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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5일 기준 채권 대차잔액은 143조93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역대 가장 높은 금액을 기록한 채권 대차잔액은 이달에만 1조5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올 초 105조원 수준에 그쳤던 채권 대차잔액은 올해만 40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대차거래란 특정 자산의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미리 빌려 매도한 뒤, 나중에 싸게 사서 되갚는 방식의 거래를 말한다. 주식 시장의 공매도와 개념은 유사하다. 채권 대차거래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국채 선물을 매수하면서 현물 채권을 빌려 매도하는 방식으로 채권 값 하락을 방어한다. 이 과정에서 대차거래와 잔액이 늘어난다.
이처럼 대차잔액이 급증했다는 것은 추가적 금리 인상(채권 가격은 하락)에 따른 손실을 방어하기 위한 기관들 거래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채권 운용 손실 헤지 거래마저 늘면서 채권 시장의 불안정한 수급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9월 말 기관투자자들은 3년 국채 선물을 1조9960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이 1조1127억원어치를 사들였고, 금융투자 업계에서 4158억원을 사들였다. 시장에서는 채권 가격 하락으로 채권 평가 손실액이 커진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채권 선물 거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최근 3개월 새 주요 대차거래 대상은 국고채권 01875-5103(12조6996억원), 국고채권 03000-4212(7조9759억원) 등이었다. 가령 국고채권 01875-5103은 표면금리가 1.875%인 2051년 3월이 만기인 채권이라는 뜻이다.
국채 대차잔액 거래가 불어났다는 것은 금리 상승에 따라 국채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차잔액이 쌓인다는 것은 그만큼 채권 시장을 보수적으로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금리 상승 추세로 볼 때 채권 대차잔액이 줄어드는 것은 단기간 내에 해소될 것 같지 않으며, 한동안 이 같은 경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855% 수준이었지만 지난달 22일 4.104%를 찍으며 4%대 금리가 이어지고 있다. 30년물 역시 올해 초 2.344%에서 이달 21일 4.391%까지 높아졌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팀장은 "기관들이 유동성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이처럼 대차잔액이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며 "채권을 꼭 매도하지 않더라도 환매조건부채권(Repo) 거래 등을 통해 유동성 이슈가 있을 때 이 같은 거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채권금리 상승으로 증권사들의 채권 처분·평가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증권사 영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금리 상승 등 영향으로 2분기에만 1조412억원의 채권 운용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1조3651억원)에 이어 채권 부문에서만 1조원대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4분기에 5633억원 이익을 기록한 것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세 차례
정부가 지난 주말 5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화 방안까지 내놓았지만 현재까지 시장 반응은 미온적인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한동안 채권 대차잔액은 더 늘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