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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은행을 품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주식을 연말까지 사면 배당수익률이 9.33%(10월 25일 기준)다. 지금 투자할 경우 불과 몇 개월 만에 1년 예금한 것 대비 2배 수준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물론 해당 금융지주 주가가 하락하지 않고 현 수준을 버텨준다는 가정하에서다.
높은 배당수익률은 찬바람이 불 때마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에 대한 투자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금융이 유일한 9%대로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은 가운데 이어 하나금융(8.3%), KB금융(7.21%), 신한금융(6.74%) 순이다.
모두 해당 지주 계열사인 은행 예·적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고 있다. 4대 금융지주는 주식시장에선 '은행주'로 불린다. 그룹 순이익의 60~70%를 은행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는 요즘과 같은 금리 인상기에는 은행의 대표 상품인 대출금리가 올라가기 때문에 은행주의 순익이 급증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은행주에 투자할 경우 배당수익률과 별도로 해당 주식의 주가가 올라서 거두는 '자본이익'까지도 수확할 수 있다.
하지만 1년 전으로 돌아가 시뮬레이션해본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단순히 높은 배당만 보고 투자했다가는 실망할 수 있다는 뜻이다. 1년 전인 작년 10월 25일 금융업종 시가총액 1위 KB금융 주식에 1000만원(169주)을 투자했다고 가정해보자.
투자 시점 KB금융의 배당수익률은 5.35%로, 당시에도 시중은행 예금 금리(2~3%대)보다 나았다. 2021년 KB의 주당 배당금은 2940원이었으므로 2022년 봄 투자자는 배당금으로 49만6860원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배당금은 해당 주식에 투자한 다음해 주주총회 이후에 입금된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올해 10월 25일 기준 투자자의 계좌에서는 원금 손실이 났다. 이 금융지주 주가가 1년 새 22.6% 하락했기 때문이다. 자본이익이 아닌 자본 손실이 나면서 배당금까지 포함한 전체 수익률은 1년 새 -17.2%를 기록한 것이다. 전체 수익률(-17.2%)이 주가 하락률(-22.6%)보다 나은 이유는 자본 손실을 배당수익률(5.35%)이 메워준 덕분이다.
향후 주가가 배당수익률 이상으로 하락할 경우 배당주에 투자했더라도 원금 손실이 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배당주에 투자하더라도 실적과 재무지표를 따져봐야 한다.
지난 25일 4대 금융지주는 나란히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순익 기준 1위는 신한금융이 차지했다. 신한은 순익 1조5900억원을 기록하며 KB금융(1조2700억원)을 3200억원 차이로 제쳤다. 신한금융의 3분기 순익은 작년 3분기보다 42.9%나 늘어난 것으로, 성장률 기준으로도 4대 금융지주 중 '톱'이었다.
그러나 신한의 실적에는 일회성 이익 증가가 포함돼 있다. 신한금융 계열사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3분기에 서울 여의도 사옥 매각이익(세금 내기 전 기준) 4400억원을 회계에 반영했다. 건물 판매 이익이 없었다면 KB와 순위가 바뀔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실제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으로 따졌을 때 신한은행은 1.68%인 데 반해 KB국민은행은 1.76%로 KB가 더 높았다. 최근 은행 NIM을 좌우하는 것은 저원가성 예금인데, 국민은행이 국내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요구불예금을 보유 중이다. 요구불예금은 이자를 거의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 예금이 많을수록 은행 입장에서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금융지주 분기 실적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또 다른 이유는 대손충당금이다. 충당금은 은행 등 금융사가 돈을 빌려준 이후 대출자에게 이를 돌려받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때 쌓는 비용으로, 이것이 많을수록 순익이 줄어든다. KB금융은 3분기에 충당금 3139억원을 쌓았는데 전년 동기 대비 57.4%나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신한의 충당금 증가율은 21.5%다.
이처럼 충당금을 쌓는다는 것은 향후 부실에 대비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런 의미에서 하나금융지주는 채무불이행 리스크가 낮은 편으로, 투자자 입장에선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금융은 1년 새 충당금을 2배 이상 늘렸다. 요즘과 같은 물가 상승기에 하나금융은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 비중이 4대 지주 중에서 가장 낮다.
특히 하나은행은 외환은행과의 통합 과정에서 비대해진 점포 조직을 3년간(2019~2021년) 빠른 속도로 줄여 효과적인 비용 관리에 성공했다. 작년까지 주식시장 활황으로 KB·신한·하나금융은 증권사를 계열사로 둔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그러나 올해는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적 통화정책의 영향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 선호도가 떨어지며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증권사가 없는 우리금융은 '만년 4위'였다가 지난 2분기에 간발의 차이로 하나금융을 앞지르기도 했다.
3분기에 우리금융은 순익이 9000억원에 그치며 다시 4위로 내려왔지만 지난 9월 말 자기자본이익률(ROE) 기준으로는 유일한 13%대로 1위에 올라섰다. 높은 ROE는 한정된 자본을 바탕으로 얼마나 영업력이 뛰어난지를 나타내는데 워런 버핏과 같은 세계적 투자자들이 장기 투자 잣대로 삼는 지표다.
은행주 투자 결심 전에 반드시 점검해야 하는 것은 부동산 리스크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은행 등 금융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브리지론을 포함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화두가 되고 있다. PF는 토지매입대금이나 공사비 등 부동산 사업을 위해 대출해주는 자금이며, 브리지론은 PF 대출 전에 다리 역할을 하는 단기 자금 성
25일 4대 금융지주 콘퍼런스콜(실적발표와 질의응답)을 참관해보니 신한금융은 이 같은 익스포저가 전체 여신의 2% 수준이라고 밝혔다. KB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 역시 부실이 나도 모두 감당할만한 수준이며, 이미 일부 위험 사업장은 충당금으로 반영했다는 답변이어서 리스크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일호 엠플러스 증권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