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증시 반등이 이뤄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내놓은 11월 전망에서 내년 상반기 까지는 대세 상승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하기 전에는 주가 상승에 탄력이 붙기 힘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현재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미국 금리 인상 행진이 멈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그만큼 당분간은 경기방어주로 피신해 주식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한편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종목을 매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26일 KB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내년 하반기부터 주가가 유의미하게 상승할 것이라고 봤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2023년 하반기를 (저점) 탈출의 시기로 판단한다"며 그 근거로 미국의 기준금리와, 그로 인한 국채금리 인하 시점을 들었다. 이 연구원은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침체가 나타났던 1970년대를 참고하면 국채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시기는 곧 약세장의 저점이 형성되는 시기"라고 부연했다. 추세적 하락은 금리 인상이 중단되는 시점인데 이 연구원은 이때가 내년 2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는 강달러 현상이 잠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도 글로벌 증시 반등 모멘텀이 강해질 시점으로 보인다. 미국의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로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반면 유럽은 내년 2분기에도 여전히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가만히 있는데 유럽의 기준금리만 오르게 되면 투자자들은 유럽 채권을 사기 위해 유로화를 더 필요로 할 것이다. 유로화 수요가 올라가면서 달러 수요는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주요국 환율 대비 달러 가치는 떨어지는 것이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상반기 중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사이클이 종료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유로존은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 인상 정책을 미국보다 장기 운영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보다 유로존의 금리 인상 강도가 커질 경우 달러화 강세 압력이 점차 진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연말까지 국내외 기업들이 생각보다 양호한 실적을 발표하면 주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는 말그대로 '단기적인 상승'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올해 4분기부터 본격적인 침체기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경기를 기업들이 아직 다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970년 이후 경기 침체 국면에서 미국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하락폭은 고점 대비 14% 였다"며 아직 미국 기업들의 실적 하락이 이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실적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증권가에서는 주식 비중을 늘린다면 중장기적인 주가 상승을 노리고 매수할 것을 추천했다. 이 전략을 사용할 경우 국내에서는 올해 집계된 내년도 순이익 추정치가 가장 크게 하향된 업종과 종목을 매수하는 전략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증시 하락기에) 이런 특성을 지닌 기업의 주가 수익률이 이듬해 1분기까지 주가 수익률이 가장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포스코홀딩스, LG전자, HMM, 삼성전기, 금호석유, KCC, 휠라홀딩스. GS건설. DB하이텍. LS일렉트릭, YG엔터테인먼트 등이 이같은 특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경기 침체기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 많큼 헬스케어와 필수소비재 등 경기 방어적 성격을 지닌 기업과 ETF가 공통적으로 주가 수익률이 양호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 연구원은 "필수 수요가 존재하고 매출액이 상대적으로 견조한 유나이티드헬스(UNH), AT&T(T), 글로벌 ETF의 경우 견조한 수요가 있는 소비재(XLP), 헬스케어(XLV) 등을 주목해야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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