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채권시장 불안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채권·채무 공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기업들이 단기차입금을 크게 늘리고 사채나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자금 조달에 '빨간불'이 켜지며 주가가 급락할 수 있어서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단기차입금 증가 결정 공시를 한 기업이 159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는 공시 규정을 통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에 상관없이 기업이 자기자본의 10%(자산 2조원 이상인 경우는 5%) 이상에 해당하는 단기차입금을 늘릴 때 반드시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단기차입금에는 만기 1년 이하로 발행되는 사모사채가 포함된다. 단 기존의 단기차입금 상환을 위한 차입금은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
단기차입금은 기업들이 급전을 마련하는 통로다. 가장 최근에는 선익시스템이 운전자금 조달을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130억원의 단기차입금 증가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자기자본의 15% 수준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단기차입에 의한 자금 조달은 기업의 원활한 경영활동의 촉매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과다하고 빈번한 경우 기업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차입금 규모 등이 기업 존폐와 연결될 수 있으므로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가 된다"고 설명했다. 단기자금 시장은 회사채를 통한 장기자금 확보가 어려운 저신용 기업들이 특히 많이 찾지만 최근 회사채 시장이 마비되면서 우량 기업의 발행까지 크게 늘어난 추세다. 최근 신용도가 AA로 우량한 SK하이닉스가 1년 만기 기업 어음을 5.34%에 발행하기도 했다.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처럼 단기자금 시장은 외부 충격에 민감해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금융위기 때도 위기의 전조는 대부분 단기자금 시장에서 시작됐다"며 "단기성 자금으로 연명하다가 시장에 경색이 발생하면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