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줄 새는 車보험금 (中) ◆
![]() |
교통사고 경상환자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을 높이는 주범으로 일부 한방병원의 과잉 진료가 지목된 가운데, 또 다른 원인으로 최근 눈덩이처럼 불어난 '향후치료비(향치비)'가 꼽히고 있다. 향후치료비란 퇴원 이후 치료가 계속될 것에 대비해 치료비를 앞당겨 받는다는 개념으로, 흔히 위로금과 합쳐 합의금으로 책정된다. 그런데 명확한 기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정해지다 보니 일부에서 '차 보험금 빼먹기' 수법으로 악용하고 있다.
25일 매일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A보험사의 최근 3년 경상환자 보험금 지급 현황에 따르면, 고액 보험금 상위 20명의 피해자는 합의금(진료비 제외)으로 355만원에서 최고 860만원을 받았다. 이 중 향치비로 계산된 금액은 316만~666만원이었다. 사실 향치비는 보험 약관에도 없는 항목이다. 보험사 직원들이 현장 상황에 따라 피해자와 협상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관행처럼 운영되고 있다.
기준이 없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 됐다. 양정숙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12개 보험사의 최근 5년 교통사고 평균 합의금은 126만~140만원이었다. 그러나 취재 결과 같은 경상환자인데도 실제 지급된 향치비는 수백만 원씩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경상환자일수록 병원 치료비 대비 향치비 비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A보험사에서 보험금을 받은 피해자 중에는 치료비로 84만원을 청구하고 향치비로 528만원을 받아간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고액의 향치비를 받기 위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529일까지 합의를 해주지 않고 버텼다. 차와 차가 부딪힌 경우로 수리비가 100만원 미만인 가벼운 사고였다. 입원 일수가 전부 20일을 넘지 않았지만 최장 154일까지 통원 치료를 받은 피해자도 있었다.
A보험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직접 보면 정말 아파서 병원을 다니는 분들이라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많은데, 보험사 입장에선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합의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무려 3년, 5년씩 합의를 연기하면서 계속 치료를 받고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보험사로서는 향치비를 더 주고서라도 최대한 사건을 조기에 종결해 사업비를 절감하는 것이 이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에는 '향치비 많이 받는 법'이라는 글도 돈다. '치료비가 비싼 병원을 가라' '양방보다 한방병원이 유리하다' '보험사 직원 실적이 집계되는 월말을 노려라'는 식이다. 보험사 직원의 전화를 받지 않고 피한다거나, 합의하지 않고 최대한 버티면서 치료비를 올리면 보험사가 알아서 찾아온다는 주장도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12등급인데 5년째 치료비만 8000만원이 넘어가는 분들도 있고, 향치비와 합의금으로 5000만~1억원을 부르는 사례도 있다"면서 "물론 정말 아프고 억울한 분들도 있겠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현장 보상 담당자들도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손해보험사 관계자도 "보험 가입자(가해자)들은 왜 피해자와 빨리 합의하지 못하느냐, 가벼운 접촉사고에 왜 그렇게 많은 합의금을 주느냐고 항의한다. 교통사고가 나면 다음 해 자동차 보험료 인상률은 30% 수준이지만, 요즘은 외제차가 많다 보니 보험료가 30%만 올라도 큰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보험금 누수가 교통사고를 내지 않은 다른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에게까지 전가된다는 점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43조원 중에서 33%(14조3000억원)는 자동차보험금이다. 특히 경상환자 진료비가 급증하고 있는데 지난해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진료비는 2조5790억원으로, 2017년 1조6305억원 대비 연평균 12.4% 늘었다. 이는 중상환자(3.5%) 대비 약 3.5배나 높다.
업계에서는 경상환자 진료비(향치비 포함) 중 7000억~1조3000억원이 과잉 지급된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 한 대당 3만4000~6만2000원을
[신찬옥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