 4만 원을 내고 직무교육을 마치기만 하면 이렇게 수료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따로 시험을 보거나 연수를 거치지 않아도 중개보조원이 될 수 있는 겁니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중개보조원들이 쉽게 불법 중개나 전세사기에 가담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 A 공인중개사
- "중개보조원이 현장에 나가서 임차인하고 임대인하고 계약하는데 우리(공인중개사) 명패를 안 넣고 몰래 할 수 있죠. 나가서 하면 우린 모르잖아요. 충분히 할 수 있어요."

▶ 인터뷰 : B 공인중개사
- "자격증 있는 사람도 같이 짜고 (사기 치는) 그런 사람이 생기는데 보조원은 뭐 더하죠. 책임도 안 져요. 그 사람들은…."

의뢰인이 문제삼지 않으면 중개보조원의 불법 중개를 적발하기도 쉽지 않아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 인터뷰 : 서진형 / 대한부동산학회장 (경인여대 교수)
- "모두 다 따라다닐 수도 없고…실질적으로 중개보조원이 중개 업무를 일부 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지도 단속을 하기가 쉽지 않죠."

국토교통부도 중개보조원에 대한 교육 강화뿐만 아니라 보조원 숫자 제한과 신분이 명확히 드러날 수 있도록 명찰 착용 의무화 등의 방안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태형입니다. [ flash@mbn.co.kr ]

영상취재: 라웅비 기자
영상편집: 이재형
그래픽: 박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